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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기시대 Aug 10. 2021

양양에살러 왔는데요... 조연주 님 이야기

원해서였다기 보다는...


마냥 신나게 웃고 떠들었던 양양의 처음

■ Profile

이    름 : 조연주

거 주 지 :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현재직업 : 프리랜서 작가(일러스트레이터)

정착시기 : 2017년 6월 ~ 현재   

  

■ History

2020년 ~ 현재 양양청년협동조합 디자이너

2018년    3월 출산

2017년    9월 결혼 

2016년    5월 생에 첫 양양방문


■ Prolog

23살이 되던 해에, 휴학을 했다.

인천 외에는 살아본 적이 없던 나는

조금 더 세상을 알아가고 싶었고,

일단 제주도로 떠났다.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 스텝 생활을 하며,

생활비를 벌고 몇 개월간의 제주살이를 시작했다.

제주살이를 하면서,

다른 지역에서의 삶도 궁금해졌다.


우연히 TV를 통해 양양의 모습을 접했다.

서핑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나

인터뷰들을 보면서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은 삶의 모습을 보았다.

그렇게 이끌려 

한 번도 가본 적도 없는 

양양이란 곳으로 떠나기로 결심했다.


내가 살던 동네와 정반대에 위치한 곳 양양, 

마냥 낯설고 그래서 설렜던 나에겐 그저 미지의 공간


그곳이 지금 내 삶의 터전이 되리라고는 

상조차도 하지 못했다.


하물며 이곳에서, 결혼을 하게 되고,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된다는 생각을 해보기나 했을까?


게다가 지금은

전공과도 전혀 상관없고,

나에게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보지도 않았기에,

내 장래희망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었던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어 있다.


지금도 내 옆에 잠들어 있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문득 어색하고 신기할 따름이다. 


첫 발을 디딘 그 순간부터

아이와 산책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지금의 이 순간까지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낯설고 어색한 양양.


양양, 이 동네 도대체 뭐야?







■ 인터뷰


Q1. 간단히 소개를 부탁드려요

A1. 안녕하세요 저는 양양에 살러오려고 온 것은 아니었지만, 양양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고 2017년에 결혼을 해서 지금은 아이를 키우고 있는 4살 아이의 엄마 조연주라고 합니다.



Q2. 양양에 내려온 시기는 어떻게 되세요?

A2. 양양에 처음에 내려온 때에는 2016년 5월에 처음 양양에 왔었고,

정식으로 살기 시작한 것은 2017년 9월에 결혼을 하게 되면서부터였어요. 양양에 살러온지 벌써 5년 차가 되었네요. 



Q3. 거주하고 있는 지역은 어디인가요?

A3. 지금은 양양의 어성전리에서 살고 있습니다. 양양하면 대부분 바다만 많이 알고 계시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동네 어성전리는 바닷가에서 15km 정도 내륙으로 이동하면 만날 수 있는 계곡이 아름다운 산골이에요.

예전에는 법수치 계곡이 워낙 유명해서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해요. 지금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성수기에는 꽤 많은 관광객들이 찾기도 해서 펜션도 많은 그러한 곳이라고 생각을 하시면 될 것 같네요.



Q4. 현재 양양에서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A4. 남편과 같이 양양청년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지역관광 기념품을 만드는 일을 준비하고 있어요. 양양에 내려와서 남편을 만나면서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남편이 많이 좋아하더라고요 용기를 조금 얻어서 재미를 붙이다 보니 지금은 제 브랜드를 단 소품들을 디자인하고 제작하고 판매하는 소품숍을 차리는 꿈까지 꾸게 되었습니다.



Q5. 양양에 내려오시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A5. 대학생이었어요. 그런데 대학생활이 딱히 즐겁진 않더라고요. 조금 더 세상을 알아가고 싶었고 다양한 삶을 경험해 보고 싶었어요.

