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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urbet Aug 19. 2018

첫 만남은 낯설다

포르투갈, 리스본

 포르투갈 리스본

첫 만남은 낯설다


2006년 9월, 어느날 문득 '포르투갈'이라는 나라가 궁금해졌다. 그렇게 뜬금없이 한 번도 가본 적 없었던, 그 곳으로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그 해 겨울 1월, 2주간의 프랑스 여행을 다녀온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떠나게 된 유럽 여행이었다. 나에겐 프랑스가 내 인생의 첫 번째 유럽여행이었고, 포르투갈이 두 번째 유럽여행이 되었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서른 한 살에 처음 시작된 나의 유럽 여행은 무려 삼십년 동안 고이 잠자고 있던 내 안의 '역마살'을 일깨운 일대 사건이었다.


인천에서 파리까지 약 12시간. 파리에서 다시 리스본까지 약 2시간 반. 환승 대기시간까지 합하면, 총 17시간에 걸친 장거리 비행을 거쳐 9월의 마지막 날, 리스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 멀고 먼 여정을 떠나게 된 갑작스러운 이유는 웹서핑 중 우연히 보게 된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그 때만해도 아직 유럽이 낯설었던 나에게 동화속 상상에서나 있을 것 같아 보이는 어느 궁전의 사진이 한 순간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사진을 보는 순간 나는 '아, 저 곳에 가봐야겠다' 라고 다짐하게 되었고, 그 곳은 포르투갈의 어느 궁전이었다



이 한 장의 사진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곳에 가려면, 우선 포르투갈의 수도인 리스본으로 가야 했다. 리스본 국제공항은 생각했던 것보다 세련되고, 이국적이었다.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야자수들이 이국적인 느낌을 더했다. 


그런데, 리스본에 도착하자마자 콧물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아무리 몇 번씩 휴지로 막고, 또 닦아보아도 무너진 방파제 사이로 흘러넘치는 파도처럼 콧물은 쉴새없이 흘러내렸다. 무엇을 할 수도 없을 만큼, 할 생각도 못할 만큼, 콧물이 쉴새없이 흘러내렸다. 


그래도, 여행자의 이 안타까운 시간을 버리기가 아쉬워 잠시 호텔에 들렀다가 거리로 나왔는데, 이번엔 스산해진 밤 공기에 몸살기가 온 몸에 돋아나기 시작했다.


리스본에 도착한 첫 날은 그렇게 심한 콧물과 몸살 감기가 이 낯선 도시의 이방인에게 찾아왔다. 여행의 설렘도, 이 도시에 대한 갈망과 호기심도 이미 나를 굴복시킨 심한 감기몸살 앞에선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그저 나아질 때까지 기다릴 뿐이었다. 


한국에서도 그렇게 아파 본 적 없었던 그 지독한 감기 몸살은 다음날 이 도시와 조금 친숙해지고나니,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아마도 나의 몸도 마음도 처음 만난 이 도시가 너무 낯설게 느껴진 탓이 아니었을까.



첫 만남은 늘 낯설다 



첫 만남은 늘 낯설다.  낯선 만남이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처럼 도시도 마찬가지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낯선 풍경도 정이 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때론 심한 한 열병과 몸살에 치열하게 부딪쳐 싸워야만 한다.


리스본과의 첫 만남, 그 이후에도 나는 그랬었다. 낯선 도시와 첫 만남, 그 때마다 나는 아팠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야 비로소 거짓말처럼 회복되곤 했었다. 


낯선 무언가를 사랑하려면, 조금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때론 아프기도 한다. 


2006년 9월의 마지막 날 시작된 포르투갈과의 첫 만남은 마치 20대의 열병과 함께 찾아 온 첫 사랑처럼 뜨겁게 시작되었고, 그래서, 그 여행이 더욱 특별했다. 


12년의 시간이 지난 2018년의 지금까지도 그랬다.




2006.9

Lisboa, Portugal

By Courb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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