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MA Vo.11_2019년 6월호_주제 "무신사"
지난 5월, 온라인 편집샵 무신사가 네이버 검색순위 1위에 올랐습니다. 예상보다 더위가 빨리 찾아오면서 반팔티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가운데, 무신사가 5월 한 달 동안 반팔 티셔츠를 최대 87%까지 할인하는 '2019 티셔츠 페스티벌'을 진행했기 때문인데요. 레트로 열풍에 힘입어 인기를 끌고 있는 빅 로고, 오버핏, 형광, 타이다이 염색 티셔츠 등을 선보인 결과 전년 동기 대비 200% 이상의 판매량을 달성했습니다.
요즘 무신사는 말 그대로 대세입니다. 지난해 이미 4,500억 원이라는 경이적인 거래액을 기록하였고 매출 1,000억 원 이상 규모의 국내 이커머스 기업 중에서는 이베이코리아와 무신사, 단 두 곳만이 흑자를 냈을 만큼 건강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수많은 패피(패션피플)들과 패피 꿈나무들의 지갑을 열고 있는 무신사가 온라인 편집샵의 왕좌를 움켜쥘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지 가볍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무신사라는 이름의 기원이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의 줄임말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무신사는 신발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처음 출발했습니다. 그렇게 패피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규모가 커지자 거리 스냅샷, 한정판 운동화 소식 등을 전하는 웹진으로 진화했고 후에 쇼핑몰 기능까지 더해져 지금의 무신사가 탄생한 것입니다.
따라서 패션 콘텐츠를 통해 고객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무신사의 뿌리이자 강력한 아이덴티티이며, 지금도 그 컨셉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무신사의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한 사람이라면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의 왼쪽 최상단에는 '무신사 매거진'이라고 적혀 있고, 오른쪽에는 뉴스, 매거진, 룩북, 스냅샷 등 콘텐츠와 관련된 탭이 나열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들은 오른쪽 가장 끝부분에 자리하고 있는 '스토어' 탭을 클릭해야 비로소 온라인 스토어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스토어보다 매거진을 더 전면에 내세우는 것에서 무신사가 오래전부터 '미디어 커머스'를 지향해왔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패피들에게 뉴스 콘텐츠를 통해 최신 패션 소식을 들려주고, 매거진 콘텐츠를 통해 다양한 패션 컨셉을 제안하며, 룩북 콘텐츠를 통해 각 브랜드의 제품들을 멋스럽게 소개하며 패션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깃거리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무신사가 특별한 것은 단순한 소통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거의 모든 콘텐츠에는 콘텐츠에서 소개된 제품들을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구매 링크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고객들이 즐겁고 유익하게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며 제품의 구매욕구를 높이는 것, 그야말로 내러티브 광고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이러한 콘텐츠들은 온라인 스토어에서도 이어집니다. 상품/브랜드 랭킹, 신상품 소개, 단독 한정상품 등 다른 쇼핑몰들도 으레 제공하는 콘텐츠들은 기본적으로 제공합니다. 여기에 소비자들이 ootd(outfit of the day)에 참고할 수 있는 스타일을 제안하는 '코디' 콘텐츠, 연예인들이 실제로 착용한 아이템들을 알려주고 이를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셀러브리티' 탭도 있습니다. 이쯤되면 무신사의 핵심 역량은 이렇게 수많은 콘텐츠들을 매일같이 쏟아내는 콘텐츠 제작 역량이 아닌가 싶습니다.
콘텐츠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무신사가 요즘 가장 핫한 콘텐츠 플랫폼, 유튜브를 안 한다면 조금 서운하겠죠? 무신사의 공식 유튜브 채널 '무신사TV'의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짧습니다. 지난 4월에 처음 채널을 개설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자신의 핵심 고객인 10~20대 패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트렌디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구독자를 꾸준히 쌓아가고 있습니다.
