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를 작성해 봅시다
아이스크림을 사러 마트를 갔는데 곧 중복이라며 닭을 판매하는 점원의 말을 듣고는 아니 벌써 중복이라고? 하며 내 핸드폰의 날짜 표기도, 달력도 아닌 점원의 그 한 마디에 비로소 올해의 시간 중 절반이 넘게 지나갔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가끔은 숫자보다 이런 말 한마디에 시간이 지남을 느낄 때가 있다. 인스타의 오늘의 n 년 전 하며 뜨는 사진을 볼 때마다 이게 벌써 n 년 전이라니 하며 충격을 받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 것을 체감할 때마다 '도대체 그동안 뭐 한 건가' 싶은 허무함이 밀려올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각자의 속도에 맞춰 치열하게 살았을 것이다. 그 치열함에 있어 스스로 토닥여주고, 보상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회고를 작성하면 어떤 것이 좋을까? 회고는 그저 지나간 일을 글로 작성함으로써 이런 일이 있었구나 에서 그치지 않고, 다음의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즉 계획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회고라는 과거를 기록함으로써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이 회고를 통해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
주로 나는 1년 단위로 회고를 했고 그것마저도 겨우겨우 작성하곤 했는데, 1년 단위가 아닌 반년 단위, 즉 상반기/하반기로 나눠서 회고를 하면 회고를 기반으로 다가올 미래를 계획하는 것이 1년 단위보다 더 또렷하기에 나의 2023년 상반기 회고를 작성해보고자 한다.
종이와 펜으로 1~6월을 작성한다.
그리고 각 달에 있었던 큰 이벤트들을 작성한다. 내 인생에 있어서 조금 중요한 일이었거나 기억할만한 것이라면 별표나 밑줄을 쳐서 표시하는 것도 좋다.
나는 크게 보면, 글 작성, 강의, 여행, 회사 이벤트, 총 4개의 이벤트들을 위주로 작성했다. 이 것 외에 추가적으로 적어보면 좋은 질문들도 있었다.
이 질문들은 생각보다 깊게 고민하고 적어야 하는 질문들이어서 어렵기도 했지만 또 그만큼 회고 =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는 것'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질문들이었다.
Q: 상반기동안 가장 큰 성공은?
A: 글쎄 무엇일까.. 정말로 잘 모르겠어서 성공의 뜻을 구글에 찾아봤다.
1번의 뜻이라면 상반기동안 가장 큰 성공은 나는 미니멀리스트를 꿈꾸고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사람으로서 한 달에 한번 안 쓰는 물건을 하나 이상은 정리하자는 작은 도전을 이뤘다는 것에 있어서 작은 성공을 이뤘다.
Q: 상반기동안 가장 큰 실패는?
A: 회사에서 하던 여러 가지 서비스들 중 몇 가지를 접게 됐다. 가장 큰 실패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실패이긴 하다. 사실 스타트업에 있어서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하고 PMF를 찾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실패들을 계속해서 맞이하곤 하지만 더 뾰족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생각하곤 한다.
Q: 상반기동안 다른 사람에게 들었던 말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A: ㅇㅇ님은 정말로 똑똑한 사람 같아요.
Q: 상반기동안 하고 싶었는데 못한 게 있다면?
A: 운전면허
Q: 상반기동안 어떤 감각을 익혔는지?
A: 상대방의 얘기를 듣고 답을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답을 찾게끔 도와주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하고자 노력했던 것
Q: 상반기동안 확신했던 것이 있다면?
A: 제품을 만드는 문화는 제품의 성공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Q: 상반기동안 기억에 남는 책은?
A: 가장 단순한 것의 힘. 미니멀리즘이라고 하면 그저 물건이 많지 않고 공간이 깨끗하고, 소유욕이 없다는 것으로 인지될 수 있는데, 그것뿐만이 아니라 일과 라이프 그리고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모두 적용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 책.
Q: 봤던 영상물, 음악, 미디어 중에 가장 감명받은 게 있다면?
A: 환경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올 해동안 옷은 사지 않아야겠다고 작은 다짐을 하게 된 다큐멘터리.
Q: 상반기동안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A: 2월에 리프레시 여행으로 갔던 영국 여행에서 혼자 갔던 더블린 여행 중 부모님께 영상통화를 했던 순간. 아름다운 풍경을 봤을 때 작은 핸드폰 화면으로나마 이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공유하며 얼굴을 봤을 때 행복한 감정을 느꼈다.
Q: 상반기동안 가장 괴로웠던 순간은?
A: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이 들 때.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와 같은 마음이 있을 때 괴로웠지만, 그럴 때에는 그 괴로운 마음을 조금 더 깊게 살펴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유 없이 몸이 아프거나 할 때. 괴롭다기보단 무서운 감정에 휩싸이곤 했었다.
Q: 상반기동안 고마운 사람이 있다면 누구였는지?
A: 동료들
Q: 기억에 남는 깨달음은?
A: 못하는 것을 잘하려고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하려고 하는 것이 훨씬 좋다. (feat.강점혁명)
결론적으로 회고는 지난 시간에 대한 나의 기록들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이런 질문들을 통해 끊임없이 나를 알아가는 데에 엄청난 도움을 주기에 '나 그동안 뭐 했지?' 와 같은 감정이 든다면 꼭 한번 회고를 작성해 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