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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머리에 모자가 안 맞는 이유

by 신영웅

한국 남성들의 모자 사이즈에 대한 실태를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참고로 이 데이터는 사이즈코리아의 실측 데이터. 사이즈코리아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의 산하기관. 대한민국 국민의 신체 사이즈(키, 몸무게 등)를 측정하고, 그 통계 결과를 공개하는 일을 하는 곳.


태리타운의 메인 타깃이기도 한 20~40대 남성의 평균 머리 둘레는 59.34cm. 거의 60cm에 가깝다. 여기에 반해 일반 브랜드의 모자 사이즈는 58cm를 기준으로 만든다. (왜 58cm로 만드는지는 많이 얘기했으니 생략!)

더 깊게 볼 것도 없이 인구의 반도 안 되는 사람들만 위한 모자가 주를 이룬다. 이는 (살짝 거창하지만) 불편과 차별의 현장인 것.


자, 그럼 데이터를 면밀히 보자.

대한민국 2040 남성 평균 머리 둘레 59.34cm

표준편차 2.15cm, 최소값 51.6cm, 최대값 66.1cm


- 58cm 이하는 약 26.6%

- 60cm 이상은 약 38.2%

- 64cm 이상은 약 1.5%


이 숫자를 해석해 보면, 우선 2040 남성의 수는 대략 651만명 정도.


머리둘레 같은 생물학적 수치는 대개 정규분포로 봐도 된다.

(여기서 잠깐! 정규분포 나온다고 포기하지 말자. 최대한 쉽게 설명할테니. 어려울 것도 없는 게 중학교 수학 시간에 배운 종모양은 기억날 게다. 평균을 기점으로 종모양으로 퍼지는 그래프. 쉽게 말해서 수치가 들쭉날쭉하지 않고 고르게 분포한다는 말만 기억하자!)

1. 58cm 이하 26.6%

58cm가 안 되는 사람은 전체 173만명인 26.6%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서 시중에 판매되는 보통 모자를 불편해 할 사람은 478만명 넘게 존재한다. (타깃 시장이 작지 않네?!)


2. 60cm 이상 38.2%

60cm 이상인 사람이 38.2%, 이 수치를 보면 시중 볼캡이 아예 들어가지도 않는 사람이 248만명이나 된다. 이는 서울과 부산에 이은 대구광역시(236만명)의 인구보다 많은 수다.


태리타운이 볼캡 둘레의 기본값을 60cm로 해서 만드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여기서 스트랩을 통해 3cm 정도 오르내리게. 57~63cm인 사람들이 쓸 수 있게 한 것. 남성 대부분을 커버할 수 있게 된다.


우리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사이즈 캡을 만든 이유는 단순히 쓸 수 있는 모자를 넘어서 머리가 크든, 작든 스타일리쉬하게 쓸 수 있게 하기 위해서!


3. 64cm 이상 1.5%

이 데이터를 보면 태리타운 모자는 적어도 한국 남성 98.5%가 쓸 수 있단 얘기가 되는 거지. 머리가 작은 이들은 (스타일만 맞다면) 스몰 사이즈로 전부 커버가 되는데 반해 여전히 9만명 정도가 쓸 수 없단 얘기야.


가끔 반품 사유에 'ㅠㅠ'를 쓰는 고객들을 보면서 너무 죄송하고 괴롭더라고. 그들에게 늘 말하지.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얼른 회사가 성장해서 2XL까지 도전하겠다고.


그렇다고 태리타운 시작할 때 단순히 대두볼캡 만들자고 한 건 아니다. 그저 내 눈에 편견과 잘못한 것도 없이 괜히 스스로 움츠려 드는 많은 볼캡러버들이 보였기에. 그리고 대두볼캡이라는 말 자체에 깔려 있는 혐오와 차별이 싫어서였다.


4. 100%

태리타운이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응원과 위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편견들로 인해 소외 받거나 차별 받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 사이즈는 함께 뜻을 나눌 이들을 모으는 과정이 되고.


요즘 태리타운이 하는 이야기들이 정말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다. 방치된 강아지들의 집을 지어주고, 청각장애인 야구부가 해체되지 않게 응원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격선수에게 격려도 하고, 커피차를 만들어서 위로도 다니고...


각자도생에 지친 이들에게 상생과 공존이 오히려 스스로를 살리는 길이란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혼자선 절대 100%를 채울 수 없다고. 옆에 있는 이들과 조금씩 주고 받다 보면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에는 100%을 넘어 흘러 넘기게 되는 순간이 온다는 걸 말이다.


이는 내가 힘들 때 내게 손 내밀어 준 분들에게서 배운 살아 있는 레슨이다. 그래서 나도 멈추면 안되기에 뭔가를 해야 한다.


5. 1%

아직 하고 싶은 이야기 중 1%도 못했다. 독립유공자들을 위한 이야기부터 위안부들의 이야기 등등 역사에 관한 이야기부터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음악가, 댄서, 화가들까지 수다스러운 나답게 할 얘기가 너무 많이 남았다.


그러나 자금이 부족해서, 일손이 달려서, 크리에이티브가 약해서 매일 절절 매고 산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100% 다할 때까지 태리타운을 멈추고 싶진 않다.


그러기 위해선 편견과 함께 맞서 싸울 줄 사람들이 필요하다.


혹시 저와 함께 여름에 코듀로이 모자를 쓰고, 겨울에 나일론 모자를 쓰면서 100%를 만들어 볼 사람? 고객이어도, 파트너여도, 동료여도 좋다. 늘 함께만 해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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