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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알로하링 Feb 18. 2019

6. 한 달에 한번 그 날이 다시 왔다 [난임 일기]

조금은 더 단단해졌을까?


그날이 오는 게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 날이 다가오면 직감적으로 몸이 알 수 있다. 아마도 나뿐만 아니라 많은 여자들이 다양한 증상으로

한 달에 한번 그 날이 오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느낌으로 온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 평소보다 군것질이 더욱 생각난다거나 알 수 없는 더부룩함이 생기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였다.


결혼 2년째가 되었을 때는 매달 증상 놀이라는 것에 시달렸다.

흔히 이번 달에는 몸이 이런 증상을 보이는데 조금 다른 것 같네, 임신인가?라고 임신 증상이라고 생각되는 증상들을 겪는 것이다. 하지만 임신 증상 역시 너무나도 다양하고 모두가 같지 않기 때문에 내가 느끼는 것이 정말 임신 증상인지 알 수는 없었다. 매번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다 보니 나는 이제 그 날이 되면 최대한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을 하게 된다. 혹시라도 실망하는 게 싫어서 -


내가 결혼하지 않았다면 그저 한 달에 한 번인 날이었을까?

내가 자녀계획이 없었다면 그냥 귀찮은 한 달에 한번 일까?



그 날이 시작되기 일주일 전부터 내 몸은 즉각 반응을 해왔다.

초콜릿에 손이 갔으며 점점 더부룩해지는 배 때문에 회사에서 일을 하거나 그냥 일상생활 속에서도 불편함을 느꼈다. 대부분 주기를 잘 맞춰서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걱정을 하기 마련인데 내심 늦어지는 반응에 기대를 하게 되면서도 초초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하, 그날이 왔다'


웃으며 말했다. 이번 달에는 정말 괜찮을 줄 알았다. 점점 더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눈물이 왈칵 났고 이전까지만 해도 하하 호호했던 공간이 어느덧 흐느낌만 가득했다.

최대한 참아보려고 해도 참을 수가 없었다. 내려놓기라는 게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 생각이 들면서도 왜 이번 달도 아닐까?라고 원망도 했다. 한참을 울었다.


아무 말도 해줄 수 없는 남편은 등을 토닥여 주는 것 밖에 할 수가 없었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을 때 남편이 말했다.


'이러면 우리가 더 힘들어져'


그 말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났다. 울지 말자.

이번 달은 또 이렇게 지나갔지만 또 다른 한 달을 즐겁게 살고 있으면 언젠간 만날 수 있겠지.

정신없이 일로만 보내던 한 달이 더욱 소중해졌다. 내 소중한 한 달. 다음 달에 다시 만나


그때는 조금 더 내려놓을 수 있게 도와줘.

왈칵 쏟는 눈물이 아니라 찔끔 한 번으로 끝내줘 - 부탁해



7년 연애 후 결혼 3년 차, 신혼의 기준이 아이가 있고 없고 라면 우리는 아직 신혼부부.
원인 모를 난임으로 스트레스도 받지만 뭐든 써내려 가다 보면 조금 위안이 됩니다.
내려놓기가 어려워 우리만의 방식으로 감당해보는 시간. ㅣ 일복 wait for you <난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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