일단 여러 가지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 우선 제주도로 떠났어요. 제주도에는 아무래도 관광객들이 많다 보니 게스트하우스에서 구인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선 게스트하우스 스텝 생활을 했어요.  그 당시에는 시골살이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주도에서의 일과 생활이 낭만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제주도에서 돌아오고 나니, 곧장 또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더라고요. 기왕이면 낯설고 그래서 잘 모르는 이방인처럼 느껴질 만한 곳이 어딜까 고민을 했는데, 그렇게 선택한 곳이 양양이었어요. 게다가 당시에 서핑이라는 문화도 생소했고 배워보고 싶었어요. 그리고는 양양에서 일할 곳부터 알아보게 된 거죠.



Q6. 양양에 살러온 계기가 있었나요?

A6. 남편이 있어서 여기로 오게 된 거죠. 진짜 남편 하나만 보고 왔네요. 처음 양양에 온 건 2016년도였어요. 양양이란 곳에 평생 처음 와봤어요. 양양으로 내려오기 바로 전에는 제주도에서 스텝 생활을 마치고, 집에 머물렀어요. 제주도의 경험이 좋았기에 다른 지역들도 경험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지던 찰나, 우연히 TV 프로그램에서 양양에 대한 내용을 보게 되었어요. 

 한 손님이 음식점을 찾아 들어갔는데, 식당 주인이 없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본 다른 행인이 말하기를 파도가 좋아서 주인이 지금 서핑하러 가서 없다고, 조금 기다리시라고 말하는 모습이 나왔어요. 가게문을 열어놓고 서핑을 하러 갔다니, 황당스럽기도 한 상황이지만, 저는 오히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삶이 멋지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양양으로 가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던 것 같아요. 

기왕이면 조금 길게 머물고 싶었기에 숙식제공이 되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다가 당시 수제 맥주와 피자를 판매하는 펍이 있는 양양의 죽도로 떠났죠. 

 그리고 그해 6월쯤이었어요. 비가 많이 와서 손님도 별로 없던 그날, 굳이 가게를 찾아온 손님이 계셨어요.

비가 오는 날이고 마감이 다가오는 시간이라 손님도 없었고 지루했던 터라 이야기를 길게 나누었어요. 당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던 그분은 게스트하우스의 손님들을 데리고 서핑체험도 시켜주고 서핑 이후에는 맥주를 마시러 가게에 자주 들렀어요. 이후로 계속 만남도 잦아지고 친해지게 되면서 연애를 시작했어요. 

그 손님이 지금의 남편이 되리라고는 그 당시에는 생각도 못했었죠. 하물며 생에 처음으로 와본 양양에서 살게 되리라는 것도요.



Q7. 16년에 양양에 처음 오셨는데, 17년에 결혼이라, 결혼은 어떻게 그렇게 일찍 하시게 된 건가요?

A7. 지금의 남편과 사귄 지는 1년여 정도 되던 시점이었어요. 조금 쑥스럽긴 하지만, 급작스럽게 아이가 찾아오게 되면서 결혼을 서두르게 되었어요. 


Q8. 결혼식 준비할 시간도 촉박하셨겠네요?

A8. 네, 결혼식을 거창하게 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특별하게 하고 싶었어요. 남편도 같은 생각이었고요. 

그래서 그런지 결혼식 준비는 정말 금방 끝났고, 오히려 더욱 의미 있는 결혼식을 할 수 있었어요. 우리 동네의 작은 교회에서 생활한복을 입고 결혼을 했어요. 청첩장도 저와 남편의 그림으로 꾸미고, 피로연 음식은 시어머니와 동네 어르신들이 직접 만들어 주셨어요. 웨딩사진은 스튜디오가 아니라 남편의 후배분이 찍어주셨고, 양양의 구석구석 그리고 남편과 저의 의미 있는 장소들을 돌아다니며 촬영했어요. 마을에서는 10여 년 만에 동네에서 결혼식이 열린다고 오히려 저희보다 더 들떠하시더라고요.

저는 굉장히 만족하고 있어요 결혼식에 대해서 매년 결혼사진 찍었던 장소에서 아이랑 사진도 찍기도 하고 추억을 남길 수 있어서 더욱 의미 있어요.



Q9. 아무래도 양양하면 서핑이잖아요? 서핑은 자주 하시나요?

