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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알로하링 Oct 01. 2021

모녀의취향 - 모녀가 함께 찍은 사진이 이것 뿐이라고?

넉넉히 100장은 될 줄 알았다 


내 핸드폰 속 모녀의 사진은 단 1%도 되지 않더라. 


무언가를 잊어버렸다면 가장 불편 할 물건 중에 하나가 바로 '핸드폰' 일 것이다. 나 역시 조금 과장되서 이야기 생각해 보면 1분 정도만 핸드폰이 손에 떨어져 있어도 불안감을 느끼는 요즘 사람이다. 가끔 핸드폰 용량이 부족하고 경고알림이 뜨게 되면 서둘러 가장 먼저 정리하는 것이 어플과 사진인데, 의미없이 찍힌 사진들을 하나 둘 씩 지우다 보면 금방 용량이 줄어들 정도로 불필요한 사진들이 이렇게 많았나 싶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 사진을 찍고, 예쁜 것을 보면 사진을 찍고, 오랜만에 보는 무지개가 반가워 사진을 찍는다. 빠르게 출차를 하기 위해 어디에 주차했는지 기억하려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사고 싶었던 물건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그 외에도 많은 것을 기억하려고 찍은 사진들로 핸드폰은 10,000장이 넘는 사진들로 가득차 있다. 이렇게나 사소한 것들로 채워진 10,000장의 사진 속 모녀가 함께 찍은 사진은 100장도 되지 않더라. 넉넉한 125G나 되는 용량 속에 단 1%도 채워지지 않아 많이 놀랐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집 어딘가에는 필름 사진이 인화되어 차곡차곡 순서대로 사진앨범들이 몇 권씩은 있었다.

그 앨범에는 '처음으로 걸을 날' , '유치원 입학', '수목원으로 소풍간 날' 등 사진과 함께 짧은 글로도 나에 대한 기록이 남겨져 있는 수북한 사진 앨범들. 엄마는 나를 이렇게 나를 기록하고, 나눠주고, 기억하게 해주는데 10,000장이 넘는 핸드폰 속 사진 중에 모녀가 함께 찍은 사진은 없어도 정말 없구나. 


내가 핸드폰을 자유롭게 사용하던 시기 부터 지금까지의 핸드폰 속에 엄마 사진은 없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던 시기의 엄마의 모습을 오로지 내 눈에만 내 머릿속에만 기억하고 있다. 만약 그 기억이 흐릿해 진다면 10년, 20년 전의 엄마와 내가 함께 찍힌 모녀 사진은 정말 없다. 많이 후회스러웠다. 하지만 지금 부터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 그래서 작년 부터 올 해까지 정말 많이도 찍었다. 출렁다리에서 찍고, 치악산에서 찍고, 밥 먹으러 가서 찍고, 지나가다 거울이 보이는 곳에서도 함께 찍었다. 눈을 감은 사진도 우스꽝스럽게 나온 사진도 이 사진은 영 아닌데 하는 사진도 모두 지워지지 않는다. 그렇게 내 핸드폰 속 모녀가 함께 찍은 사진은 1%를 향해 달려가 있다. 핸드폰의 앨범 피드 가득 10,000장의 사진으로 꼭 채워지기 위해 오늘도 찍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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