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나중에 동네 사랑방 같은 식당 하나 여는 게 꿈인데."
"식당? 나중에?"
"어. 회사 잘리면 장사라도 해야지."
허허. 회사를 나오게 되면 장사라도 하겠다고? 사탕이 없으면 초콜릿이라도 먹겠다는 것처럼 아주 쉽게 들린다. 직장인으로서의 불안한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장사"라는 말을 별 뜻 없이 툭 내뱉는 친구 앞에서 할 말을 잃었다.
"시골에서 장사하는 거 힘들어?"
"엄청 힘들어."
"손님도 별로 없고, 동네 장사라 괜찮을 것 같은데."
"그래서 힘들어. 노하우도 없고."
"음... 지금쯤 노하우도 많이 쌓였을 것 같은데."
장사 노하우라면. 십여 년 전에 만들던 창업 책에 나오는 상권 분석, 니즈 분석, 메뉴 개발, 선택과 집중, 이벤트 그런 거 말하는 건가? 백종원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열심히 이야기하는 그런 거?
미안하지만 창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해줄 실질적인 조언 같은 건 없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출판편집 강의를 해주시던 선생님이 "이 바닥은 엉덩이 무거운 사람이 이긴다" 비슷한 말을 해주셨던 것 같은데. 굳이 장사 노하우를 하나 들자면 "장사는 버티기다" 정도?
"딱 하나 깨달은 건 버틸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는 거."
"어떻게?"
"단골이 생기기까지는 일이 년 정도 걸리는데, 그 기간을 잘 버텨야지."
"그냥 장사하면 되는 거 아니야?"
"아니. 처음엔 손님 수도 들쑥날쑥이고 매출도 들쑥날쑥이지. 그럼 우리 수입도 들쑥날쑥이라는 거고, 열심히 장사 준비를 해도 손님 수가 들쑥날쑥이니 버리는 재료도 많을 수밖에 없다는 거지."
"그럼 손해잖아."
"그치. 그러니까 단골이 생겨서 손님 수가 어느 정도로 유지될 때까지 버텨야 한다는 거지."
우리 동네는 아주 자그마하다. 하루 종일 식당에 있어도 걸어 다니는 사람을 보지 못하는 날도 있다. 주변 식당 여덟 군데 중 문을 닫은 식당은 네 군데. 그마저도 임대가 되지 않아 비어 있는 채로 있다. 장사 시작 전에 유동 인구를 분석하고, 주변 상권을 분석해 메뉴와 콘셉트를 선택해야 한다는 창업 책의 노하우들이 의미가 없는 곳이다. 요즘은 그런 식으로 창업해서 오래 버티기가 힘들다. 음식 유행도 워낙 빨리 바뀔뿐더러, 사업하듯 음식을 파는 일은 우리의 장사 철학(거창하다)과도 맞지 않는다. 그래도 굳이 분석을 해보자면, 여기서는 장사를 하지 않는 게 남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동네에서 장사하는 이유? 심근경색으로 폭탄을 앉고 사시는 아빠와 좀 더 가까이 있을 필요가 있었다. 돈을 많이 벌기보다는 그저 월급만큼만 벌면 된다는 생각도 있었다. 엄마의 재능으로 보람과 기쁨을 느낄 수만 있다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멀리 갈 필요가 없었다. 동네에서 일할 수 있는 만큼만 일하고, 벌 수 있는 만큼만 벌면 된다.
안일한 생각으로 시작한 장사가 잘 될 리가 없지. 그래도 엄마의 손맛 덕에 단골이 꾸준히 늘어 처음의 목표치는 달성했지만, 이걸 가지고 노하우가 생길 정도는 아니었다. 아직도 이번 달만 버티자는 게 최대의 목표이니 말이다.
"시골 사랑방처럼 생각하고 장사하려면 권하고 싶지 않다."
"왜? 멋지잖아. 모여서 얘기도 하고 가끔 공연 같은 것도 하고."
"허허.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이야. 꼭두새벽부터 나가서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의미 있잖아."
"의미는 있지. 그런데 의미 찾으려면 여윳돈이 많이 있어야지. 돈은 포기하는 거지."
"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