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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한이름 Jan 10. 2024

”엄마, 난 몇 번 아프고 이렇게 컸을까?“

2017년 9월에 쓴 글..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없다

*

페이스북을 닫으며 써놓았던 글을 몇 개 옮겨왔다. 첫째가 어릴 때 끄적였던 글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


두 번째 만났을 때였나. 경복궁역 3번 출구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이 도시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남자가 점점 내 앞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본능적으로 뒤로 움찔.. 그때 도망갔어야 했는데.. 진짜 경복궁역이 잘못했다.


우주가 2주째 어린이집에 못 가고 있다. 편도선이 붓고 열이 나면서 눈에 염증이 생겼는데, 열은 사흘 만에 잡았지만 눈이 문제였다. 눈병이 다 낫고 의사의 확진판정이 있어야 어린이집에 가는데 하루이틀이면 될 줄 알았더니 아직이다. 남편과 번갈아가며 연가를 쓰고 엄마를 모시고 와서 하루 돌보다가 이제 새벽에 친정(40분 거리)에 아이를 데려다 놓고 출근(다시 40분 거리)한다. 어제오늘은 아예 친정에서 출퇴근. 엄마와 언니가 없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아찔하다.


회사 일도 편치 않고 집도 그렇고. 여기저기 마음 쓰다 보니 내 마음이 없다. 집에 오는 길에 잠깐 갓길에 차를 세우고 노래 한곡을 온전히 듣고 다시 출발한다. 그러는 사이 회사의 무거운 마음을 집으로 전환한다. 일종의 마음조정시간.


집에 오면 일단 밥을 한 그릇 비비고, 드러누워서 온종일 병원놀이. "엄마 배가 아파. 엄마 머리가 아파" 하면 우주는 좋다고 청진기를 배에다 두 번쯤 대고는 "엄마 괜찮아? 다 나았어요?" 한다.


아이는 아프고 나면 큰다고 엄마가 말했다.


그럼 엄마 난 몇 번 아프고 이렇게 컸을까.



그리고 열이 나던 날,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가을이라 그래요. 요새 아이들이 가을가을해요."


맞다. 가을이 잘못했다.


(2017.09.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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