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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슈 Mar 15. 2024

자리잡기의 어려움

3월은 적응의 달

3월부로 우리집 세 명은 각기 다른 시작을 하였는데, 나는 학생이 되었고 만2살 조카는 어린이집 원생이 되었고, 아빠는 퇴직 후 백수가 되셨다.


조카는 그렇게 낮잠을 안자더니만 요즘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낮잠에, 밤 10시가 넘어도 안자던 아가가 9시에 잠에 든다.

나도 수업만 듣고오면 이상하게 졸리고 피곤한데, 그 작은 아가가 엄마없이 어린이집에서 친구들이랑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고되겠는가. 말도 이제 겨우 몇마디 하는 아가에게 새로운 환경은 비행기타고 넘어간 아메리카일지도.


하지만 우리는 안다. 적응하면 괜찮아질 거고, 우리는 결국 적응할 거라는 걸.


아빠도 회사를 가지 않는 삶에 적응하고 있다. 30여년이 넘게 8시까지 출근하던 직장에서 벗어나 아침에 어딘가를 가지 않는다는 게 생경한 하루하루. 이상하게 천천히 흐르는 하루하루. 해질녂 맘껏 걸으며 산책하고 운동하는 그런 하루. 고요해진 하루.


나는 이상하게 배가 고프다. 회사 다닐 땐 그냥 먹던 밥이 너무 맛있어졌고, 대충먹던 삼시세끼를 꼭 챙겨먹는다. 딱히 힘들거나 버겁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배가 그렇게 고픈 걸 보니 나는 적응하려 애쓰고 있나보다.


지난주 교수님이 해주신 이야기가 기억 남는다.

"지하철 타고 움직이는 거. 그거 쉬는 거 아니야. 지하철이 움직이면 몸은 계속 움직이는 환경에 적응하느라 애쓰고 있는 거야."


수업만 들어도 피곤한 나는 이 말을 품으며, '그래 내 뇌는 적응하느라 애쓰고 있는거야'라며 나름 합리화를 하면서 조급한 마음을 잠재우고 있다.



태권도를 배운 지 3개월 차인 나는 이제 노란띠가 되었다. 엉성한 발차기, 지르기로 두달을 보내고 이제 나름 자세를 하나하나 잡아가고 있다. 천천히 나름 각을 잡으면서 품새를 하고 있는 나아지는 나를 보는 게 즐겁다.


내가 입학한 날 개원을 한 내 친구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첫 술에 배부른 게 어디있으랴.


우리는 그렇게 나아가고 나아질거야.


3월 4일 동기 넷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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