A9. 처음 양양에 왔을 때, 서핑을 배웠었는데 생각보다 무섭더라고요.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물에서 노는 걸 좋아는 하지만 물을 두려워하거든요. 특히

깊은 바다에 들어가는 걸 굉장히 무서워해요. 발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게 특히 무서웠었는데 서핑을 하려면 그런 깊이까지 가야 할 때도 있다 보니 많이 두려웠어요.

그래도 차차 연습도 하다 보니 조금 극복도 되긴 했어요 그때 계속 서핑을 했으면 재미를 붙이고 잘 탈 수 있었을지 몰라요. 그런데 그 시기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게 되다 보니 서핑을 할 수가 없어서 차츰 멀어지게 된 것 같아요.

임신을 하게 되다 보니까 서핑과 점차 멀어지게 되었죠. 지금은 바다에서 수영하는 것은 자주 하지만, 서핑은 여전히 잘 안 하게 되네요.



Q10. 피서철에 여행 오시는 분들이 지켜줬으면 하는 매너가 있다면?

A10. 운전을 잘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양양으로 여행을 와서 신난 마음까지는 이해하지만 너무 들떠서 운전을 난폭하게 하거나 산만하게 운전을 하다가 사고 나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어요. 길을 잘 모를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함부로 차선을 무리하게 바꾼다거나 좁인 길이나 골목길에서 너무 속력을 내어 달리거나 크게 음악을 틀어놓고 운전하느라 주위를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운전하시는 모습을 많이 봐요. 더군다나 저는 아이가 있다 보니까 아이가 다치게 될까 봐 더 민감해져서 짜증도 나고 화가 많이 나요. 제발 안전히 운전을 해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Q11. 최근 양양에 살러오시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 바다와 가까운 삶을 택하시던데,

어성전리는 완전한 산촌이잖아요?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A11. 장단점을 딱 나눠서 말을 한다면 솔직히 단점이 더 많을 것 같기는 해요 왜냐하면 젊은 사람이 살기에는 불편한 점이 너무나도 많거든요 제가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고 하다 보니까 제가 산속에서는 딱히 할 것은 없거든요 장점이라 한다면 일단 조용한 것이랑 한적한 것이 좋기는 하죠 근데 이것도 너무 오랫동안 한적하고 조용하면 큰 장점으로는 안 다가오더라고요 안 좋은 점이라고 한다면 일단 편의점까지도 너무 거리가 멀어서 차를 타고 20분 정도 나가야 된다는 것이 진짜 불편하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게 아예 없으니까 식당이라던지 카페 편의점 들은 모두 차를 타고 나가야 하고 장 보는 것도 마찬가지고 그런 게 제일 불편하죠 그리고 산이기 때문에 벌레들도 많아요 날이 따뜻해지면 벌레 걱정이 너무나도 크게 다가오죠 파리도 많아지고 일교차가 커서 한여름 외에는 저녁에는 추워요 저는 추위를 많이 타서 추운 게 싫거든요 근데 너무 추워서 싫어요 근데 제가 느끼는 단점들이 누군가에게는 장점이 될 수 도있는 부분이라서 이게 객관적인 단점이라고는 생각이 안 드네요 더운 거 싫어하는 분들은 좋아하실 수 도 있고 그리고 여름에는 다슬기 잡기에도 좋은데 물에 들어갈 수 있는 건 여름뿐이잖아요 그래서 여름 외에는 제가 산에서 사는 게 큰 메리트는 없어요 처음에는 차 타고 나가면 편의점이든 뭐든 다 있으니까 이 정도면 뭐 괜찮겠다 했는데 살면 살수록 그 거리가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기 사시는 분들은 진짜 잘 안나 가시거든요 저도 점점 안나가게 되고 그러면 오히려 더 스트레스받고 그래요 



Q12. 정착을 위해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할 주거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A12. 처음에 저는 남편이 살고 있던 집에서 살다가 저희 식구를 위한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월세나 연세가 비싸더라고요.

더 명확히 말하자면 집의 퀄리티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집세가 비싸다는 게 맞겠네요. 왜냐하면 새집도 아니고 오래된 옛날 집이어서 리모델링이나 단열 문제를 다시 공사를 해야 하는 곳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보통의 월세집들과 비슷한 가격을 받아서 조금 놀랐었던 것 같아요. 확실히 제가 생각했던 시골집의 집값보다는 비쌌어요.

