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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미 Nov 30. 2023

#5. 삿포로의 카페에서

2022.01.22


4200엔짜리 카이센 동을 먹으며 사치좀 부려보려 했더니

밥을 먹으면서도 다리가 꽁꽁 얼어버릴 것 같은 추위에 부랴부랴 식사를 마치고

카페로 도망쳐왔다.


일본의 카페는 참..분위기가..고급스럽다. 좋게표현하면 그렇고

달리표현하자면 90년대 호텔 커피숍느낌이랄까.

인스타 감성, 미드모던센츄리, 레트로 감성등 급 변하는 인테리어에 집착하는 우리나라 카페들과 다르게

여기는 변화보다는 옛날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을 선호하는 듯하다.

아무튼 아이패드를 꺼내고 글을 쓰기에 좋은 분위기는 아니다.



멜번까지 씩(병가) 을 내고 결국 3일 스탠바이로 바뀌어 버린 스케줄에

삿포로가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는데

그것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이번달은 회사와 텔레파시가 통했나?


하지만 멜번 비행을 라스트 미닛에 씩을 낼 정도로

나는 많이 아팠다.

그래서 4시간 짜리 짧은 비행임에도 불구하고

호텔에 도착했을 땐 이미 목이 욱씬거리는 느낌이었다.

4시간도 못 버티는 몸이 되었구나..

다음날 새벽에도 잠을 뒤척이다 목이 너무 아파서

급하게 코로나 검사를 해보았지만

선명한 한줄이 나왔다.


최대한 무리하지 않으려고 천천히 나오긴 했지만

막상 삿포로 시내에 도착하니 일찍 나오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쉽긴했다.


이번 비행은 일본인 리조이너와 같은 갤리에서 일했다.

알고보니 나와 비슷하게 들어왔었지만

비자가 거절당해 해고되었던 수많은 일본인 중 한명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홍콩 영주권을 받은 상태였고

다른일을 조금 하다가 이번 채용공고를 보고 다시 지원해서 들어오게 된 것이다.

홍콩에서 산지 7년이 넘었기도하고 이미 홍콩남자와 결혼한 전적이 있었기 때문에 더이상 비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먼저 물어보기도 전에 한번 다녀온 것도 당당하게 말하는 걸 보면

그녀도 전형적인 일본인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함께 일한 갤리 시니어는 나와는 함께 카트를 잡진 않았지만 성격은 무난해보였는데

함께 카트를 잡았던 그녀의 말로는 일하기 불편한 타입이라고 했다.

중간중간 갑자기 얼어버리거나 부탁한 것을 들어주지 않았고, 종종 사라지기도 한다고 했다.

새삼 나와 카트를 잡은 대만인 크루가 일을 잘 해주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우리회사의 보잉기종은 이코노미가 390여석이나 된다.

다른 항공사에 비해 많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일하는 승무원의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펜데믹으로인해 승객이 줄어들면서 승무원수도 줄였는데

승객은 모두 돌아와도 승무원은 돌아오지 못했다.

아무리 투맨카트로 서비스를 해도 한번 시작하면 도무지 끝날 기미가 안보인다.

(투맨카트란 카트 하나를 두고 양쪽에서 승무원이 일하는 형태)

이제 끝나야되는데..싶으면 삼분의 이정도 한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특이한 손님도 없었고 나와 함께 카트를 잡은 크루는 자기가 맡은 역할은 충분히 하는 편이라

비행은 무난하게 끝났다.


거기다 4시간비행이라니

비록 감기에 걸려 힘겹게 몸뚱아리만 이끌고 나왔지만

최근에 계속해서 장거리만 비행해오다

짧은 비행시간, 거기다 레이오버까지 있는 이런 비행을 하니

이렇게 꿀 같은 비행이 또 어디있을까 싶었다.

삿포로는 처음이라 편의점만 가도 설레는 기분까지 한몫했다.

이맛에 비행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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