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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기시대 Mar 01. 2022

폐서프보드를 구하소서

양양청년협동조합은 왜 폐서프보드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나?

[프롤로그]


2015년쯤이다.

망가진 서핑보드 있으면, 얻어다가

테이블도 만들어보고

그림도 그려보고

간판도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런데, 망가진 서핑보드도 잘 없거니와

망가질 서핑보드도 많지 않았었다


그리고, 망가진 서핑보드도

은근히 나와 같은 생각으로 구하는 

사람들이 있어서였는지

서프샵 사장님과 인맥이 없으면

구하기가 조금 껄끄러운 뭐 

그런 상황이었다


그 사이

양양의 서핑 붐은 점점 거세졌고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서핑 관광객

들의 수만큼 서핑숍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에 따라 대여 서핑보드의 

양도 늘어났고

그만큼 망가진 서핑보드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불과 몇 년 전 구하기 힘들었던 

파손된 서핑보드는

어느덧 처리하기 골치 아프게 

양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서핑의 메카 양양! 서핑 문화?]


2021년 폐서프보드 발생량은 

연간 1,000여 개 5톤가량으로 추정된다. 

(강원도 서핑 연합)

2021년 11월 기준으로 전국의 서핑 업체

는 247개소이며, 그중 1/3에 달하는 

89개의 업체가

양양에 밀집되어 있다.


양양은 이제 누가 뭐래도 명실상부 

서핑의 메카로 자리 잡고 있다.


사실 양양에서 서핑이 태동하게 된 

시기는 10년이 넘지만, 지금처럼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 것은

2016년을 기점으로 본다. 

당시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의 개통은 

서울 와 양양의 통행시간이 2시간 이내가 

되면서 거리의 심리적 장벽이 무너졌다. 


또한 욜로 문화의 확산과 함께, 

힙하면서도 이색적이고, 

조용한 해변에서 즐기는 서핑은 

도심의 지친 직장인들의 마음의 

안식을 주기에 그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특성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 한번 이슈가 되기 시작하

는 문화를 급속도로 소비시켜 버리는

습성이 있다. 

(TV에 한번 나온 맛집들이 순간적으로 

벌집이 되어 버리는 그런 것 말이다.)


양양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핑숍의 수는 2016년 30여 개에서 

매년 2배가량 증가하였고, 서핑숍 

뿐 아니라 서핑을 콘셉트로 한 카페, 

숙박시설, 대형 리조트까지 우후죽순 

생겨났다.


고즈넉한 해변에서 자유로이 즐길 수 

있었던 낭만 있는 서핑의 모습은, 

점차 사라지고, 클럽문화로 도배되어

버리는 왁자지껄한 곳이 되었다. 


임대료며 집값도 치솟아 젠트리 피케

이션을 피할 수 없었고, 대기업의 리조

트가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젠트리피

케이션은 가속화되었다.

(쓰러져가는 방 3개 정도 달린 민박집

이 20억에 나왔다는 풍문은 아마도 

풍문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서핑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환경문제였다.


사실 서핑의 문화에서 강조하는 것

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크게 환경

보전과 로컬 리스펙트 (지역과 지역

주민에 대한 존중의식) 이 큰 축을 

차지한다. 


매년 증가하는 쓰레기 문제와 젠트리

피케이션 문제를 보면, 서핑의 메카인

 양양에는 서핑 문화가 실종되어가고 

있는 모순적인 안타까움이 있다.


이런 문제를 모르는 바 아닌 서퍼들은 

바다정화 캠페인인 take 3 (서핑하고 

바다를 나오면서 쓰레기 3개 줍기) 

캠페인이나 비치클린 운동, 폐서프보드의

올바른 폐기물 처리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밀려드는 절대다수의 관광객

들이 파괴하고 있는 큰 파도를 막기에

는 아직은 역부족인 듯하다.


우리 양양청년협동조합에서는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지역관광기념품을 만드

는 프로젝트를 고민 중에 있었다. 


양양하면 서핑을 빼놓을 수 없었기에 

서핑 관련 콘셉트의 다양한 제품들을 

고안하고 있었다.

그런데 해가 지날수록 심각해지는 

서핑 문화의 실종이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로 다가왔다. 


서핑 문화가 정착하지 않으면, 서핑은 

그저 한때의 유행으로 지나가 버릴 것이

고, 그렇게 되면 양양은 더 이상 서핑의 

메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지 못할지 모

른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서핑

관련 기념품은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다른 방법을 고민했고, 서핑의 문화

(환경보전, 로컬 리스펙트)를 실현할 수 

있는 고민에 고민을 했다. 


그런 고민 끝에 발견한 것이 바로 

폐서프보드의 발생 문제였다.




[폐서프보드는 재활용이 안 되는 산업폐기물!]