간혹 서울에서 오랫동안 생활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저렴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아파트로 거주할 계획이시라면, 이런 걱정은 안 하시겠지만, 전원주택을 희망하시는 분들은 특히나 생각보다 관리를 위해 들어가는 유지보수비가 높다는 건 미처 생각 못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서울과는 비교과 안될 정도로 관리비 가스비 같은 것들이 엄청나게 나온답니다

그리고 집이 고장이 나면 고치는 것도 오래 걸리고 비싸다 보니, 자기 스스로 고쳐야 할 때도 있고요.

그런데 무엇보다도 집을 구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건 바로 부동산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어요. 우선 인터넷이나 어플 등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다고 봐도 되고요. 그렇다 보니 인맥이나 동네분들을 통해서 물어물어가변서 비효율적으로 알아봐야 하더라고요. 처음 귀촌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땅을 사서 그곳에서 집을 짓거나 하는 것 아니라면 집을 구한다는 것은 정말 하늘의 별따기라고 생각이 들어요.



Q13. 텃세를 느낀 적이 있으셨나요?

Q13. 저는 시어머니랑 시아버지랑 여기 오랫동안 사신 분들이라서 그분들의 며느리라고  하는 것이 있다 보니까 동네에서는 다 알고 있어서 그런지 텃세는 잘 못 느끼겠어요. 다만 동네 어르신들이 집에 불쑥불쑥 문 열고 들어오실 때가 있는데, 이런 부분은 아직도 적응이 안돼요. 



Q14. 주변 이웃과의 마찰은 없으신지, 있다면 해결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14. 우선 마찰은 잘 없어요. 동네 주민의 대부분은  나이가 지긋하신 6-7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에요. 제가 나이가 어리기도 하니 이웃분들에게는 거의 손녀뻘이에요. 그래서 어르신들께서 하시는 말씀을 잘 들어드리기만 해도 마찰은 많이 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듣기 싫은 이야기들이 많지만,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야지 괜히 이해시키려 하면 오히려 대꾸한다고 생각하시면서 갈등만 커질 수도 있으니까요.



Q15. 체감하는 양양의 물가는 어떤가요?

A15. 깜짝 놀라게 비싸요. 특히 과일 가격이요. 저는 딸기가 그렇게 비싼지 처음 알았어요. 인천에 살 때도 딸기를 한팩에 팔천 원에 사본적이 없거든요. 여기는 딸기 농장도 있고 강릉이나 속초에 가까운 곳에 딸기 농원도 많길래 수도권 보다도 저렴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비싸요. 그리고 서울보다 다 서울에 납품하고 남은 것들만 갖다 놓는지 가격 대비해서도 상태도 안 좋아요 

그리고 관광지다 보니까 음식 가격이 비싸요 그리고 커피 가격도 비싸고요. 매일 사 먹기에는 부담이 크죠



Q16. 생계를 위한 일자리를 찾기는 수월한 편인가요?

A16. 훨씬 힘들다고 생각이 들어요. 간단한 알바를 구하기도 쉽지 않고, 직장도 거의 없고, 거의 농공단지의 공장이나 그 정도인 것 같아요. 게다가 근무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를 해야 하니, 저처럼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는 육아를 병행하면서 직장을 다니기가 어려워요.



Q17. 양양에서 일자리를 구해본 경험이 있었나요?

A17. 처음 양양에 왔을 때에는 수제 맥주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고, 결혼 후에

아이를 넣고 조금 여유가 생겼을 즈음에 바닷가 쪽 펜션에 청소하는 일을 잠깐 했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제가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 스텝 생활을 하면서 청소를 했었다 보니 그래도 나름 경험도 있고 보는 눈도 있는데, 그에 비해 너무 대충 청소를 한달까요? 충격받고 그만뒀어요. 게다가 쉬는 날이 명확하지 않고 그때그때 다르니 일정관리도 안 되는 게 제일 컸던 것 같아요. 만족도는 꽝이었네요.



Q18. 일자리가 늘릴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A18. 공장 같은 곳이나 예전에 잠깐 일했던 숙박시설의 관리나 청소직에서도 일자리를 마련할 때 하루 종일 일하는 것 말고 그 시간을 쪼개서 하루에 사람을 구한다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굉장히 많을 것 같아요.

