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의 첫 생산을 마쳤지만 출시를 보류했다. 딱 1cm가 작게 만들어져서.
검수 과정에서 전량 사이즈가 디자인한대로 나오지 않은 걸 발견했기에. 매번 어려운 결정이지만 그래도 최종 결정은 판매불가이다.
휴, 처음은 아니지만 매번 괴로운 결정일 수밖에 없다. 조금 과장해서 내 손으로 내 자식 같은 아이들의 생명을 끊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공장이 야속하고 화도 나고 욕도 나오는 게 사실. 전화를 걸어 좀 제대로 체크하지 하면서 욕이 목 끝까지 차오르는데... 이번에는 혀 끝까지 왔지만 그저 한숨만 쉰다.
“다음에는 제대로 체크하고 만들어 주세요. 비용 정산은 해 드릴게요.“라고 욕 대신 통화를 맺고 만다.
더 속상한 건 이번에 생산된 패트릭은 꽤 오랫동안 준비를 했고, 만듦새도 매우 훌륭하다. 너무 잘 만들어진 모자라 그냥 버리기에는 아까워서 더 맘이 쓰인다.
며칠을 고민하다 결국 심폐소생을 해보기로 했다. 자기모순에 빠질 수 있어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브랜드가 훼손되지 않도록 고민했다. 사이즈만 제대로 나왔어도 A급이지만 1cm 작게 나와서 B급이 된 녀석. 이 녀석을 쇼룸에서만 이벤트성으로 한정 판매하는 걸 떠올린 것.
주위에선 그냥 팔아도 된다고들 하지만 이건 내 자신과의 약속이라 풀 프라이스로 그냥 파는 건 아니라고 판단되어 할인가로 진행을 하고자 한다. 거의 반값으로. 게다가 쇼룸에서는 내가 충분히 설명도 드리고, 양해도 구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어울리지 않거나 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평소에도 팔지 않는다는 소신도 있기에!
기왕 말하는 김에 처음에는 그냥 모른 척 판매할 생각까지 했었다. 태리타운은 늘 재고가 부족하고 생산 비용에 쩔쩔 매는 게 내 현실이니까. 그래도 끝까지 스스로를 지킬 수 있었던 건 태리타운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의 리뷰를 보고 마음을 다졌다. 저 많은 이들이 보내준 마음에 배신할 수 없으니.
여기에 하나 보탠다면 나의 위선 정도? Fake nice saves the world. 오늘 한번 더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