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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urbet Jan 13. 2019

아베이루는 예정에 없었다

포르투갈, 아베이루

포르투갈 아베이루

아베이루는 예정에 없었다


요즘은 세상 구석 구석 어딜 가더라도 여행 정보가 넘쳐난다. 이 수많은 정보들을 일목요연하게 다양한 방식으로 요약해 놓은 가이드북은 물론이고, 언제 어디서나 위성 지도로 길 안내까지 척척 해주는 스마트폰까지 있으니, 아무리 낯선 곳을 여행한다고 해도, 그 곳이 전혀 낯설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여행의 본질은 일상을 떠나 낯설고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모험일진대, 너무 많은 편리한 정보들이 여행의 묘미를 반감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지 가끔 걱정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전혀 준비되지 않은 예정에 없던 여행으로부터 전혀 기대치 못한 뜻밖의 발견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 발견은 평생 잊지 못할 여행의 추억으로 남게 되곤 한다. 


어느 가이드북에도 소개되지 않은 나만의 여행지를 찾아 떠나는 모험, 정말 뜻밖의 보석 같은 여행지를 발견했을 때의 그 카타르시스. 그런 여행이야말로 진정 세상에 없는 나만의 특별한 여행일 것이다. 


나는 그런 여행을 꿈꾸며, 가끔 예정에 없던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곤 한다.


예정에 없던 낯선 여행을 떠나다

포르투 여행, 둘째 날.  우리는 포르투에서 조금 떨어진 "아베이루(Aveiro)" 라는 곳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상 벤투역에서 기차로 약 40분. 포르투에서 그닥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아베이루라는 도시는 그닥 볼거리가 많거나, 여행자들에게 잘 알려진 곳은 아니다.  걸어서도 반나절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아주 작은 도시, 아베이루. 이 곳에 오기 전까지 들어 본 적도 없었던 이 작은 도시는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을까?  


그 작은 호기심으로부터 나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낯선 여정의 시작, 상 벤투역

포르투갈 북서부 해안에 위치한 아베이루는 도시를 가로지르는 작은 운하들과 물길을 따라 모여 있는 포르투갈 특유의 아줄레주 무뉘로 장식된 예쁜 집들, 그리고 이 지역 전통의 나룻배, 몰리세이루가 유명하다. 

여행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엄청난 랜드마크나 유적을 찾아볼 순 없지만, 마을의 운하를 따라 걷거나, 몰리세이루를 타고 여유롭게 이 평화롭고 아기자기한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는 일. 그것만으로도 아베이루를 여행할 가치는 충분하다. 


그 밖에, 이 그닥 볼 것 없는 이 작은 마을을 반드시 거쳐가야 할 또 한가지 이유가 있다. 포르투에서 아베이루까지 열차로 이동하는 동안,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 이 열차를 타지 않았다면, 절대 볼 수 없었던 너무도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들. 포르투는 그야말로 자연과 인간의 피조물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지구상 몇 안 되는 도시 중 하나가 아닐까?  적어도 내가 가 본 유럽의 도시들 중 가장 멋지고 우아하다. 


짧지만, 또 길었던 열차에서의 40분 동안, 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특히, 동 루이스 1세 다리를 지나 나 "빌라 노바 데 가이아" 언덕의 뒤편으로 보이는 멋진 풍경들은 정말 놓쳐서는 안 될 포르투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그 환상적인 파노라마의 한 장면이 지나고 나면, 금새 열차는 아베이루 역에 도착한다. 


나는 아베이루 역에서 내려 운하길을 따라 약 20분 정도 걸었다. 운하를 중심으로 쇼핑몰이 형성되어 있고, 카페와 레스토랑, 그리고 상점들이 모여 있다. 그리고, 이 운하길을 따라 걷다보면, 마을 중심의 광장에 이르게 되는데, 이 광장을 중심으로 여행자들이 모인다. 이 곳에서 아베이루의 명물, "몰리세이루"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베이루의 명물, 몰리세이루


몰리세이루는 마치 이탈리아 베니스의 곤돌라와 닮은 모습이었다. 그런 까닭 때문인지, 아베이루는 포르투갈의 베니스라 불리기도 한다. 세상에는 너무도 많은 누구 누구의 베니스라는 도시들이 있으니, 이제 그닥 신기하지도 않지만 말이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 비료를 나르며, 이 지역 서민들의 삶과 함께 했던 몰리세이루는 이제 굳이 아베이루를 찾아 온 여행자들을 실어 나르며, 마을의 구석 구석을 소개하고 있다. 뱃머리가 뾰족하게 올라가고, 형형색색으로 치장한 몰리세이루의 외관은 베니스의 곤돌라보다는 좀더 서민적이고 친근한 느낌이 있다.


곤돌라가 중세시대 귀족들의 사치스러운 여흥의 도구였다면, 몰리세이루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 곳 서민들의 삶과 함께 하고 있으니, 어쩌면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몰리세이루는 그저 나룻배에 불과하지만, 그 오랜 역사와 함께 구석 구석 스며든 삶의 흔적들이 하는 이야기들은 어쩔 수 없이 숨겨지지 않는가보다. 


나는 해질녘이 되기 전의 늦은 오후, 몰리세이루를 타고 아베이루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아베이루는 이탈리아의 베니스만큼 화려하거나 아름답진 않았지만, 늦은 오후의 햇살만큼은 베니스의 그것보다 더 찬란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찬란함속에 포근하게 다가오는 따스함이 있었다.



따스한 오후 햇살 속의 아베이루는 찬란했다


어쩌면 다시 못올 여행, 아베이루


어쩌면, 일생에 다시 오지 못할 이 아베이루라는 곳에서 나는 평생에 잊지 못할 또 하나의 추억을 내 마음속에 담아간다. 


예정에 없었기에 더욱 잊지 못할...


여행은 때론 그렇게 발견이어야 한다.  새로운 발견, 놀람, 그로 인해 설레는 추억.


그것이 여행의 본질이 아닐까?



2013.10

Porto, Portugal

By Courb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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