그런 곳들에서는 일할 젊은 층이 없다고 하고 젊은 사람들 쪽에서는 일할 곳이 없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구인을 하실 때 파트타임으로 구하시면 더 많은 분들이 지원할 것 같아요.



Q19. 양양에서의 육아는 만족하시나요?

A19. 좋은 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아이가 시끄럽게 떠들거나 쿵쿵 뛰어도 눈치 안 봐도 되는 것이 좋아요. 아파트나 밀집된 곳에 사시는 분들 보면 아이들 뛸 때마다 안돼! 안돼! 하며 다그치고 스트레스받으시는 모습이 안타까웠거든요. 당연히 아이들은 맘껏 뛰놀고 싶은데 그러지를 못하니 아이들도 많이 답답할 것 같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양양하면 자연경관이 너무 좋다 보니 다양한 꽃들과 농식물들이 자라는 풍경들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식물에 대해 관찰하고 공부할 수 있는 것도 좋고, 올챙이 같은 건 도시에서는 잘 못 보잖아요. 올챙이뿐만 아니라 민물고기나 다슬기 같은 다양한 생물들도 직접 보고 만지면서 관찰할 수 있죠. 이렇게 자연과 가깝게 지내면서 자랄 수 있는 게 좋은 점이라 생각해요.

 반대로 힘든 점이라면, 집 주변에 있는 아이 또래의 친구가 잘 없다 보니, 제가 온전히 아이와 하루 종일 붙어서 놀아줘야 하는 거예요. 키즈카페도 없고, 주변에 잠깐 맡길 수 있는 이웃도 없고요. 

초등학교 때부터는 그래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그 시기에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해요. 그리고 아이를 위한 병원이 가까이 없으니 그 부분은 항상 불안함을 가지고 살고 있어요.



Q20. 추가 자녀 계획이 있으신가요?

A20. 지금은 없어요 1~2년 전까지만 해도 약간 그런 생각이 들기는 했었는데 지금은 진짜 더 생각이 없어지는 것 같기는 해요 왜냐하면 아이를 키울 때 너무 힘들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고 이제 조금 저의 시간도 생기고 다시 정신을 차린 느낌이라서 지금 아이를 또 가진다면 저의 개인적인 것들이 또 다 사라지게 되니까 그렇게 된다면 너무 힘들 것 같아요



Q21. 전반적인 양양살이의 좋은 점과 싫은 점이라면요?

A21. 좋은 점은 제가 물에서 노는 걸 너무 좋아하거든요. 저희 집의 위치는 바다도 가깝지만 계곡은 또 바로 옆이에요. 그래서 바다에 가고 싶을 때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고, 저희 집 앞이 바로 계곡이라 언제든지 계곡물이 몸담을 수 있고 다슬기도 잡을 수 있는 것이 좋아요.

반대로 싫은 점은 가까운 영화관을 나가려 해도 집에서 20킬로는 나가야 그나마 군에서 운영하는 작은 영화관을 갈 수 있고, 더 큰 극장을 가려면 속초나 강릉까지 1시간 이상을 나가야 한다는 것이에요. 거리가 멀다 보니 다녀오는 게 부담이 되고 그만큼 영화를 자주 못 보게 되어서 아쉬워요. 영화관뿐만 아니라 마트나 편의점도 가까운 곳이 20킬로 정도 되니 너무 멀죠. 병원은 큰 병원을 가려면 또 속초나 강릉까지 나가야 해요. 그마저도 이동을 하려면 대중교통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운전을 해야 하는데, 운전 피로도도 너무 높고요.



Q22. 양양으로 이주하는 청년들에 대한 양양의 전반전 분위기는 어떤가요?

A22. 비단 청년층을 떠나서 귀농귀촌 등을 장려하고 각종 지원 혜택에 대한 홍보도 많이 하길래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일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막상 지내보니   

별 관심이 없는 듯해요. 오면 오는구나 가면 가는구나 이런 느낌이랄까요? 딱히 큰 관심이 없어 보여요. 계속해서 노령화와 저출산으로 인구절벽이 위기라는데 그나마 양양살이를 하러 온 청년들도 못 버티고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모습을 종종 보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양양이라는 곳이 초고령화를 넘어 인구 부족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어요.



