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인공수정을 실패하고 나서
#너를 기다리며6
2019년에 결혼을 하고 생각 없이 신혼을 즐기고, 2020년에 자연임신 시도를 하고, 2021년에 난임 병원 문을 두드렸다. 2021년 1월 1일을 쉬고 마침 생리일이 2~3일째였기에 1월 2일에 인공수정을 결심했다. 바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정자 검사와 자궁 검사를 해야 했다. 공포의 나팔관 조영술과 자궁경 내시경 검사를 했다. 나팔관 조영술보다는 자궁경 내시경 검사가 더 아팠다.
자궁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지고 인공수정에 돌입했다. 낯선 배 주사를 맞고 과배란을 시켰다. 남편은 정액을 채취하고 정자 활동성이 좋은 것만 골라서 이식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이식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질정을 피검할 때까지 넣어야 했다. 1차 때는 실패했어도 원래 처음에는 잘 안돼 하면서 마음을 잘 추슬렀던 것 같다. 2차 때는 기대를 많이 했다. 그러나 홍양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3차 때는 하면서도 기대보다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신기하게도 인공 수정하면서 증상 놀이를 하지 않았다. 배도 안 아팠고, 가슴도 안 아팠다. 그리고 마음이 편했다. 나는 배란일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몸의 증상이 정말 정확했는데, 배란일에 맞춰 부부관계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부터 해방되는 느낌이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과배란을 하면서 부작용을 겪지 않았다. 힘들지 않았다. 그러나 피검사하는 날에는 끊임없이 무너져 내려야만 했다. 그날에는 우울감을 잊기 위해 보복 소비를 많이 했다. 눈물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생활하면서 우울감이 항상 저변에 깔려있었다. 행복한 순간이 있었음에도 행복하지가 않았다.
세 번의 인공수정이 실패하자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자궁의 혹을 제거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임신 확률을 높일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못하리. 바로 자궁수술을 예약했다. 수술시간도 얼마 안 걸리고 마취하는 거라 마음 편히 먹고 수술실에 들어갔다. 그러나 마취에서 깨고 나서 너무 아팠다. 식은땀이 나고 눈물이 나고 계속 침대 위에서 고함을 질렀다. 칼로 자궁을 후비는 느낌이었다. 10년 치 생리통을 한 번에 겪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아픈데 애는 어떻게 낳나 싶었다. 그런 아픔을 겪고 나서 회의감이 들었다. 이제 그만 아프고 싶었다. 직장이고 임신이고 간에 뭐든 쉬고 싶었다. 때려치우고 싶었다.
난임을 받아들이기 까지도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시험관을 결정하기까지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노력했다. 2019년부터 남편은 정자에 좋다는 약을 먹고 있다. 한약이든 양약이든 약에 쏟아부은 돈이 얼마인지 헤아릴 수가 없다. 배란일을 맞추기 위해 쓰고 버린 배테기만 해도 족히 다섯 통은 넘는다. 억울함 끝에는 단념이었다. 아. 해야겠구나. 시험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