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진아 Dec 24. 2020

일단 시작, 길 위의 이야기

여행이 왜 좋아요?


누군가가 이렇게 물어올 적에, 혹은 스스로 여행의 이유를 찾을 때, 매번 도달하는 지점이 있다. 사람. 정확히는 그 사람의 삶, 이야기. 나는 여행에서 내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그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온 사람들을 통해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생기는 자연스러운 감정을 나누는 일을 좋아한다.


이국에서 맛보는 낯선 맛, 땅과 공기의 질감에 따라 다른 독특한 향, 기후마다의 식물들과 건물이 자아내는 장면들, 동물과 움직이는 기계들이 빚어내는 개성 있는 소리. 이 모두가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새로움임에는 틀림없지만 그중 가장 감동을 주는 건 역시 사람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것은 그들의 이야기이다.


밀린 숙제처럼 이야기들은 마음 웅덩이 곳곳에 자리하고 앉아, 도대체 언제 흐르게 할 일이냐고 재촉해 왔다. 오래전부터, 언제고 쓰겠노라 호언해왔기 때문이다. 우연한 동행자, 환대해주던 현지인, 지금 생각하면 싱겁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그 순간엔 어쩐지 가슴 설레던 이성, 난민, 입양인 등 특별한 사연을 지닌 사람들. 이름조차 나누지 못했지만 목소리와 대화를 나누던 장면이 생생한 이도 있다.


그들을 얼마나 쓸 수 있을지, 꾸준히 써내려 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교수님께 논문 쓴 거 들고 언제까지 가겠노라 약속 잡아놓고, 그날부터 발등 불 떨어진 모양으로 키보드를 두들기던 마음으로, 일단 시작을 선언해 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