누구에게나 자신의 이야기가 영웅담이다.
난 내 과거가 꽤 영웅적 서사가 있는 줄 알았는데, 막상 포장지를 까보니 병아리 한 마리가 있는 느낌이다.
자기 이야기를 잘 적어놓은 일기장을 봤다.
내 과거의 일기장들.
매일매일 계획이 있었고 규칙이 있었고
그날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걸 하지 못하면 죄책 자책을 심하게 했다.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하기도 하고, 그때로 돌아갔으면 꽉 안아주고 싶다.
차라리 이거 대신 그때 ㅇㅇ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ㅇㅇ를 성공해서 더 좋은 ㅇㅇ에갔더라면
=동시에 ㅇㅇ를 실패해서 다시 돌아가는 것도 생각해야 했다.
그런 면에서 휴학 후 해외여행은 최선의 결정이었다.
압박이 조금 느슨해지는 데 도움을 주었다.
나를 내가 지나치게 압박하고 있었다.
넌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하여도 저건 하면 안 되고 저것도 안돼.
내가 만든 규칙에 내가 삐빅 거리며 살고 있었다.
이젠 그렇게 안 할래.
여기서 좋은 점은 가져오고
안 좋은 점은 버려야지.
규칙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무정부 무규칙 상태를 불안해하기 때문이다.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선택을 하고
그게 안되면 내가 가장 피할 수 있는 선택을 해야지.
최선을 선택하지는 못하지만 최악을 피할 수는 있다.
그럼에도 선택을 잘못했을 땐 자책하지 말고
그게 나야 어쩌라구 마인드로 나를 대해주자.
아무튼 과거의 나야 많이 고생많았다. 덕분에 나는 여기 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