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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기시대 Jun 08. 2021

중고가 좋아졌다 3

처음 시작은 일단 청소부터였다.

사실 기계 특히나, 자동차에 대한 지식은 전무했다.

다만, 로망 정도는 가지고 있었으니,

그것은 튜닝!


(사실 튜닝 외 다른 용어를 모르기도 하다.)


그런데 튜닝이란 것이

작게는 스티커 등 꾸미는 외형부터

기계적 성능까지 변경하는 기술적 영역까지

스펙트럼이 워낙 넓다.


게다가 나는

외형 내형 그 어느 것 하나 지식이 전무하기에

튜닝이라 하면,

그저 뿌아아앙 소리가 크게 나는

스포츠카의 속도를 올리는 튜닝 정도?

아니면,

그나마 벙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접한

복원과 기능 개선과

외관 디자인 개선, 파츠 등에 대한

이미지만 있었다.


모르기 때문에

두려웠다.


게다가 차는

그냥 내가 막 장난칠 수 있는

무슨 장난감이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지금 내 앞에 있는 이차


오늘 타고 다니다가

내일 도둑맞아도

딱히 아쉬울 게 없을 법한


오래된 자전거 정도의 느낌? 의

이 자동차는


실험용으로 막 다루기에는 최적의 모델이었다

두려움도 없었다.


그래도 뭐가 보여야

분해를 하든, 꾸미든 하지


일단 청소부터 해야 했다.

(앞서 적었듯, 트렁크에는 당장이라도 농사를 지어도 될법한 비주얼의

흙과 돌멩이가 그득한 황당한 비주얼이었으니)


세차가 아니라 세탁이 필요했던 첫 날



세차를 2시간 정도 했다.

그런데 2시간 세차를 한 뒤,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내일 더 하자.


하루 만에 끝나지 않았다.

거의 세탁기에 돌리듯 해야 그나마

좀 차로 보일 정도?



그렇게 청소를 마무리하고

제일 먼저 신경이 쓰인 것은


바로 ‘녹’이었다.


1999년 식인 데다가

동해안의 바닷바람을 맞고 지내던 녀석이라,

그에 걸맞게 여기저기 녹이 많이 슬었더랬다.


다행히, 많이 깊지는 않아서,

적당히 다듬으면 창피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전문가의 의견을 얻고자,

정비소로 차를 몰고 가,

말 그대로 올렸다 (리프트에 차를 올려 하부를 보는 것)



음...

가망성 없는 환자를 맞이한 의사의 표정이 이럴까

수술을 시도하기도 전에 엑스레이만 보고,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라는 말을 하려는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정비소 사장님이었다.


그.. 그만.. 알겠어요..

그래서 얼마나...


길어야.. 3년입니다..



그랬다.

뭐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막상 사망선고를 받으니,

뭐랄까...

먹먹해지는 느낌이랄까?


그게 시작이었다.

이 무생물의 오래되고 낡은 자동차에게

마음을 주고,

교감을 하기 시작한 것이...


그전에도 차가 있었지만,

2시간 이상을 게다가 이틀에 걸쳐서

정성 들여 세차하지도 않았고, (그렇게 할 정도로 지저분하지도 않았고)

공들여 관리하기보다는

언제 돈 모아서 드림카를 사나라는

미래의 드림카만 갈망했다.


그런데,

이 1999 무쏘를 만나고

청소하고

자동차 검사를 마치고 나서부터

이상한 고집이 생겼다


‘살리고 싶다’

‘고치고 싶다’

‘꾸미고 싶다’


한여름에도 플리스 소재의 이불을

기어코 끌고 다니는

4살배기 우리 딸내미 마냥

.

.

.

어느 순간 애착이 생겨버린 것이다.



자...

다시 돌아와서...

이제 본격적으로,

(그렇지만 소심하게)

무쏘를 다듬기? 시작했다.


우선 첫 번째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한 것이

녹 제거와 도색이었다.