Q23. 양양은 청년들이 살기에 좋은 곳이라고 생각을 하시는지?

A23. 그리 살기 좋은 환경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일단 인프라가 제대로 안 갖춰져 있고 모든 것이 다 노년층 위주로 운영이 되다 보니, 청년들을 배려한 환경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청년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혜택이나 문화공간도 많지 않으니까요.



Q24. 청년들이 많이 오게 하려면 어떠한 혜택이나 정책이 있으면 좋을까요?

A24. 양양에도 청년이나 창업을 위한 지원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일단은 저는 임대주택처럼 어느 정도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기간 동안에는 저렴한 월세로 살 수 있는 집을 제공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래야 양양이라는 곳에서 살 수 있는지 일자리를 구하든 뭘 사업을 하든 할 것 같아요

요즘 서핑 인기 때문인지 양양으로 유입되는 청년들도 늘고 관광객도 증가하다 보니 조금 안일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는 느낌이에요. 정작 정착을 하는 청년들은 어려움을 겪다가 다시 양양을 떠나는 일들도 늘어나는 것 같은데, 조금 더 적극적으로 청년인구 유입을 위한 노력을 해주셨으면 해요.



Q25. 귀촌을 한 청년들이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책임감을 가지고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25. 굳이 지역발전을 위해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거나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청년들이 사업을 한다거나 일을 하게 된다면 지역사회에 발전에 공헌하는 것 아닐까요? 지역사회의 공헌에 대한 의무감을 반드시 가져야 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해요.



Q26. 귀촌생활의 TV 속 모습과 실제 모습의 차이점이라면?

A26. 매체들에서 보이는 이야기들을 보면 시골살이에 대해서 너무 희망적이고 로망 있게 보이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처음에는 좋아 보였던 것들도 살아가면서 단점으로 바뀌기도 하거든요. 예를 들어 한적하고 사람 없고 계곡이 가까워서 여유롭고 한적하게 언제든 물놀이를 할 수 있지만, 또 사람이 너무 없다 보니 심심하고 답답해 죽거든요. 

꼭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카페와 같은 공간이나 하다못해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이라도 있어야 숨통이 좀 트인달까요.

사람이 드문 한적한 시골에는 가끔 별장처럼 쉬는 것이면 몰라도 계속해서 이곳에서 생활을 기반으로 살게 된다면 불편한 것들이 너무 많죠.

  도시가스가 없으니 LPG가스를 수시로 주문 배달해서 써야 하는 것부터, 전원주택의 경우에는 냉난방비가 어마어마하게 나와요. 기본 3-40만 원은 나오는 것 같아요. 게다가 TV에서는 냄새는 안나잖아요? 봄이 다가오면서부터는 각종 거름냄새들과 소똥 냄새, 그리고 풀이 자라면서 진드기 같은 벌레들도 너무 많고요. 진짜 생활을 하러 살러오시는 거라면 그런 사소한 것들까지 모두 생각을 하셔야 해요. 티브이에서 보이는 것은 정말 일부입니다.



Q27. 앞으로도 계속 양양에서 살아가실 건가요?

A27. 잘 모르겠어요. 계속 살 수도 있겠지만, 아이의 교육을 생각하면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도 고려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서울로는 다시 가지 않을 것 같아요.

서울이 여러 인프라가 잘 갖춰져있기는 하지만 그만큼 생활비나 교육비도 많이 들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 집하나 마련을 못하는 막막한 현실을 마주할 생각을 하니 더욱 서울 가기가 두려워져요. 대출해서 집구 하고 일하는 목표가 결국 평생 대출금을 갚아가는 그런 삶을 살고 싶지는 않거든요.



Q28. 양양살이를 희망하시는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조언이 있다면?

A28. 귀촌을 하시는 것을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을 하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적어도 1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고, 서울과 지방 소도시를 오가면서 내가 귀촌을 하는 것이 좋을까 하면서 한 번 그냥 지내보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왜냐하면 내가 정말 생각지도 못한 불편한 점을 마주 보게 될 수 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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