콘텐츠의 카테고리는 크게 요즘 애들 스타일 / 무신사 신세계 / 무신사 출근룩 / ON스트릿 등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각 카테고리별로 타겟과 목적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먼저 '요즘 애들 스타일'은 10대 여성 고객들을 타겟으로 한 콘텐츠로, 패션에 관심이 많은 여고생들이 스타일을 직접 제안하기도 하고 브이로그 형식의 캐주얼한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합니다. '무신사 신세계'는 신발 리뷰 콘텐츠로, 신발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였던 무신사의 뿌리를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무신사 출근룩'은 무신사 직원들의 패션을 소개하는 콘텐츠인데요. '우리나라 최고의 온라인 셀렉샵인 무신사의 직원들은 어떤 옷을 입을까?'라는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다. 무신사 직원들과 패션에 대해 소통하는 콘텐츠를 통해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직원들과 '내적 친밀감'을 형성하게 되고, 그 결과 무신사라는 브랜드에 인간적인 호감까지 느끼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무신사TV에서 가장 핫한 콘텐츠는 바로 'ON스트릿'인데요. 끼가 넘치는 모델 정혁이 거리를 돌아다니며 옷 잘 입는 일반인들을 찾아다니는 스낵 콘텐츠입니다. 무신사는 웹진이었던 시절부터 길에서 마주친 패피들의 스냅샷을 게시해 왔고, 지금도 무신사 매거진의 최상단에는 스트릿 스냅 콘텐츠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ON스트릿 영상에 등장하는 인터뷰이들은 무신사 매거진의 스트릿 스냅에서도 소개되는데, 스트릿 스냅 콘텐츠에서는 그 사람이 착용한 아이템과 똑같거나 유사한 제품들의 판매링크가 함께 게시됩니다. 역시나 '미디어 커머스'의 본질에 충실한 설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무신사의 공식 홈페이지, 그러니까 '무신사 매거진'에서 하단으로 스크롤을 내려보면 놀랍게도 브랜드 구인 공고란이 있습니다. 커버낫, 로맨틱 크라운, 크리틱 등 무신사와 함께하고 있는 브랜드의 채용공고를 소개하고 있는 것인데요. 이것을 처음 봤을 때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온라인 커머스에 패션 브랜드 구인 공고가 올라와 있다니, 여기가 정말 쇼핑몰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무신사가 지향하는 바를 알게 된 후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습니다. 무신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무신사의 로고에 블랙&화이트만 사용하는 이유는, 무신사가 '캔버스'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색깔로 캔버스에 그림을 채워나가는 것은 브랜드이다. 이것은 겸손이 아니라 무신사가 성장하는 방식이다." 무신사는 입점 브랜드들의 판매 수수료를 사업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입점한 브랜드가 성장하면 자연스레 무신사도 이익을 보는 구조입니다.
무신사가 패션업에 특화된 공유오피스, '무신사 스튜디오'를 오픈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대한민국 패션의 요람인 동대문에 위치해 있는 무신사 스튜디오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키워가고 있는 디자이너들에게 쾌적한 업무 환경을 제공합니다. 오피스 내부에는 패턴실, 수선실, 쇼룸, 스튜디오 등 제품의 제작과 홍보에 필요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패션 브랜드들에게 가장 중요한 택배 서비스를 건당 단돈 1,500원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입주 브랜드들은 공유오피스에서 협업의 기회를 찾을 수 있고 비즈니스 솔루션도 제공받는데요. 이처럼 무신사 스튜디오라는 '인큐베이터'에서 무럭무럭 성장한 브랜드는 고객을 만족시키는 제품들을 선보이고, 무신사는 그러한 브랜드들을 입점시켜 매출을 이뤄냅니다.
또한 무신사는 이번에 제 1회 '무신사 넥스트 제너레이션'이라는 오디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 런칭하지 않은 브랜드이거나 런칭 3년 이내의 브랜드에게 '핫 데뷔'를 시켜줄 등용문이 되어줄 오디션으로, 오디션을 통해 신규 브랜드들에게 돌아갈 지원금은 무려 22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심사에는 패션업계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며, 무신사 회원들 또한 자신의 마음을 움직인 브랜드에게 투표를 하여 심사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미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브랜드와는 콜라보와 협업을 통해 브랜드 파워를 확산시킬 기회를 제공하고,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루키 브랜드에게는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릴 기회를 제공하는 것. 무신사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이뤄내며 우리나라의 패션 생태계를 건강하게 넓혀가고 있습니다. 패션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의 지지를 받으며 성장해온 무신사가 앞으로도 이렇게 '품격'을 지키며 성공 신화를 써내려 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라꾸
* 본 콘텐츠는 요즘 마케터들의 매거진, <YOMA>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저와 함께하는 다른 멤버들의 이야기를 <YOMA> 매거진에서 확인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