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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한이름 Jun 28. 2023

“엄마가 도대체 왜 울었는지 모르겠다”

엄마 킹 받게 하는 어린이의 영화 엘리멘탈 솔직 후기

작은 도시에 살면 할 수 있는 문화생활이 한정된다. 미술관, 전시관, 연극, 뮤지컬, 콘서트 이런 것들은 큰 마음을 먹고 대도시로 가야 할 수 있는 일이고, 그나마 편하게 가능한 것이 영화를 보는 정도이다.


그 영화관도 사실은, 시민들의 숙원으로 불과 5년 전인가에 생겼고 극장이 문을 여는 날에는 시장님과 시의원들이 모두 모여 테이프커팅식을 할 정도로 대단한 일이었다.


덕분에 나는 극장에 제법 자주 간다. 육아휴직을 낸 첫날에도, 아이를 낳기 며칠 전에도, 새로운 곳에 원서를 내놓고 면접을 보기 전 날 밤에도 영화를 봤다.


넷플릭스도 있고 디즈니채널도 있지만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이유는 그나마 있는 극장이 혹시나 문을 닫을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 때문이기도 하고, 아이와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기다리고, 영화를 보는 아이의 표정을 살피는 게 좋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 같이 이야기하는 게 정말 좋다.


며칠 전부터 우주는 자기가 꼭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며,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엘리멘탈’의 예고편이었는데, 주말에 할 일도 없는데 잘 됐다 싶어 바로 예매를 했다.


토요일 저녁 팝콘과 음료를 사서 극장으로 들어갔다. 자막 버전을 선택한 우주가 제법 큰 것 같아서 이번에는 극장에서 자리 찾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화면을 기준으로 알파벳과 숫자로 이뤄진 조합을 보고 우주가 우리 자리를 찾아냈다. 광고를 보는 동안 우주가 팝콘을 반통이나 먹었지만 그것 조차 너무 귀여웠다.


영화는 기대이상이었다. 대략이 줄거리조차 모르고 간 거라 정말 무방비 상태였는데 오히려 그게 좋았다. 주인공 앰버의 불 같은 성격이 특히 마음에  쏙 들었고, 진상 손님을 만나면 참지 못하는 모습도, 자신의 일을 집중해서 해내는 모습도 다 좋았다.


우주도 나와 비슷한 마음이었는지 중간중간 키킥 거리며 영화를 보더니 무서운 장면이 나올 것 같으면 눈을 감았다.


초반보다는 후반으로 갈수록 캐릭터에 빠져들고 스토리도 제법 흥미로워서 아이보다 오히려 내가 더 몰입했다. 그러다가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알 수 없는 눈물이 났다. 사실 중간에 앰버가 왜 자꾸 화를 참을 수 없었는지 깨닫는 장면에서부터 맺히기 시작한 눈물이었다.


(스포가 될까 봐 아껴 말하면) 나에게 엘리멘탈은 앰버의 성장기이자 앰버 엄마 아빠가 써 내려간 육아일기처럼 느껴졌다.


어떤 부분은 우주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 중에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를 읽는 기분과 비슷했다. 아이가 성장해서 부모와 분리되는 과정, 그리고 “사랑하는 아이야 세상을 훨훨 날아다니렴. 날다가 힘들면 언제나 돌아오렴. “*하고 다정하게 말하고는 세상에 아이를 내 보내는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림책에 나오는 글)


영화가 끝나고 우주에게 물었다.


“우주야 재밌었어?"

"응 엄청~~ 앰버 진짜 귀엽지? “

“어~ 근데 엄마는 조금 울었어. “

“진짜?? 왜에???”

“그냥. 그냥 눈물이 났어. “


아이는 이런 엄마의 마음을 짐작이나 할까. 설명을 한다고 우주가 알까 싶어서 더 말은 하지 않았다.


우리는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가는 것을 한참 보다가 편의점을 두어 바퀴 돈 다음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우주와 유튜브로 엘리멘탈이 나오는 소개 채널을 여러 개 살펴보았다. 감독 인터뷰며 리뷰영상까지 함께 보며 한참을 영화 속에서 허우적 댔다.


그리고 일요일 밤. 숙제하고 일기 쓰라고 소리를 쳐놓고 설거지를 하고 나서 일기장을 살펴보았더니 우주는 이렇게 써놓았다.


“마지막에 엄마가 울었다.
도대체 왜 울었는지 모르겠다.
엘리멘탈은 정말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볼 수 있으면 빨리 봐!”


*우주의 허락을 받고 올립니다^^


영화리뷰의 동상이몽. 영화평론가 여러분, 긴장하셔야겠어요ㅋㅋㅋ 그렇게 우주 덕분에 또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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