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포르투
포르투갈 포르투
나의 포르투 여행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포르투 공항에 도착하며 시작되었다. 정해진 목적지가 없으니, 지도가 필요하지 않았고, 계획된 일정이 없으니, 시계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발걸음이 닿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걷고 또 걷고, 그렇게 스치듯 포르투의 골목길을 거닐었다. 때론 마음이 머무는 곳에 한참을 머물기도 하고, 돌고 돌아 이미 지난 골목길을 다시 걷기도 했다.
그렇게 며칠 동안 포르투에 머물고 나니, 포르투의 골목과 거리, 그곳에서 만난 순간순간의 장면들이 마음속 깊이 아로새겨진다.
동 루이스 1세 다리에서 구시가 방향으로 걸었다. 다리를 건너 걷다 보면, 언덕 위에 오래된 성당이 보인다. 눈에 보이는 대로 마음이 가니, 마음이 가는 곳으로 발걸음이 따라간다.
발걸음이 따라 간 그곳에 오래된 성당이 하나 있었다. 포르투의 대주교가 머무는 대성당, 카테드랄(Cathedral)이다. 포르투에 남아 있는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건축물 중 하나라고 했다.
포르투 대성당은 12-13세기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후 18세기 바로크 양식이 가미되어 오늘날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각 시대의 건축 양식이 혼재된 그 오래된 세월의 위엄과 웅장한 외관의 성당 앞에 서니, 신의 위대함과 동시에 나의 왜소함이 느껴졌다.
포르투 대성당은 건축물 그 자체로도 멋지지만, 이 곳에서 가장 멋진 것은 성당 앞 광장에서 내려다보는 포르투의 전경이다.
이 언덕 위 대성당의 광장에서 바라본 포르투 구시가의 전경과 도루강의 풍경은 그야말로 그림처럼 아름답다. 파리에선 에펠탑이 주인공이지만, 포르투에선 어느 멋진 명소를 가더라도 포르투가 주인공이다.
하나의 큰 보석보다, 여러 개의 작은 보석들이 모여 빛나는 광경이 더욱 멋진 도시. 포르투는 바로 그런 곳이다. 날씨가 좋으면, 좋은 대로, 흐리면 또 흐린 대로, 포르투는 언제나 그 자체가 아름다운 한 점의 그림이었다.
오늘따라 약간 흐려진 하늘이 포르투의 색채를 더욱 짙게 한다. 그 짙어진 색채에 그보다 더 짙은 감성과 느낌이 묻어난다.
세상에 여행하기 좋은 볼 것 많은 도시는 수도 없이 많지만, 이렇게 감성을 자극하는 도시는 그다지 많지 않다. 나에겐 파리가 그런 도시였고, 지금 포르투가 그랬다. 나는 포르투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이미 포르투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딱 그만큼씩 더 포르투를 사랑하고 있는 중이었다.
포르투 대성당의 광장 앞에서 나는 한 동안 포르투의 매력에 푹 빠져있었다. 그리고, 다시 마음이 가는 대로, 무작정 발걸음을 옮겨본다.
대성당을 지나 언덕길을 내려가다 보니, 오래된 기차역이 하나 있었다. 아줄레주 벽화가 유명한 상 벤투 역이었다. 역사에 들어서면, 포르투갈 특유의 타일로 장식된 대형 벽화가 한순간 시선을 압도한다.
잠시 그곳에 서서 벽화를 감상하고, 기차역을 지나 다시 걷다 보면, 처음부터 의도하진 않았지만, 포르투의 중심가인 리베르다드 광장에 도착하게 된다.
리베르다드 광장 주변으로는 르네상스 시대의 멋진 건축물들이 모여 있고, 그 주변으로 멋진 카페와 레스토랑, 그리고 쇼핑 거리가 있다. 이 곳에서 잠시 다리도 쉴 겸, 노천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셔본다.
한참을 그곳에 앉아 거리에 오가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그때마다 그들 또한 우릴 쳐다보았다. 그리고, 우린 눈빛과 미소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 포르투 정말 멋지지 않아요?"
" 네, 정말 멋지군요. 당신들 또한 멋지네요. 포르투에 사는 당신들 참... 부럽네요"
포르투에서의 하루, 이 정도면 정말 멋졌다.
우린 짜여진 여정도, 정해진 시간도, 특별한 목적지도 없었지만, 이 곳에서 이미 많은 여행을 했고, 훗날 그리워할 추억들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단편적인 기억이 아닌, 마음속 깊이 아로새겨진 느낌과 감정이었다.
첫날부터 우린 포르투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며칠 후 떠날 여정이 벌써 두려울 만큼.
2013.10
Porto, Portugal
By Courbet
Instagram: Courbet_Gallery
Naver blog: 낯선 서툰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