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메뉴의 가격은 어떻게 정해야 할까? 주변 식당과 비슷하게? 재료 원가 등을 따져 순이익이 어느 정도 떨어지게? 손님의 주머니에서 한 끼 값으로 허용할 수 있는 만큼? 하루 목표 매출에 손님 수를 나눠서?
메뉴에 가격을 매기는 일은 쉽지 않다. 주 재료 값의 세 배 정도가 적당하다고들은 하는데, 식당 위치나 주 손님 층 등을 고려하다 보면 단순하게 결정하기가 어렵다. 우리는 1인 기준으로 시래기 고등어찜, 동태탕, 김치찌개, 만둣국을 7천 원에 열무비빔밥을 6천 원에 제공하고 있다.
"엄마, 우리 음식 값이 너무 싼 것 같애."
"손님이 그래?"
"어. 친구들도 그러고. 다른 동네에서는 훨씬 비싼가 봐."
"그렇긴 하지."
"직장인 점심 식사 위주로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된 건데... 싸긴 하지."
메뉴의 가격을 정할 때, 처음에는 재료 원가의 세 배 정도로 다른 식당을 참고하여 가격을 정했다. 그런데 재료 원가라는 것이 변동 폭이 크더라니. 작년 같은 경우는 무더위 덕에 열무 값이 두 배나 오르기도 했고, 재작년 같은 경우는 달걀 파동으로 닭 값까지 오르기도 했다. 원 재료 값이 올랐다고 음식 값까지 올릴 수는 없는 법. (그땐 그렇게 생각했다.)
"이 가격으로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애. 남는 게 있어야 보람도 있지. 자선 사업도 아니고. 없는 손님들이 오는 것도 아니고."
"그럼 올려."
"전부 다 올려?"
"아니. 된장찌개랑 김치찌개, 동태탕은 빼고 올려."
"천 원씩 올려서 메뉴 포스터 다시 만들게."
이 년 넘게 장사를 해오면서 가격 인상을 몇 번 고민하긴 했다. 바쁘긴 한데 남는 것 같지도 않고, 재료 값이 들쑥날쑥이니 고민이 많이 되었다. 그래도 칼을 뽑지 못하고 있었으니. 직장인이었던 때를 생각해보면 단골 식당의 메뉴 가격 천 원 인상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저도 좀 살아야겠습니다, 하는 마음으로 2018년부터 가격 인상을 할 것이라는 공지를 먼저 했다.
"메뉴 가격 올리시게요?"
"네. 이런저런 계산을 해보니 단가가 안 맞아서요."
"그냥 오늘부터 올려요. 뭘 고민하세요?"
"그래도 손님 마음은 그게 아니죠. 천 원이 큰 돈일 수도 있는데..."
"그런가? 여튼 잘 결정하셨네요."
다들 우리 식당 음식 값이 싸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눈 밝은 손님들이 공지를 보고 알은척을 해주었지만, 왜 올리느냐고 따져 묻는 사람은 없었다. 고맙네, 허허.
"근데, 엄마. 동태탕도 올려야 하는 거 아니야? 동태가 고등어보다 비쌀 때가 있는데 왜 고등어찜만 올려?"
"그럼 동태탕도 올려."
"엄마!"
"왜?"
뭐가 그렇게 희미하냐고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런 건 내가 알아서 처리해주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도 이해가 갔다. 음식 만드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벅찬 사람일 테니. 그렇게 해서 2018년 우리는 무사히 메뉴 가격 인상에 성공한다.
"천 원이 별 건가 했는데 막상 손에 쥐어 보니 다르네."
"그치? 돈 좀 버는 것 같지?"
"응."
아직도 메뉴 가격이 좀 싸기는 하다. 그래도 이 동네에서 이 만하면 됐지, 뭘. (아무래도 장사엔 젬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