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그렇게 훌쩍 가버렸다.
3년 차에서 이제 4년 차가 되었다
너무나도 빠르게 한 해가 지나갔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기억하고 싶은 일 그리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 등 모두 기억해 내지도 못하고 지났다.
우리는 어느덧 만난 지 10년이 되었고, 4년 차 부부가 되었다. 이제 '신혼'이라는 단어가 조금은 어색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신혼부부처럼 웃음이 끊이지 않기를 바라며 일과 가정의 경계를 넘나들며 잘 지내고 있다.
일 년 동안 우리는 때때로 '우리가 아이를 가지려고 하는 이유', 그리고 '아이가 꼭 필요한가'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의 끝은 '우리에게도 아이가 꼭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끝났지만 해가 끝나 갈 때는 '만약 정말 만약 우리에게 아이가 허락되지 않는다면 둘이서 행복한 삶도 생각해 보자'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대화를 피한 적은 없지만 조금이라도 깊어지는 대화에 피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항상 그때마다 잘 들어주고 잘 이야기해주는 남편 덕분에 대화의 깊이는 깊어지고 마음은 편해졌다.
아직 무언가를 포기하기에 이르지만 우리는 아주 조금 더 내려놓기에 한걸음 다가간 것 같다.
꼭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 같았던 그 날.
아마 아이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그 날이 있다. 왠지 이번 달에는 꼭 맞는 것 같아!라는 기대와 설렘 그리고 혹시 모를 실패의 두려움 등이 공존하는 그때. 하지만 누구도 '이번에도 아닐 거야'라는 마음보다는 '이번에는 제발 꼭'이라는 간절함이 훨씬 크기 때문에 기다리는 날이면서도 오지 않았으면 하는 날이다.
나에게도 꼭 그런 크리스마스였다. 하필 날짜도 크리스마스 당일이어서 예전처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12월 25일이라는 날짜가 주는 설렘은 그냥 기분이 좋았다. 꼭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 같았던 느낌. 하지만 아니었다. 내가 결코 '실패'를 한 건 아니지만 마치 실패한 것 같았다. 요 근래는 매달 울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번 달이 지나면 내년이 된다는 것 그리고 올해가 그냥 가버리는 것 같아 붙잡을 수가 없는 것. 날짜가 주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가장 컸던 것 같다. 결국 참고 참았던 눈물이 났고, 마음을 추스르는데 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던 것 같다. 이번 달도 아니네 -
12월 25일은 우리 부부에게 교회에서 하는 성탄 축하예배가 있었다. 그리고 유아세례가 있었다.
너무나도 축복된 시간이고, 부모들이 작성해서 들려주는 자녀 양육 계획서는 나의 상황과 상관없이 많은 분들이 눈물을 흘리게 하는 내용들도 있었다. 축복된 시간에 나는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여 울고 말았다. 왜 울었냐고 물어봐도 나조차도 어떤 이유 때문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 상황이 답답하고 힘들었다. 점점 주변의 대화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일어나서 나갈까? 아무렇지 않은 척은 어떻게 해야 할까? 등 많은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꾸벅꾸벅 조느라 귀에 잘 들리지도 않았던 설교 말씀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귀에 쏙쏙 들어오는지 유아세례를 마친 후라 더욱더 '자녀'에 대한 내용이 담긴 설교였다. 그래도 금세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건 옆자리에 앉아 손을 꼭 잡아주는 남편 덕분이었다.
우리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은 없었지만 우리 둘을 더 단단하게 해주는 마음이 있었다.
2020년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4년차가 되었다.
사실은 아직도 새해가 되었다는 시간적 감각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매일 똑같은 출근 후 직장인 퇴근 후 한 가정의 아내의 사람으로 평범한 하루가 가고 있다.
올해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을지 시간과 내 감정에 확답할 수 있지만 글로 써내려가다 보면 위안이 되기에 2020년 첫 글을 써본다.
7년 연애 후 결혼 4년 차, 신혼의 기준이 아이가 있고 없고 라면 우리는 아직 신혼부부. 원인 모를 난임으로 스트레스도 받지만 뭐든 써내려 가다 보면 조금 위안이 됩니다. 내려놓기가 어려워 우리만의 방식으로 감당해보는 시간. ㅣ 일복 wait for you <난임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