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리스본
포르투갈 리스본
2006년 9월, 어느날 문득 '포르투갈'이라는 나라가 궁금해졌다. 그렇게 뜬금없이 한 번도 가본 적 없었던, 그 곳으로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그 해 겨울 1월, 2주간의 프랑스 여행을 다녀온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떠나게 된 유럽 여행이었다. 나에겐 프랑스가 내 인생의 첫 번째 유럽여행이었고, 포르투갈이 두 번째 유럽여행이 되었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서른 한 살에 처음 시작된 나의 유럽 여행은 무려 삼십년 동안 고이 잠자고 있던 내 안의 '역마살'을 일깨운 일대 사건이었다.
인천에서 파리까지 약 12시간. 파리에서 다시 리스본까지 약 2시간 반. 환승 대기시간까지 합하면, 총 17시간에 걸친 장거리 비행을 거쳐 9월의 마지막 날, 리스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 멀고 먼 여정을 떠나게 된 갑작스러운 이유는 웹서핑 중 우연히 보게 된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그 때만해도 아직 유럽이 낯설었던 나에게 동화속 상상에서나 있을 것 같아 보이는 어느 궁전의 사진이 한 순간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사진을 보는 순간 나는 '아, 저 곳에 가봐야겠다' 라고 다짐하게 되었고, 그 곳은 포르투갈의 어느 궁전이었다.
그 곳에 가려면, 우선 포르투갈의 수도인 리스본으로 가야 했다. 리스본 국제공항은 생각했던 것보다 세련되고, 이국적이었다.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야자수들이 이국적인 느낌을 더했다.
그런데, 리스본에 도착하자마자 콧물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아무리 몇 번씩 휴지로 막고, 또 닦아보아도 무너진 방파제 사이로 흘러넘치는 파도처럼 콧물은 쉴새없이 흘러내렸다. 무엇을 할 수도 없을 만큼, 할 생각도 못할 만큼, 콧물이 쉴새없이 흘러내렸다.
그래도, 여행자의 이 안타까운 시간을 버리기가 아쉬워 잠시 호텔에 들렀다가 거리로 나왔는데, 이번엔 스산해진 밤 공기에 몸살기가 온 몸에 돋아나기 시작했다.
리스본에 도착한 첫 날은 그렇게 심한 콧물과 몸살 감기가 이 낯선 도시의 이방인에게 찾아왔다. 여행의 설렘도, 이 도시에 대한 갈망과 호기심도 이미 나를 굴복시킨 심한 감기몸살 앞에선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그저 나아질 때까지 기다릴 뿐이었다.
한국에서도 그렇게 아파 본 적 없었던 그 지독한 감기 몸살은 다음날 이 도시와 조금 친숙해지고나니,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아마도 나의 몸도 마음도 처음 만난 이 도시가 너무 낯설게 느껴진 탓이 아니었을까.
첫 만남은 늘 낯설다. 낯선 만남이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처럼 도시도 마찬가지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낯선 풍경도 정이 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때론 심한 한 열병과 몸살에 치열하게 부딪쳐 싸워야만 한다.
리스본과의 첫 만남, 그 이후에도 나는 그랬었다. 낯선 도시와 첫 만남, 그 때마다 나는 아팠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야 비로소 거짓말처럼 회복되곤 했었다.
낯선 무언가를 사랑하려면, 조금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때론 아프기도 한다.
2006년 9월의 마지막 날 시작된 포르투갈과의 첫 만남은 마치 20대의 열병과 함께 찾아 온 첫 사랑처럼 뜨겁게 시작되었고, 그래서, 그 여행이 더욱 특별했다.
12년의 시간이 지난 2018년의 지금까지도 그랬다.
2006.9
Lisboa, Portug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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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ver blog: 낯선 서툰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