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찾은 길
어제는 올해 가을을 이렇게 보내는 것이 못내 아쉬워, 피곤해 집에 머물고 싶어 하는 마음을 설득해 가까운 곳이라도 가서 가을 정취를 느끼고자 산을 올랐습니다.
인생도 때로 이와 같지 않을까요? 끝을 향해 가는 단풍이 어쩌면 그렇게도 붉고 노랄 수 있을까, 아무 생각 없이 자연의 깊은 색에 매료되어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오랜만에 오르는 산행은 얼마 지나지 않아 힘겹기만 했습니다.
그때, 나무에 매달린 누군가의 글귀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고 합니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습니다. 이 짧은 문장 속에는 인생을 바라보는 깊은 통찰이 숨어 있었습니다.
길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향, 선택, 그리고 의지의 흐름입니다.
삶을 살다 보면 앞이 보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무엇이 옳은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을 때, 우리는 종종 두려움에 멈춰 섭니다. 그러나 이 글귀처럼 가만히 생각해 보면, 보이지 않는 길도 바람은 침착하게 찾아갑니다.
바람이 눈에 보이는 길만 찾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길에도 부딪히며 나아가기 때문에, 그리고 길은 애초에 어디에나 존재하기 때문에 결국 길을 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인생 또한 그렇습니다. 길은 존재하기에 그 자체가 우리를 길로 인도합니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습니다. 이것은 삶의 가능성과 희망을 말해 줍니다.
우리가 서 있는 그 자리에서도 길은 시작됩니다. 다른 사람의 발자국이 없어도, 앞이 안개로 덮여 있어도, 내가 걸으면 그 성실하게 걸은 그곳이 곧 길이 됩니다.
누군가 만들어준 길만을 따라 걷는 인생은 안전하지만,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인생은 자연의 색처럼 자유롭습니다.
삶의 지혜는 길을 찾기보다, 길을 믿는 데 있습니다.
믿음이 있을 때, 우리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고, 막혀도 돌아설 수 있습니다. 길은 한 줄로 정해진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길이 서로 엮이며, 때로는 나무뿌리처럼 얽히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국 모든 길은 우리를 성장으로 이끌어 줍니다.
인생의 길은 ‘보이는 것’보다 ‘느끼는 것’에 가깝습니다.
눈앞의 풍경은 자주 변하지만, 마음으로 느끼는 방향은 변하지 않습니다. 바람처럼 부드럽지만 단단한 의지로 살아간다면, 우리는 언제나 길 위에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길은 이미 제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걷는 모든 순간, 생각하는 모든 방향, 그리고 살아내는 모든 선택이 곧 길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나는 바람처럼 살아보려 합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나는 내 삶을 완성해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