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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알로하링 Mar 27. 2019

7. 잠기지 않는 수도꼭지처럼 울었다 [난임 일기]

꾹꾹 참고 눌러 담았던 마음이 터진 날 



잠기지 않는 수도꼭지처럼 꾹꾹 눌러 담았던 눈물이 터진 날 

괜찮아 , 괜찮아 라는 말을 달고 지낸지도 벌써 많은 시간이 지났다. 

그래서인지 나도 모르게 반 자동적으로 임신이라는 질문을 받거나 대화의 소재가 되면 '괜찮아'라는 말이 

습관처럼 나오고 있다. 한 달 중 꽤 많은 시간을 임신과 난임에 대해 최대한 생각해내지 않으려고 했다. 

억지로라도 떠올리지 않으려고 했다. 


잘 버텨내고 잘 극복해하고 있고 내려놓음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져 가고 생각했다. 


한창 주말을 즐기고 있을 때 지인의 임신소식이 들려왔다. 둘째가 생겼대! 이름은 이 세 가지 중에서 하나로 하고 싶다는데 어떤 게 어울릴까? 음,, 내가 생각하기엔 2번이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아?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때까지는 괜찮았다. 이전에 한번 썼던 글처럼 진심으로 기뻐하고 축하해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일요일 다른 지인의 임신 소식이 들려왔다. 이번에도 진심으로 기뻐하고 축하를 전할 수 있는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축하인사를 건네고 정확히 10초 후 나는 고개를 떨구고 내 무릎 위로는 후드득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고장 난 수도꼭지가 잠기지 않는 것처럼 와르르 흘러내렸다. 멈추고자 다른 생각도 해보고 냉정해 보려고 단호한 마음도 가져봤다. 울지 마 - 이게 뭔 일이라고 울어. 


괜찮지 않았다. 또다시 나를 자책하게 되고 내 상황을 원망하고 있었다. 다들 되는데 왜 나는 안될까? 


 

최대한 마음을 다독이고 우리는 일요일의 나머지 일정을 보냈다. 지인의 결혼식에도 다녀오고 맛있는 밥도 먹고 오랜 시간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과 달달한 딸기 라테에 목이 아프게 수다도 떨었다. 집으로 돌아와 현관문을 열자마자 꾹꾹 눌러 담았던 눈물은 그동안 쌓이고 쌓였던 것처럼 터져 나오고 말았다. 터벅터벅 방에 들어가서 침대에 누워 정말이지 한참을 울었다. 


잠기지 않는 수도꼭지처럼 절대 멈추지 않을 것 같은 눈물이 멈추었다. 

결혼하고 한 번도 보지 못한 남편의 눈물 때문이었다. 절대 그치지 않을 것 같은 눈물이 쏙 들어갔다. 한참을 그렇게 남편의 눈물을 보고 있자니 나만 힘든 게 아닐 텐데 괜히 걱정과 힘듦을 나눠 준 것 같아서 마음이 쓰였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를 만큼의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우리는 대화를 이어갔다. 남편이 운 이유는 우리의 상황이 힘들거나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게 슬퍼서는 아니라고 했다. 언젠가 우리에게도 아이가 올 거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슬픈 건 아니라고 했다. 진짜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좋아하는 사람들 속에서 임신이라는 대화의 주제에 불편함과 슬픔을 느끼게 되는 상황이 미안해져서 라고 했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 탓을 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과 같은 상황으로 우리 부부가 서로 힘들어할 필요는 없다. 

괜찮아 라고 의연하게 말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우리는 한번 더 단단해졌다.

다음에 이번과 같은 상황을 만나게 된다면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을까? 그때는 조금 더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의 눈물이 잠기지 않는 수도꼭지의 물이 아닌 꽉 잠겨진 수도꼭지가 되어 흐르지 않기를! 



7년 연애 후 결혼 3년 차, 신혼의 기준이 아이가 있고 없고 라면 우리는 아직 신혼부부.
원인 모를 난임으로 스트레스도 받지만 뭐든 써내려 가다 보면 조금 위안이 됩니다. 
내려놓기가 어려워 우리만의 방식으로 감당해보는 시간. ㅣ 일복 wait for you <난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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