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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아 Nov 24. 2021

출장도 여행처럼

전남 강진이라는 곳을 가게 되었다. 업무 일정이지만, 여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지역이라 벌써부터 마음이 설렜다. 어떤 곳일까. 세상 여기저기를 제법 많이 싸돌아다녔다고 자부했는데, 막상 헤아려보니 밟지 못한 땅, 보지 못한 풍경이 너무도 많았다. 그래도 전라북도는 종종 갔지만, 남도는 다섯 손가락도 다 접지 못하고 부끄러운 채 멈췄다.


남도를 처음 간 건 대학교 학술답사. 해남 땅끝마을과 보길도, 그리고 가사 문학의 배경이 된 장소를 방문했던 듯싶은데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눈으로 감상한 장면은 희뿌연 한 대신, 혀로 느낀 감각은 생생하다. 대학생들이 떼로 들어가 식사할 수 있도록 들어간 저렴한 기사식당 음식이 대학 생활하며 방문한 모든 학술 답사지 식사 중 제일이었다. 메뉴는 제육볶음이었는데 반찬으로, 그것도 무한리필로, 양념 게장이 나왔다. 제육볶음 대신 반찬들을 신들린 듯이 퍼먹었었다. 


시간을 십여 년 훌쩍 뛰어넘어 세월호가 침몰하고 얼마 안 되었을 당시,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하늘은 무심하게 눈부실 정도로 푸르고 맑았지만, 꽤나 많은 방문객이 모두 침울해서, 바람마저 차가워서, 너무도 울적했다. 오가는 길에 끼니를 해결한 식당은 물론 맛있었지만, 어쩐지 좋은 추억으로 저장하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에, '맛있다'는 감상은 기억 저 편으로 구겨 넣었다.


세 번째는 출장길이었다. 러시아, CIS 지역의 고려인 예술인을 초청하여 한 달간 국악연수를 받게 하는 프로그램을 담당했었다. 한 달 내내 함께 머물지는 못했지만, 남도로 내려갈 때와 교육을 마치고 수료식 할 때 두 번 먼 길을 오갔다. 기차에서 버스로 갈아타기 위해 목표역 뒷길 골목에서 백반을 먹었었는데, 모든 찬이 그렇게나 입에 맞아, 다음 길에도 같은 식당을 들었었다.


네 번째는 나 홀로 여행. 동생이 무슨 프로그램으로 여수 1박 숙박권과 식사권이 당첨됐는데, 시간이 안된다면서 내게 넘겼다. 바람이나 쐴 겸 1박 2일 다녀왔다. 이때도 첫날 먹은 돌게장이 맛있어, 다음날 다른 집에서도 돌게장 백반 먹었다. 1인분을 파는 집이 드물어 숨은 골목식당을 찾아갔었는데, 양이 너무 많아 '혹시 2인분인가? 1인분은 안 되어서 2인분을 준 건가?' 마음이 불안했었다. 한 입 먹고는 마음이 흐뭇해져 2인분 값을 내면 되지 하고 냉면 그릇 한가득 있는 게장을 또 모두 먹어치웠다. 값은 1인분치를 받으셨다. 


다섯 번째가 이제 강진이다. 가서 일할 생각은 않고 볼거리가 무엇인지, 먹거리가 뭐가 있는지에 온 마음을 쏟고 있다. 검색해보니 강진은 묵은지가 인기란다.


김치라니! 어느 식당에 가든 김치가 맛있으면 다 맛있다고 하지 않은가? 한 번도 기대를 배반한 적 없는 남도의 음식. 장거리 운전은 자신 없어 버스로 갈 생각이었는데, 대중교통이라 묵은지를 사 오지 못할 것 같아 벌써부터 아쉬운 마음이다. 또 다른 매력은 무엇일까? 강진에 계신, 강진을 잘 아는 분 혹시 안 계신가요? 추천 부탁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진으로 보는 <직업여행자의 밥벌이 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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