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야기
첫 번째 항공사를 퇴사하고
다시 승무원이 되고 싶다고 생각이 든 건 딱 1년 만이었다.
승무원이 매력적인 직업인 건 맞지만
나는 국내 항공사의 문화가 이해가지 않아서 뛰쳐나온 것이었으니
외항사를 가면 행복하게 다닐 수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하던 작은 마음들이 모여
면접이나 한 번 봐보지뭐! 하는 결심으로 자라났다.
사실 승무원을 준비했을 때,
국내항공사와 외항사 모두를 염두에 두기도 했었고
국내항공사 면접과는 너무나도 다른 외항사 면접은
준비하는 과정조차 재미있다고 느껴지기도 했었던 터였다.
게다가 항공사를 퇴사하고 난 뒤에 다시는 항공산업에 발을 담그지 않을 줄 알았지만
PD님과의 짧은 이벤트를 뒤로하고 어쩌다 보니 나는 전세기 회사에 스카우트되어
일을 하게 되었다.
명목상은 사무직이긴 했지만 한국으로 오는 전세기 승무원들의 소통해야 하는 업무다 보니
그들을 볼 때마다 다시금 승무원이 되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오곤 했다.
그럼 이번엔 중동항공사를 목표로 준비해 보자!
전세기 회사의 업무도 잘 맞았기 때문에 여기서 2-3년 정도 경력을 쌓고
천천히 준비하며 국내에서 열리는 외항사 면접을 보러 다닐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외항사 면접을 준비한 지 4달쯤이 되었을 무렵,
같이 면접 준비를 했던 스터디원으로부터 캐세이퍼시픽항공 채용 소식을 들었다.
캐세이? 홍콩에 있는 항공사인 줄은 알았지만 전혀 관심이 없었던 캐세이퍼시픽.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7년에 한 번 채용이 떴던 항공사였기 때문에
전혀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럼 면접 연습한다 생각해 보고 지원해 보지 뭐!
그렇게 가볍게 생각했던 면접에서
덜컥 붙어버렸고 6개월 뒤, 나는 홍콩행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