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인데 계속 해도 될까요?"
드디어 고태용 디자이너님, 아니 선배님을 실제로 만나고 왔다.
그가 먼저 후배님이라고 인정을 해줬는데 그는 지나가는 말이었겠지만 뭉클하고 찌릿하고, 그래서 완전 얼어버려서 촬영 때부터 끝나고 같이 사진 찍을 때조차 얼어버림. 그 어떤 셀럽(최불암 선생님 제외!)과 사진 찍을 때도 긴장 안하던 나지만 뭔가 업계 후배란 작위(ㅋ)가 주어진 것 같아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음.
끝나고 패션계의 박찬호라는 별명을 붙여주심. 아, 조금 부끄러웠음. 솔직히 묻고 싶은 게 너무 많았는데 태리타운을 이야기 하고 싶은 갈증이 너무 많아서 그 욕심을 못 눌러서 진짜 궁금한 거나 고민들은 다 털어놓지 못하고 왔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계속 후회를...
요즘 내 역할에 대한 정체성과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 고민이 많다보니 쭈니가 몇 번이나 내게 보라고 추천한 유튜버가 고태용 님이었다.
그러나 희한한 곤조가 있던 나는, 디자이너로서 기본기도 없는데 얕은 상식들이 들어오면 정체성도 쌓기 전에 무너질까봐 트렌드를 다루는 패션 유튜버를 되도록 안 보고 있었다. 그 시간에 소재 공부를 더 하는 게 맞다는 강퍅한 인간.
그냥 그렇게 넘기다가 쭈니가 만날 때마다 보라고 해서 썸네일만 훑자는 생각으로 자기 전에 쭈룩 봤다. 그러다 '전공자가 아니면 디자이너 하지 말라고?'란 썸네일에 긁혀서 클릭했는데 그 자리에서 10편이 넘는 영상들을 봤다. 만약 잠들지 않았다면 더 봤을 것이다.
그의 채널은 그냥 패션 트렌드 얘기하고 백과사전처럼 패션의 레거시에 대해서 읊는 유튜버가 아녔다. 앵무새처럼 지식을 자랑하는 게 아닌 고태용이란 필터를 거친 저널이었고, 그는 진짜 저널리스트였다. 툭툭 던지며 말하는 말투하며 약간은 건들거리는 모습과는 달리 진짜 해본 놈만이 아는 그 갈증과 결핍을 캐치해서 이를 해소해주는 말들로 채워져 있었다. 믹스앤매치의 전형 ㅋ 디자이너이자 사업가로서 자신의 일과 삶이 녹아든 아주 레어한 것이었기에 그런 그를 너무 만나고 싶었다.
그렇게 마음만 먹고 있다가 조금 널널한 주말 낮 쇼룸에 앉아 있는데 문득 그에게 메일을 쓰고 싶어졌다. 술 한잔 하고 싶다고. 그러다가 성준 대표님이 매장에 놀러 왔고 메일을 쓰다만 채 수다를 떨고 있는데, 갑자기 고태용 닮은 사람이 쇼룸으로 들어왔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망설이다 확인한 결과 그는 리얼 고태용이었고 이 우연으로 인해 며칠 전 서울에서의 만남이 성사된 것!
사실 지금도 약간 이게 말이 되나 싶은 우연이지만, 그동안 열심히 해온 것에 대해 절대자가 내게 준 선물이 아닐까 하며 사양 않고 받기로 했다. 그가 태리타운에 대해서 어떤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어떤 모자를 최애픽으로 골랐는지는 곧 그의 채널에서 볼 수 있다.
그러니 지금부터 미리 그의 채널을 구독하고 다른 컨텐츠 보면서 태리타운의 업로드를 기다리시라. 저널리스트 고태용의 인사이트풀한 저널들을 보면서. 만약 당신이 스몰 브랜드를 하고 있다면 당신이 올해 한 일 중 잘한 일 10개 안에 들어가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