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미 Dec 15. 2023

#6. 샌프란시스코에서 24시간

#1. 

나는 보통 레이오버를 하면 함께 일한 크루들과 나가지 않는다.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도 있고, 외국인 크루들과 이야기 하는 것이 그닥 편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건 그들도 마찬가지이기에 보통은 잘 권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모르겠으나 최근에는 외국인 크루들이 많이 줄어들어

비행에서 나 홀로 외국인 크루일때가 많다.

브리핑 룸에서부터 버스, 갤리에서 일을 할 때 계속해서 광둥어가 들려온다.

간혹가다 일부러 영어를 쓰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정말 극 소수고,

대부분은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하지만 일과 관련되지 않은 것들은 광둥어로 대화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외롭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이해는 한다. 그들도 모국어가 편할테고

대부분의 크루가 같은 나라 사람이니 굳이 나 한명을 위해 영어로 대화하는게

귀찮을 법도 하지. 

어쨌거나 저쨌거나 나 역시 그 속에 끼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울때도 있기 때문에

레이오버를 하는 경우 대부분은 혼자 지낸다.


아웃포트 호텔에 도착하면 크루들은 차례대로 체크인을 기다리며 단톡방을 만든다.

스테이하는 동안 혹시 비행기가 딜레이 되어 스케줄이 변경된다거나

밖에 나갔다가 소매치기를 당했다던가 등등

곤란한 일이 생겼을 때 즉각적으로 알릴 수도 있고

혹은 가볍게 시간이 되는 사람들끼리 밥을 먹으러 나가거나

투어를 함께 다녀오기 위해서 등등의 이유로

단톡방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하여 보통은 이러한 단톡방에서 나는 조용히 있는 편인데..

오늘은 옆에 앉은 크루가 유독 적극적이다.


혹시 나갈꺼라면 함께 가서 우버비를 쉐어하자며

나에게 일정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물론 나는 혼자서 금문교에 갈 생각이었지만

우버비를 절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기에

조금 고민하다가 좋다고 답했다.

정말 오랜만의 동행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호텔에 도착해서 2시간정도 자고

로비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2.

2시에 호텔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눈을 떠보니 이미 2시 반이었다.

하필 오늘 늦잠을 자다니.

미국시차는 역시 만만치 않구나!

왓츠앱에는 날 찾는 메세지가 와있었고

정말이지 눈앞이 깜깜했다.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써가며 먼저가있으면 따라가겠다고 했지만

30분이 넘게 호텔에서 날 기다려준 이 친구는

점심을 먹고있을테니 삼십분이나 한시간뒤에 만나도 좋다고 했다.

그리고 단톡에 있던 다른 크루 한명이 한시간뒤라면 자기도 조인하겠다고 하여

결국 약속시간보다 한시간이 넘어간 3시 반에 만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둘보단 셋이 덜 어색할 터이니 잘됬다고 생각했다.


사실 내 계획은 금문교를 지나 오른쪽으로 쭈욱 이동하면서 관광지들을 돌아보고 피어까지 갔다 오는 계획이었는데 이 친구는 금문교에 갈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이미 한시간이나 지체하였으니 시간이 조금 늦은것 같다며 바로 피어에 가자고 했다.

약속시간에 늦어버린 나는 발언권이 없다. 

그저 그들을 따르는 수 밖에.

그리하여 피어로 곧장가서 바다사자들을 보고, 유명하다는 클램차우더 스프를 먹고

사진을 좀 찍고나니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간만에 여러명과 갔으니 남이 찍어주는 사진 좀 건지나 했는데 그 역시도 실패.

마지막으로 혼자 금문교에가서 노을지는 것을 보고올까했지만

빠져나갈 타이밍을 찾지 못하여 그것도 실패.

그래도 우버비는 나누었으니 이걸로 만족해야했다.


#3.

시차가 정반대인 미국은 정말이지 생활하기가 힘들다.

이곳은 깜깜한 밤인데 내몸은 아직 대낮이다.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이럴 때 참 묘한 기분이 든다.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일이 잦다보니

스스로를 시간여행자라고 칭하는 동료들도 많은 것 같다.

어떤 때는 이런 순간들이 참 매력적이라고 다가오지만

문득 나도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아가고 싶은 마음일 간절해질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르고

평범한 사람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들기도 한다.



새벽한시가 넘어 피트니스 센터에 가니 역시 나 혼자 뿐이다.

그래도 나름 큰 호텔인데 출장와서 나처럼 시차로 고생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단 말인가?

괜히 더 외로움이 느껴졌다.

해가뜰때가지 금문교에 갈까 말까를 고민하다

블로그에 나와있는 포토스팟들을 보고나니 또 자신이 없어졌다.

혼자서 저기까지 간다고 한들, 너무 아침이라 찍어줄 사람이 없으면 어쩌지?

저기까지 찾아 갈 수나 있을까? 혼자 가서 보면 또 파리에서 에펠탑을 보았을 때처럼

그냥 거대한 철제 물이라는 생각밖에 안드는거 아니야?

그러다보니 그냥 가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의 아침이 밝았고 나는 잠이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5. 삿포로의 카페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