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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노요코 Jul 03. 2022

내 맘 같지 않은 요즘 나날들

#16. 힘이 들 때 더 생각나는 아빠

5월 중순 나의 32번째 생일이 지나고 6월부터 본격적으로 너무 바빴다. 야근의 연속이었고, 야근이 없는 날에는 운동 가거나 일찍 자며 체력을 보충했다. 4년간 중학교에서 근무하다가 처음으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니 항상 긴장이 되었었는데, 출제기간이 되니 부담감은 배가 되었다. 원안지 출제에 수행평가 마감에, 여학생들 사이에 미묘한 감정들이 오가더니 결국 학폭까지 터지고. 2월에 계약한 차가 출고되면서 운전까지 시작하게 되니 정말 숨 돌릴 새 없는 6월이었다.


요즘의 나는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다. 긴장감과 불안감이 심해서 나 자신을 믿지 못하고 내 행동을 과하게 통제한다. 작은 것에도 예민하고 깊게 생각하여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있다.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요즘이다. 내 상태가 정상이 아니니 당연히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내 뜻 같지 않고 만나면 다투며 생채기 내고. 모르겠다. 나도 잘 하고 싶은데 모든게 뒤죽박죽이다.


이럴 때, 아빠가 참 많이 생각난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아빠가 생각난다. 아빠를 생각하면서 눈물 한바가지 토하고 눈 감고 가만히 있으면 잠시나마 마음의 고요가 찾아온다. 마치 아빠가 나에게 힘내라고 하는 것처럼. 아빠가 너무 그리울 땐 내 사진첩이 아닌 교회 홈페이지 사진첩에 들어가 교인들 속 아빠를 찾아본다. 건강했던 우리 아빠. 그 모습이 자연스럽게 온전히 담겨있어서 몇 번이고 들여다 본다.


아빠의 첫 제사가 돌아오고 있다. 그래서일까? 마음이 무겁고 먹먹하다. 아빠에게 사랑한다고 더 자주 말할걸. 아빠 원망할 시간에 아빠 손 깍지 끼면서 마음을 나누걸. 아빠를 이해하며 얼마 남지 않았던 아빠의 삶을 내가 사랑으로 가득채워줄걸.


아빠는 어느날 엄마에게 "나에게 더 이상 희망을 주지 말라고" 부탁하셨다. 투병기간 중 더 살고 싶다고 하셨던 아빠. 아빠가 원했던 그 날들을 제가 살아가고 있으니 아빠 하늘에서 딸 지켜봐주세요. 곧 아빠에게 갈게요. 제가 살면서 겪었던 크고 작은 이야기들 밤 새어 들려드릴게요. 아빠는 그저 평안히 계셔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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