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따른 재택근무, 그리고 뒤따르는 소비패턴의 변화
결혼 100일이라고 시끌벅적 떠벌리고 다니진 않았지만 조용히 이곳에 간직해두며 글을 적어 내려갔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해가 바뀌었고 새로운 해도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삶에 있어서 가장 소중하고 애틋한 시간들을 제한적으로 소비해야 하는 상황이 못내 안타깝긴 하지만, 그래도 모두가 그러하듯 우리도 허락된 틀 안에서 더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지금의 신선한 경험들 중 일부는 이 어려움을 극복한 후에도 적용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재택근무 두 달째, 높아져가는 엥겔지수
코로나19로 인해 회사에서도 대응책을 마련해 주었다. 사실 작년 말부터 재택근무에 들어갔고, 직무 특성상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재택근무에 별 어려움이 없다. 소통 부분에서 다소 어려움이 있긴 하나, 대체로 잘 적응한 것 같다. 이 삶이 주는 혜택과 편리함도 무시할 수가 없으니.
사태가 장기화되다 보니, 둘 다 재택근무에 돌입하게 되었고 재미있게도 이는 소득 대비 식료품 지출 비중의 증가로 이어졌다. 카테고리별 비중의 트렌드를 보는 걸 즐기는 나인데, 당연한 결과겠지만 밥값 소비가 뚜렷이 증가했다. 반면 교통비 지출과 외식비용은 감소.
뭐 심각한 건 아니다. 다들 비슷할 것 같고.. 특히 배달음식의 일상화가 되어버린 요즘이라 배달 앱에서 VVIP가 되어가는 것 같고 한 달에 20번은 넘게 주문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10번만 주문해도 조금 조절해야지, 라고 자기반성을 했었던 것 같은데.. 일상이 변화함에 따라 발생한 자연적인 흐름이긴 하지만 1년 전과 트렌드를 비교해보면 놀랍기는 하다.
회사를 다니면 한 달에 20번 정도 출근을 하고, 한 달에 보통 8-9만 원의 점심 식비를 지출한다. 이것도 컵라면, 편의점 도시락, 때로는 맥반석 계란으로 끼니를 때우는 등 지출을 꽤 아끼기 위한 몸부림의 결과인데, 이 비용은 발생하지 않지만 집에서 말 그대로 편하게 호의호식하며 아무 생각 없이 점심 플렉스, 이어지는 커피타임! 의 결과 점심값만 한 달에 족히 20만 원 이상 발생하는 것 같다.ㅋㅋㅋ 대신 교통비 줄어들고, 친구들과의 술자리 거의 없어지고. 총액 기준으로 보면 경조사비 등의 이슈가 없다면 시즈널 트렌드만 발생할 뿐 큰 변동은 없는 것 같다. 일종의 트레이드-오프가 발생하는 듯.
밥값의 비중이 늘어나는 게 나쁜 지표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환경의 변화에 따른 필연적인 현상이며 때로는 집에 갇혀있다는 느낌이 들 때 받는 스트레스에 대한 나름의 해소 방법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니까. 실제로 맛있는 식사를 할 때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행복한 감정으로 스트레스를 풀어본 경험이 다들 있을 테니까.
다만 하나 걱정이 있다면 살이 많이 찐다는 것. 이게 포인트다. 운동도 산책이라도 꾸준히 해야 되는데, 외부 활동 자제, 이게 또 얼마나 좋은 핑계냐. 아주 살이 찌기 좋은 구조다. 살이 찌는 것보다 건강이 악화되는 게 걱정인데, 둘 다 건강관리 잘해야겠다. 엥겔지수가 높아지는 만큼 행복지수도 조금이나마 끌어올릴 수 있다면 언제든지 쌍수 들고 환영! 그러나,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건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다는 것. 그 어느 때보다 건강관리에도 유념하며 맛있는 생활을 이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 같다. 막말로 건강해야 더 맛있는 음식 많이 먹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 :) 그래야 더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고 지속할 수 있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