유튜브를 찾아보니,

일단 도색을 위해서,

사포? 그라인더로 겉면을 갈아내는 게 아닌가


멋도 모르고

무작정 따라 했다


우선, 잘 안 벗겨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라인더는 너무

위험하다

위험하다

위험하다


굴곡이 많은 차량의 표면을 갈아내는 일은

참으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차량 보닛을 갈아내다가

아 아니다! 싶어 접었다.

정석으로 하고는 싶었지만,

페인트를 벗겨낸 후 얼마 되지 않아, 바로 녹이 생기는 게 아닌가


섣불리 뛰어들어

녹 제거와 도색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녹이 뚝뚝 떨어지는 차를 두고 토끼 게 될 판이었다


그래서 과감히 (나는 현명했다고 지금도 판단한다) 포기하고


그래도 로망의 하나는 달성하고자 했다


그 로망은 바로


블랙 무광!

(그렇지 남자라면 블랙 무광이지!!)


차량용 스프레이는 너무 비싸더라,

그냥 동서 락카 블랙 무광 스프레이를 10통 정도 샀다.


막 칠한 들 어떠랴

중고 자전거와 같은, 아니지 자전거보다도 저렴한 가격의 녀석이기에

부담감은 전혀 없었다.

옭아매는 부담감이 없으니, 자유로웠다


무광 블랙을 칠하고 나니,

웬걸,

생각보다

너무 이뻐졌다.



도색전


도색 후 굳이 극적으로보이기위해 필터를 좀 넣어보았다


그래서 더

애착이 심해졌다.


그 이후의 행보는

심지어 자동차 값보다 더 비싼

캐리어와 각종 액세서리와

차량 정비를 하기 시작했다.


무광 블랙 도색 후의

시도는 바로,

툴레 바와 바스켓을 루프에 올리는 것!


그렇다.

전혀 쓸모도 없고,

차값보다 비쌌다.


그런데,

그렇게 쓸모없음을 알지만,

애착이란 무서운 것이

그 명분을 어떻게든 만들어 내는 힘이랄까!



그 툴레 바와 바스켓이

이 무쏘의 지붕 위에

있어야 했다

있어야만 했다.



약 세 달 정도 모아둔,

카카오 뱅크 적금 기능을 활용해 모아둔,

비상금을 털어,

드디어

차위에 차값보다 비싼 바스켓을 얹혔다,



참...

바보 같지만...

바보 같은 미소를 지으며 행복해지더라


이상한 것이

바스켓을 얹히자.

이 무쏘가 슬슬

나에게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고마워’

‘크 좀 꾸밀 줄 아네!!’


이런 환청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느 순간 내 무쏘는 인격을 얻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예전에 내가 그토록 경멸했던,

우리 모닝이~ 우리 적토마~ 등등등

애칭을 붙이는 주인들처럼


어느 순간

애칭마저 붙여주었다.


무쏘 워~

(아... 이거 한동안 이불 킥 했던 네이밍인데, 뭐 이것도

추억의 일부려니 하고, 그냥 다시 살려내 본다)



무쏘 워의

외관을 꾸민 뒤,


그저 외관만 꾸몄을 뿐이었지만,

차를 탈 때, 그리고 내릴 때

달릴 때

내 모습이 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뭐랄까

진짜 살아있는 말을 타고 달리듯

오랜 세월에 낡고 닳아 호흡이 거친 엔진의 털털거림이

내리막길을 내릴 때의 묵직함과 시원함을

아름다운 풍경을 만났을 때의 감동을


어느 순간

무쏘 워와 함께 나누고 있는 것 같았다.


이것은

튜닝이 아니었다.


그냥

다듬고 청소한 정도였다.


그리고

그렇게 교감을 나눈 끝에는

튜닝은 나와 맞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당연히 무쏘워와도 맞지 않았다.


뭐랄까

젊어 보이려고 유행도 한참 지난 스냅백을

2021년에야 쓰고 다니는 50대 아저씨 같은 거랄까?


자연스럽지 않았다.


그리고 이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리스토어’




-중고가 좋아졌다 3부 끝, 4화에서 계속-


*관련사진을 담은 외장하드 복원 중에 있습니다. 실물을 곧 올리기 전까지 부득이 당시 인스타에 올렸던 사진자료로 대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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