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명, 절기 절. 절기 마디의 이름. 예전에 달력도 없던 시절에, 달 이만큼 뜨면 농사 이만큼 할 때다...라고 나눠놓은 절기들의 구분이라는 의미의 대명사. 가을에 보름달 뜰 때, 그나마 먹을 것 좀 있을 때. 가 추석이란 얘긴데.
그래서인지... 거의 모든 요리를 밀가루와 계란에 지져낸 명절 음식이라는 게. 손 많이 가는 만큼 기름에 튀긴 계란 맛으로 요리 방법은 거기서 거기다. 배곯던 시절의 한풀이. 이거 저거 뭐든 솥뚜껑 뒤집어 놓고 다 지져서 이날만큼은 입술에 기름칠해가며 배 터지게 먹어나 보자는 흔적이랄까.
대한민국이 농경사회를 마감하고 산업화 시대로 넘어온 게, 육이오 이후로 쳐도 반백년이 넘는데... 아직도 그런 농경사회 풍습, 조상 섬기는 제사에 매달리고 있다는 거.(내 사랑하는 가족이면 기일이든 생일이든 다 찾아가 보게 되어 있다)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고. 거기 남존여비 그대로 가져다... 남의 집 귀한 딸들, 기름 요리로 부려먹는 걸. 아직도 기분 상하고 있으니. 아마... 여자라는 인간들의 타고난 배려심이나, 이해심 많은 성격이 아니었다면 당장에 없어졌을 이상한 풍습인데.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나고 자란다는 게... 예쁘게, 말 잘 듣는 착한 아이의 평균값이 워낙 높다 보니. 아직도 근근이 유지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서글프기까지 하다.
가족들 모여봐야 나눌 적당한 놀이 문화도 없고. 교양 있게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즐겁게 대화 나눌 역량도 없으니. 밥 한 끼 배 터지게 먹고 헤어지는 초라한 이벤트일 뿐인데. 요즘 세상에 못 먹어 굶는 사람 하나 없건만 명절에만 고칼로리 계란 기름범벅 술안주 해 먹어야 하는 이 고집스럽고 재미없고 창의력조차 없는 반복은 꼭 뭐 쥐뿔도 없는 집안일수록 더 고집스럽게 지키려고 하더라고. 이런 다 죽은 권위라도 부여잡고 있어야 아들 하나 낳은 게 인생 유일한 자랑거리인 불행한 사람들의 초라한 자존심이라도 지켜지는 건지. 어떤 대단한 집안에서는 가족들 손자 손녀까지 불러놓고 애국가 4절까지 부르기도 한다던데. 강조하건데 그건 나눠줄 돈이든 권력이 있으니까 하는 또라이 짓이요.
대체 언제까지 동등한 성인 두 사람이 중심인 가족 관계(부부 말고는 다 곁가지 존비속들이야)에, 균열과 불화를 조장할 뿐인 농경사회 가부장제 명절 문화를 계속 끼어들게 놔둘건가. 보고 싶고, 만나고 싶고 같이 얘기하고 싶어지는 어른은 눈 씻고 찾아보기 어려운 때. 자기들이 보고 싶고 그립게 만드는 어른들이 되야지. 남의 집에서 귀하게 키워 내 자식의 배우자가 되준 사람에게는 보고 싶을때 음식 차려놓고 초대를 해야되는 거죠. 조상신 숭배는 그거 믿는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하셔야지요.
2021년이면 2000년에 태어난 아이들도 스무살이 넘어 성인이 된 시절이다. 이 찬란한 무선 인터넷 세상에... 근대 교육을 다 받고 자란 사람들이 오직 가족관계에만... 아직도 남존여비 조상신 숭배로 난처하고 마음 상하며 괴롭히고 있다는 게... 한심하다 못해 괴기스럽다. 성인되서 자기들만의 가정을 이룬 자식이면 그 가족이 먼저다. 조상이고 핏줄이고 적당히 강조해야지 샤머니즘 사회가 아닌 현대 사회지 싶다.
PS 남편들한테도 이유없이 죄인되는 곤란하고 피곤한 시즌일 뿐 (대한민국 성인 남성의 평균 효도력?도 너무 높다. 다 착한 게 문제) 한국에 태어난 게 별로인 이유. 성인 남녀가 결혼을 안하는 두번째 이유(첫번째 이유는 부동산). 명절, 좀 갖다 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