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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因緣)

by 가치지기

인연(因緣)



좋은 만남도,

쓰라린 만남도—

내가 잘나서 온 것도,

못나서 남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가 걸어가던 그 시절,

내가 필요로 했던 만큼

내 곁에 머물렀을 뿐.


인연은

잘한 삶의 상도 아니고,

못한 삶의 벌도 아니다.


물과 하늘이

서로를 비추어 주듯,


인연은

내 삶이 흘러가야 할 길 위에

이미 놓여 있던 질서.


좋은 만남은

기쁨을 건네고,

힘겨운 만남은

성찰을 남기며


메마른 마음에

사랑의 의미를 채워

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밤하늘의 달과

흐르는 강물이

서로를 비추듯,

우리 또한 만남 속에서

서로를 비출 뿐.


그 만남 속에서

내 마음의 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내가 누구인지,

어떤 길 위에 서 있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


인연은—

서로를 밝히는 빛.

한 폭의 풍경처럼 스며들어

조용히 추억이 된다.


그렇게

모든 만남이

내 삶의

아름다운 시(詩)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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