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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lie L May 06. 2020

MBAer의 해외 현지취업의 단상 (마이너리티 리포트)

Part 3. 이제는 전쟁이다


최고의 해외 취업 스펙


한국에서 학부 졸업 예정자로 취업할 때는, 소위 '남자'라는 성별이 최고의 스펙이었다. 쉬쉬하며 대 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한국 기업 취업 준비를 해 봤거나 현재 근무 중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얘기가 아니던가.


해외 취업에 있어서는 또 다른 고 스펙 기준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시민권(영주권)’이다. 아무리 외국어를 잘 구사할지언정 시민권자와 아닌 사람은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온라인 서류 지원 시마다 마주하는 아래 필터링 질문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 Are you legally authorized to work in the United States for any employer?

 Will you now or in the future require sponsorship for employment visa status?


수년 전 한국에서 "여성"이라는 마이너리티 타이틀을 가지고 아득바득 취업 관문을 통과했던 게 바로 엊그제 일인 것만 같은데, 이제는 미국에서 "외국인"이라는 마이너리티로서 인생 두 번째 취업 전쟁을 치르게 되었다. 




미국 정규직 리쿠르팅의 기억


MBA 2학년 첫 학기, 온 캠퍼스 리쿠르팅에서 두 기업의 최종 인터뷰 명단에 올랐다. 풀타임 리쿠르팅의 최종면접은 종종 면접자가 기업을 직접 방문하여 하루 종일 3~5개 면접을 치르게 된다. 흔히 이러한 최종 면접을 "Super Day"라고도 부른다. 


미국의 큰 도시에서 Super Day를 끝낸 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학교 동기들과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시원한 맥주 한잔씩을 마시고 있었을 때였다. 그 자리에 딱 한 명, 낯선 얼굴이 하나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은 같은 학교의 Part-time MBA 학생이었다.


파트타임은 보통 현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직장과 학교를 병행할 수 있도록 저녁 또는 주말 수업 위주로 커리큘럼이 짜여 있기 때문에, 대부분 현지 미국인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실 나와 같은 Full-time보다는 GMAT 등의 MBA 입학 관문이 비교적 낮은 편이다.  


이제 막 비행기를 탑승하려고 줄을 서려던 찰나, 이 파트타임 친구가 이 날 우리와 함께 면접 본 회사로부터 해피 콜을 받았다. 당연히 같은 학교 동문으로써 그 자리에 있던 우리 모두가 함께 축하해 주었다. 


이로써 그녀는 온 캠퍼스 리쿠르팅에서 총 세 개의 오퍼를 받게 된 것이었고, 이제는 본인 선택에 따라 골라 갈 일만 남았다.


물론 겉으로는 웃으며 축하해 주었지만 사실 내 마음속으로는, 그녀가 온 캠퍼스에서 세 개의 오퍼를 주워 담았을 뿐 만 아니라, 이 세 기업 모두 인터내셔널 비자 스폰을 해주는 몇 안 되는 귀한 회사였다는 사실에 가슴 깊은 곳에서 부터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나를 포함해서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모든 풀타임 인터내셔널들이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그 밤에 묵묵히 비행기를 타고 돌아왔을지, 그 밤에 도대체 어떤 심정으로 잠을 청했을지는 각자 상상에 맡기겠다.


참고로 그 해가 다 가기 전까지 우리들 중 그 누구도 오퍼를 받은 사람은 없었다.

 




잘 나가는 인터내셔널은 따로 있다


같은 인터내셔널이더라도 국가 별로 해외 취업에서 잘 나가는 정도가 다르다. 한국계는 영어도 안되고 외모도 안되고 네트워크도 약한데, 자존심도 강한 편이라 현지 취업시장에서 제일 바닥에 있는 것 같다.   


지극히 내 경험과 관찰에 의한 잣대이기는 하지만, 내 판단에 가장 잘 나가는 인터내셔널들은 아래와 같다.


1위. 인도계: 일단 인도 상류층 친구들이 많이 오는데, 대게 어려서부터 영어를 모국어처럼 쓰는 가정 및 직장 환경에서 자란 친구들이다. 일단 언어에서 밀리지 않으니까 인터내셔널이 들어가기 어렵다는 현지 컨설팅 업계도 종종 잘 뚫는다.


2위. 남미계: 굳이 입만 열지 않으면 크게 미국인과 다르지 않게 생겼다. 외모가 서양인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미국 사회에 더 쉽게 받아들여지는 장점! 게다가 아메리카 시장에서 스페인어 또는 포르투갈어가 한국어보다 훨씬 쓸모가 많을 수밖에 없다.   


3위. 중국계: 영어 못 하기는 한국인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일단 중국계 인맥과 네트워크가 워낙 방대하고 끈끈하며 모든 소셜 활동 다 접어두고 리쿠르팅만 하는 독종들만 모아 놓은 듯하다.


게다가 이들 모두 한국보다 GDP가 낮은 국가들인 만큼 다들 얼마나 이 악물고 리쿠르팅 하겠는가!

 





한국 밖에서 리쿠르팅을 하다 보면 자괴감이 종종 몰려온다. 그럴 때마다, 네가 Minority 그룹에 속해서 그런 뿐이지, 결코 네가 못나서 그런 게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자꾸 얘기해 줘야 한다.


내 지난 학부 시절의 마이너리티 취업전쟁은 나에게 교훈을 하나 남겨줬다. 지금 당장 그 사회구조를 송두리째 바꿀 수 없는 이상, 마이너리티 그룹에 속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열심히, 더 잘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마이너리티라는 사실을 인지했다면, 그만큼 남들보다 더 부지런히 그리고 더 전략적으로 전쟁에 임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는, 남들보다 조금은 더 운이 좋기를 기대해 본다.  


원래 현지인보다 외국인이 취업하기 어려운 게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미래에 같은 기업, 같은 직종에 입사한 MBA 동기 현지인들보다 외국인인 당신이 더 대단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며, 앞으로 회사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뜻이 된다. 


"마이너리티라서" 가만히 기 죽고 있을게 아니라, "마이너리티 이므로" 지금을 더 열심히 즐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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