가장 안타까운 이유는 망가진 폐서프보드가 재활용이 되지 않는 산업폐기물로 분류가 된다는 점이다.


서프보드는 90% 이상이 스티로폼으로 이루어진 제품이다. 스티로폼은 재활용이 잘되는 소재로 분류되지만, 이 서프보드의 몸체인 스티로폼을 감싸는 외부의 유리섬유, 본드, 스펀지가 밀집되어 있어 분해가 쉽지 않기에, 더 명확히 말하면 분해할만한 시스템과 인력이 부족하기에 재활용 기회를 버리고 산업폐기물로 처리하는 실정인 것이다.




매년 증가하는 폐서프보드의 발생 문제를 대중들에게 알리고, 결국에는 폐서프보드의 분해 시스템을 통해 자원재활용률을 높이고 산업폐기물의 발생을 억제하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되었다.


우선, 폐서프보드 문제를 알리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는 1차적으로 폐서프보드를 캔버스로 활용한 서프 아트웍의 제작이었다.


양양청년협동조합은 목공 전문가, 드로잉 파트 전문가가 있어, 이 두 팀이 합쳐 아트웍의 제작과 아트웍을 활용한 벤치를 만들어 보자는 프로젝트를 2021년 1월부터 논의하고 추진을 시작했다.



[폐서프보드! 서프 아트웍으로 새로 태어나다!]


가장 먼저 추진한 프로젝트는 폐서프보드로 아트웍을 만들어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장비도 없었고 자본도 없던 우리는 우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양양청년협동조합의 두 명의 드로잉 작가로부터 서프보드에 그림을 그려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필요한 곳에 기증하였다.


다행히 반응은 좋았다.

딱히 장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는 서프아트의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것은 물론, 서프보드의 특유의 독특한 디자인과 감성 게다가 폐서프보드를 활용함으로써 환경운동에 동참하고 있다는 감성까지 전달하게 된 것이

좋은 반응의 피드백들이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우리는 또 다른 프로젝트에 돌입하게 된다.


[폐서프보드 아트웍을 활용한 벤치 제작!]


2021년 12월 연말에 우리는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프로젝트는 폐서프보드를 활용한 벤치 제작과 기증이었다. (아쉽게도 달성은 못했지만) 보다 많은 분들께 우리의 활동을 알리고, 폐서프보드의 발생 문제를 알리는 데 일조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폐서프보드 업사이클링 벤치는 기존에 제작한 서프보드 아트웍을 등판으로 활용하면서 다채로운 디자인들로 채워 일종의 조형물 기능을 하고 더 나아가 광고판의 기능까지 하는 서프보드 교체 방식의 시스템으로 제작한 벤치다. 또한 공공시설에 기증함으로써 지역주민들이나 관광객들에게 편의성을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도 가지고 있다.

폐서프보드 벤치 설계를 논의 중인 이동근 감사(좌)와 김석기 이사장(우)


폐서브보드 벤치 1차 설계도
폐서프보드 벤치 1차 목업 작업


[ESG경영 기조에 부합하면서 더욱 관심을 받게 된 폐서프보드 업사이클링]


요즘 가장 주요한 기업의 화두라면 ESG경영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양양청년협동조합 또한 덩달아 이슈가 되면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지역 내외의 매체들로부터 인터뷰와 촬영 요청을 받으면서, 폐서프보드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를 더욱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지역방송 3사 MBC, KBS G1(SBS)에 모두 출연하는 기회도 생겼고, 히스토리 채널, YTN, MBN과 같은 종편방송과 지역 매체 (강원도민일보)에 특집기사로 소개되기도 하였다.


G1강원민방 강원매거진 7 '내가 만드는 내 강원도' 2022년 2월 25일 방영분



MBC 생방송 강원365 (2021년 12월 28일 방영분)




[앞으로 양양 청년 협동조합은?]

올 2022년에는

폐서프보드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를 더욱 다각화할 예정이다. 인테리어 소품 제작은 더욱 고도화하고, 벤치는 더 많은 곳이 비치할 수 있도록 제작을 확대할 것이다. 아울러 무인 해양 정찰 보드를 개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여름철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바닷가에 상시 떠있으면서 운행을 하며 안전관리감독과 안전방송, 그리고 구호장비를 구비하여 신속히 구조에 동원될 수 있는 무인 시스템의 제품이다.


결국 이 모든 활동들의 최종 목표는 폐서프보드의 산업폐기물로써의 발생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 그로 인해 바다가 깨끗해지는 것, 그리고 결국

성숙한 서핑 문화가 자리 잡아 양양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서핑의 메카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2편에서는 폐서프보드 업사이클링 과정을 세부적으로 다루고자 하며 앞으로도 계속 추진되는 활동에 대해 지속적으로 글을 올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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