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因緣)
좋은 만남도,
쓰라린 만남도—
내가 잘나서 온 것도,
못나서 남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가 걸어가던 그 시절,
내가 필요로 했던 만큼
내 곁에 머물렀을 뿐.
인연은
잘한 삶의 상도 아니고,
못한 삶의 벌도 아니다.
물과 하늘이
서로를 비추어 주듯,
인연은
내 삶이 흘러가야 할 길 위에
이미 놓여 있던 질서.
좋은 만남은
기쁨을 건네고,
힘겨운 만남은
성찰을 남기며
메마른 마음에
사랑의 의미를 채워
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밤하늘의 달과
흐르는 강물이
서로를 비추듯,
우리 또한 만남 속에서
서로를 비출 뿐.
그 만남 속에서
내 마음의 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내가 누구인지,
어떤 길 위에 서 있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
인연은—
서로를 밝히는 빛.
한 폭의 풍경처럼 스며들어
조용히 추억이 된다.
그렇게
모든 만남이
내 삶의
아름다운 시(詩)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