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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홍대병과 오기

by 신영웅

태리타운의 성장이 더딘 이유는 모두 내탓이다. 매번 선택의 순간에 마이너리티가 발동하기 때문.


90년대 NBA를 보고 자란 이들 중에 시카고 불스와 슬램덩크를 싫어한 사람은 흔치 않다. 걔중에는 간혹 조던과 불스 왕조에 대한 반감으로 샤크에 열광한 이도 제법 있었다. 그러나 샤킬 오닐은 2인자라기 보단 신흥 강자였고 태풍이었다.

그런 시기에도 내 픽은 찰스 바클리와 패트릭 유잉이었다. 둘은 리그의 슈퍼스타지만 챔피언 반지가 없다. 바클리는 조던의 시카고에, 유잉은 올라주원의 휴스턴에 발목이 잡혔다. 두 명의 베토벤 때문에 두 명의 살리에리가 탄생한 것.

난 늘 이런 이야기에 마음이 간다. 이런 서사를 보며 응원한다. 애들이 SES와 핑클로 다툴 때 토이 3집을 늘어지도록 들었던 것도 이와 같다.


공교롭게도 태리타운에도 이 법칙은 예외가 아니다. 최대 매출 볼캡은 최애가 아니다. 가장 덜 찾는 모자가 1위다.


물론 허투루 만든 게 없으니 그 1위가 이상할 건 없다. 다만 취향을 덜 담은 모자가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점은 바클리를, 유잉을 떠오르게 한다.


살짝 오기가 생긴다. 볼캡 디자이너로서 철저히 취향을 찐하게 담은 모자로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워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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