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하모니카를 부를 줄 모른다. 대신 방금 하모니카를 부는 상상을 한다. 상상의 주체는 슬리퍼다. 둥글게 빠진 슬리퍼의 곡선 아래, 발가락이 튀어나올 공간으로 작은 하모니카가 올려진 상황이다.
만약 슬리퍼가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하모니카의 맑은 소리가 나올 거다. 아니면 어떤 냄새가 날 수도 있다. 발이 있던 자리라 독특한 냄새가 날 거다. 구수한 된장 냄새라면 그나마 났겠지만, 발가락은 늘 예상을 빗나가는 지독한 냄새를 풍긴다. 냄새는 대개 여러 종류가 있는데, 묵직한 냄새가 있는가 하면, 날카로운 냄새가 있다. 어떤 냄새든 하모카가 노래를 부를 때마다, 맑은 소리와 함께 냄새가 나면 확 깨지 않을까? 또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는 것처럼 여러 음이 차례대로 튀어나오는 거다. 만화의 표현을 빌리면 음표의 기호가 볼드체로 나올 수도 있다. 거기다 집중선을 왕창 때려 넣으면, 멋진 한 장면이 될 거다. 그냥 어처구니없는 상상이다. 화면 없이 화면에 비추는 걸 볼 수 있다니, 나름 행복한 순간이다. 이런 일련의 개연성 없는 상상은 반복된다. 웃긴 상상, 그게 내 이야기를 설명하는 제일 적당한 비유다.
일상의 평범함에 의미 부여를 하는 일,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하지만 머릿속으로만 죽어라 상상하면 남는 게 없다. 글로 쓰면 좋은데, 글쓰기는 귀찮다. 그럼 이제 친구를 부른다. 커피를 시키고 친구를 앉히고, 토크쇼를 찍는다. 앞에 앉은 녀석은 뭔 소리인지도 모르고 끄덕이고 대꾸한다. 멍청한 소리를 하는데도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사회지능이 높은 놈이다. 이렇게 엉뚱함을 늘어놓으면 평균적으로 반응이 구리다.
그런데, 아주 가끔, 아주 가끔이다. 간혹 상대방 반응이 좋을 때가 있다. 리액션 값으로 그날 밥은 내가 산다. 이제 반응 좋은 이야기를 집으로 가지고 온다. 컴퓨터를 켜고, 구글 문서를 연다.
‘타닥, 타닥.’ 아주 지루하고 귀찮음의 시작이다.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됐다. 순전히 오직 내가, 오로지 나만 재밌으려고 쓴 글이다. 엉뚱함을 늘어놓고 싶어서.
에세이가 되려나, 주절 주절한 이야기, 소설이 만들어진 이야기, 좋아하는 음악, 게임, 영화 이야기. 소설에 담기게 될 이야기가 된 일상 이야기, 낯설고 엉뚱한 것들이다. 지금 시작한다.
아 참고로 밥은 못 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