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흔한이름 Mar 29. 2024

우산 없이 비를 맞고 온 아이가 한 말

비가 오고 꽃이 피고, 꽃잎이 떨어지고.. 그리고?

3월은 아이들에게도 부모에게도 시작하는 달이다. 어느덧 둘째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고, 큰 아이는 3학년이 되었다. 학교 정문 앞이 아니라 조금 멀리서 내려서 혼자서 걸어갈 수 있다고 하기에, 정말이냐고 물었더니 그런다.

“그럼, 나 이제 3학년이야.”


세 자리 덧셈, 뺄셈을 하고 리코더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건 알면서도 그만큼 아이가 여물어가고 있다는 건 생각하지 못했었다. 귀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와 함께할 등굣길은 더 짧아지겠구나 싶어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했다.


교문이 보이는 횡단보도까지 데려다주는 그 짧은 순간  아이는 조잘조잘 이야기를 쏟아낸다. ”엄마, 어제 내가 있잖아. “하면서.


어제는 비가 내렸다. 황사비라고는 해도 많이 내리지는 않았기에 우산 없이 학교로 뛰어가고 싶다는 아이를 그냥 두었다. 정말 괜찮겠냐고 몇 번이나 물었더니 아이는 “엄마~ 나 괜찮아~” 하면서 더 물어볼 틈 없이 교문을 향해 뛰었다.


하교시간에는 아빠가 우산을 들고나갔는데 아이는 벌써 학원차에서 내려 아파트까지 걸어오는 중이었다고 했다. 비가 좀 잦게 내려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비를 또 언제 맞아보겠나 싶어서 그러려니 했다.


“엄마, 그거 알아? 우리 아파트 앞에 벚꽃 조금 피었어.”

“어, 그래? 우주야 핸드크림 꼭 발라.”


나는 까슬거린 아이의 손등이 신경이 쓰여서 이야기를 귓등으로 듣고 있었다.


“근데, 비 때문에 꽃잎이 떨어지는 거야. “

“핸드크림 꼭 바르라고.. 알았지?”


비가 오고 꽃이 피고 꽃잎이 떨어지고... 그 이야기 사이에도 나는 아이 손만 만지작 거렸다.


“그래서 엄마, 내가 무슨 생각했는지 알아?”

“어?”

.

.

.

.

.

“‘봄비구나’ 그랬어.”


무거운 책가방을 매고 학교로 뛰어가는 우주를 보면서, 혼자 웃었다. 다시 차에 올라, 차창에 고인 빗물을 보면서도 웃었다. 회사로 달려오는 내내 빗방울이 다 튕겨져 나갈 때도, 헐레벌떡 회사 자리에 앉는 순간까지도 웃었다. 그래 그랬다. 어제 내린 비는 황사비가 아니라, 봄비였다.

 

우주가 쓴 일기. 시를 썼네. (*우주의 허락을 구하고 올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난 몇 번 아프고 이렇게 컸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