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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 Lee Jan 17. 2020

커피는 어떻게 즐기세요?

세상의 커피는 직접 타 먹는 맥심 막대 커피와 자판기 커피.


이렇게 두 가지가 전부인 시절이 있었다. 

중, 고등학교 시절 커피숖에서는 커피보다는 다른 음료를 마셨기 때문에 실제 더 넓은 커피의 세상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인 듯하다. 

만나게 되는 사람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좀 더 자주 커피숖이라는 곳을 가게 되고 '원두커피', '헤이즐 넛', '까페오레' 등등 메뉴들을 마셔보면서 커피가 다양하구나를 알았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던킨'에서 도넛과 함께 드립 커피를 즐기게 되면서 인스턴트커피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스타벅스가 1999년 7월 이대점으로 처음 오픈했으니 이런 프랜차이즈 커피는 나의 이십 대와 함께 시작했다고 보면 될 듯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여러 가지 커피 및 여러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커피를 마시면서 최종적으로 직접 핸드 드립을 하게 되는 단계로 오게 되었다. 

개인이 커피를 가장 풍미 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이 것이 아닐까 싶다. 

가끔은 에스프레소를 즐겨하는데 매번 커피숖에 가야 하는 번거로움으로 인해  '라파보니' 레버 머신을 지켜보고 있다. 

언제쯤 나에게 오게 될지 모르겠으나 참으로 소유하고 싶은 아이템 중 하나이다.


핸드 드립은 커피뿐만 아니라 드립 하는 과정에 얻게 되는 게 있다. 

커피가 만들어지는 길지 않은 시간임에도 그동안 머릿속에서 돌기만 할 뿐 뭔가 남아있던 것들이 해결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생기거나. 혹자는 샤워를 하는 중에 경험한다는 것들을 드립을 하는 동안 꽤나 자주 경험했다. 

또한 뭔가 중요한 일을 앞두거나 마음이 불편할 때 드립을 하면서 안정을 얻을 때가 있다. 

재미있는 건 그런 때 내려진 커피 맛은 정말 맛이 없다. 

먹기 어려울 정도로...


커피를 마시다 보면 입맛이 바뀌는 거 같기도 하고 원도 종류도 워낙 많다 보니 여러 종류를 먹어도 봤고 아직 먹어보지 못한 종류가 많은 것 같다. 

보통 1 ~ 3kg 정도를 주문한다. 

많은 사람들이 마시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스타트업 사무실이다 보니 여름에는 더치도 내리고 해서 3kg로씩도 구매한다. 

주로 싱글 오리진으로 아라비카 티피카에 미디엄 로스팅된 원두를 즐기는 편이다. 

커피에 익숙하지 않던 사람들이 커피를 즐기게 되면 처음에는 산미를 선호하는데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입맛이 바뀌는 것을 보게 된다. 

주문하는 곳이 다르고 원두마다 가격이 달라서 대략 1kg 당 3 ~ 8만 원 정도 지불하는 거 같다.


새로운 발견 라오스 커피 - jhaicoffeehouse.co.kr

작년 2019년에 새롭게 경험한 것이 하나 있다면 동남아 커피에 대한 재발견이다. 동남아 커피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매주 가는 교회 근처에 커피숖을 찾다가 '라오스' 커피 전문점이라는 간판을 보고 별 기대 없이 들어갔는데 '핸드 드립'을 위주하는 곳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동남아 커피는 로부스타 특유의 향이 있는 풀 시티 로스팅이 되어서 비선호하는 종류였다. 

그러한 편견을 가지고 주문해서 마신 커피는 '머지?' 하는 느낌을 주었고 마침 한가한 시간이어서 사장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원두는 라오스 원산지에 아라비카 티피카 종이 었는데 갈색빛의 시티 로스팅된 원두로 내려진 커피는 발란스가 아주 좋았다. 

현지에서 Farm에서 직접 유통을 하시다 보니 신선했고 깊은 향, 적당한 보디감, 약간의 산미... 

뭐 이런저런 미사여구를 쓰는 것보다 이 정도 정의가 적당할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편견을 바꾸게 되었고 교회에 매주 가기 때문에 여기도 매주 출석하고 있고 원두도 주문해서 주로 마시는 커피가 되었다.


드립은 케맥스로 한다.

여러 기구들이 있었으나 선물을 받게 되면서 특별히 다른 기구 선택을 고려해 보지 않았다. 

드립을 하나로 해결할 수 있어서 간편하고 디자인도 맘에 들어서 처음부터 쭈욱 사용하고 있다.

음식마다 조리법이 다르듯 드립 방식도 바리스타들 마다 다양한 것을 볼 수 있다. 

원두 양, 물 온도, 내리는 속도, 물을 드립 하는 방향 등 처음에는 룰을 지키려고 노력했었다.

그러다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일정한 맛을 내기 시작한 게 한 2년 정도 이후였던 거 같다. 

이 말은 정성을 들이지 않는 건 아닌데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단계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설명 같다.


사무실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커피를 내리는 것이다. 

약 4인 정도가 마실 수 있는 양을 내려놓으면 그 날의 운이 닿는 분들이 나머지 커피를 득하게 된다. 

관심 있는 분들이 생겨나고 직접 드립을 하면서 가끔은 남이 내려주는 커피를 마셔볼 수 있다. 

정말 신기한 건 같은 원두임에도 사람마다 맛이 다르고 사람마다 그 특색이 있다는 것.


커피로부터 얻어지는 것들이 있다.

그 자체가 주는 것들. 맛과 향... 이 두 가지는 커피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니까... 그래서 원두 가진 다양한 맛과 향을 더 즐거운 마음으로 즐기기 위해 원두 벨트를 타고 세계 여행을 한다.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시아로...


하나를 더 얘기한다면...

또 다른 영역의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역할을 해 준다. 

물론 먼저 나눌 줄 아는 마음이 필요하겠지만 그것이 상대방에게도 기분 좋은 것이 되어야 하는데 그 매개체로는 아주 만점이다. 

커피 향은 사람을 편하게 하고 관심을 갖게 한다. 

그저 한 잔 권하면 너무 쉽게 관계가 시작된다. 

회사라는 제약된 공간이지만  다른 부서, 다른 업무를 하는 사람들과 친분을 쉽게 쌓아가게 해 주고 원활한 업무 협력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2020년이 시작이 되었다. 올해 어김없이 사무실 아침에는 커피 향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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