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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lie L Jun 25. 2022

미국 MBA, 그 뒤로 3년이 지났다

미국 MBA를 졸업한 지 벌써 만 3년이 다 되었다. 졸업 후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마이애미로 이사 온 게 바로 엊그제 일 같은데, 마이애미에서 벌써 4번째 여름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남들은 연중 내내 여름 날씨 속에 사는 나를 부러워 하지만, Snow 눈을 아주 좋아하는 나로서는 값 비싼 왕복 비행기 & 현지 호텔비를 내지 않고도 주기적으로 눈을 볼 수 있는 그네들이 더 부럽다.


오랜만에 US News의 <US MBA Ranking>을 검색해 보니 올해 우리 학교가 Top 10위에 올라와 있다. 내가 입학하던 해에만 해도 Top 7이었는데; 그래, 내가 초창기 목표로 했던 Top 10 언저리에만 이렇게 계속 왔다 갔다 해 주면 좋겠다. 




최근 3년, 근황 정리


미국 MBA를 졸업 후 지난 3년 동안의 일을 정리하자면, 


지난 3년 간 큰 굴곡 없이 미국 회사를 잘 다니고 있고, "MBA에 합격했습니다" 책을 출간 후 지속적으로 MBA 레주메/에세이/인터뷰 코칭을 하고 있으며, 2년 간의 연애 끝에 지금의 남편과 둘 만의 결혼식을 치렀으며, 무사히 MBA 학자금 대출 상환을 마치고 작년에는 센트럴 플로리다 시골에 작고 오래된 집 한 채를 공동명의로 샀다. 마지막으로는, 올해 초에는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미국 영주권이 나왔다. 이제, Semi-자유의 몸의 된 것이다. 


나의 30대는 크고 다양한 변화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30대의 상반기에는 MBA(2년)+현지 직장(3년)을 통해 나의 Location 거주지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전히 바뀌었으며, 30대의 후반기에 다가올 변화는 훨씬 더 무궁무진할 것이다. 꼭 그래야만 한다. 




불확실성과의 싸움


여기까지 오는 데 있어 가장 힘들었던 것은 불확실성과의 싸움이었다. 본디 천성이 "계획적인" 사람에게 예측 불가능한 미래란, 아주 지독한 두통과도 같다. "미친 듯이 노력해도 안 될 수도 있는 일"을 몇 개월, 몇 년을 붙들어 멜 때에는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 누더기처럼 너덜너덜해져만 갔다. 


과연 미국 Top MBA 학교에 합격을 할 수 있을지, 현지 리쿠르팅에 성공해서 취업은 할 수 있을지, H1B 미국 취업 비자 로터리에는 당첨이 될 수 있을지, 과연 이 나이 먹고 결혼은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영주권을 받을 수 있을지, 과연 나는 이번 주에도 회사에서 안 잘릴 것인지... 


항상 잔 걱정이 많고 생각이 많은 나는 미국에 오면서부터 불면증이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텼다. 그랬더니 운이 조금씩 찾아와 주더라. 


그래서, 향후 다가올 변화무쌍할 미래를 위해, 현재도 "인내"라는 덕목을 마음에 되새기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MBA, 후회하지 않나요?


MBA, 하지 않았으면 큰 일 날 뻔했다. 미국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지 못했을 테니까. 그러나 미국에서 배우자를 만나게 된 건 MBA를 하면서 덤으로 굴러 들어온 것일 뿐, 그게 본 목적은 아니었다. 


해외 MBA 입학 지원을 준비하던 당시의 나는 정말 절실했다. 그 당시에는, 내가 일한 만큼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과 글로벌 무대에서의 커리어 개발을 절실히 원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맞벌이를 하며 육아와 살림 고민이 전부인 주변 여자 선배들의 어깨가 정말이지 너무 짠해 보였다.  


나는 아직 선배들의 길을 밟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래서, 해외 MBA가 내 인생의 "마지막 기회"인 것 마냥 GMAT 점수가 나오는 그날까지 뼈와 살을 갈아 부었더랬다. 


어쨌든 간에 그 "절실함" 덕분에, 나의 몸 값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못해 아주 감사한 수준으로 올랐고 (한국에서의 1년 치 연봉이 여기에서의 성과급 수준이라) 남들 얘기하는 MBA 손익분기점은 진작에 찍었다. 반대로 얘기하면 한국에서의 나의 몸 값이 그만큼 저 평가되어 있었다는 뜻... MBA, 하지 않았으면 큰 일 날 뻔했다.  




해외 MBA 기회비용


해외 MBA의 "기회비용"으로 많은 사람들이 2년 간의 업무 공백과 연봉을 흔히들 말하는데, 나의 진짜 기회비용은 자녀계획과 출산이었다.  


미국에서 혈혈단신으로 MBA 리쿠르팅하고 또 새로 입사 한 현지 기업에서 인정받겠답시고 자녀계획을 무수히 미뤄온 나는(계속 장거리 부부), 이미 아이를 한 둘 이상 낳은 내 또라 여자 친구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그들은 나와 달리 미래에 혹시나 모를 불임 혹은 난임 걱정이 없을 테니 말이다. 


반대로 일찍 아이를 낳고 육아를 시작한 친구들은 그만큼 경력단절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므로(공무원이 아닌 이상 이미 단절된 경우가 절반), 나 또한 말조심해야지...  


이래서, 세상에 공짜는 없는 가 보다. 



미국에서 3년 일해 본 결과, 한국에서 일하나 미국에서 일하나, 조직 생활하는 건 어디 가나 크게 다르지 않다. 


그나마 다른 건, 미국에서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한국에서보다 몇십 년은 더 일찍 사라졌었기 때문에, 굳이 한 곳에 오래 정착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분위가 잘 깔려있다. 그래서인지 작년부터 여기저기 이직하는 MBA 동기들의 근황이 링크드인에 종종 올라온다. 


사실, MBA라는 네임벨류의 후광도 입사할 때뿐이지, 2~3년 지났으면 이제 일반 경력직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계속 새로운 걸 창출하고 지속적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 나가는 과정이, 미국에서의 직장생활이 아닌가 싶다. 


그런 점에 있어서, 아직까지 미국에서 잘리지 않고 회사 잘 다니고 있어서 대견스럽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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