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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ui Jan 09. 2024

그리하여 엄마가 되었다.

22년 9월 29일

2022년 9월 22일이었던 예정일


예정일을 약 한 달 앞두고 시작된 출산휴가

그동안 하지 못 했던 아기 맞을 준비와 어쩌면 이제 수년간은 없을 혼자만의 시간도 즐기다 보니 금새 예정일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예정일이 임박해서는 병원 검진을 자주 갔는데 그때마다 아직 아기가 밑으로 많이 내려오지 않았다고 했다. 하루가 다르게 배는 더 무겁게 느껴져 힘들었던 나는 나름 많이 움직이고 적지 않게 활동하며 아기가 신호를 주기만을 기다렸다.


예정일이 일주일 앞으로 닥쳤을 때 담당 선생님은 유도분만을 권유하셨지만,

기다릴 수 있는 마지노선까지 자연 진통이 오지 않으면 제왕절개를 이미 굳게 결심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술 날짜를 잡고 그 당일까지도 진통을 기다렸었다.




그리고 9월 29일


결국 임신 41주가 되던 날 예정한 시간에 나는 수술을 진행했다. 

항생제 테스트부터 시작해 수없이 다른 사람들의 글과 입을 통해 머리로 알고 있었던 과정들이지만 직접 겪어보니 낯설고 무서웠다. 병원에서 무엇을 하든 제법 용감한 편이었는데,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아기의 존재가 함께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을까? 이것도 모성애라면 모성애인가?


수술대에 모로 누워 준비 과정을 들으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마취약이 몸에 퍼지는 걸 느낌과 동시에 나도 모르게 입술이 덜덜 떨렸다. 아무래도 약물에 의한 반응이었던 것 같다.

긴장을 풀어주던 선생님께서 수면 마취를 권해 주셨고, 나는 아기의 첫 모습을 보는 대신 잠이 들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병실 안 침대에 누워있었고, 남편과 간호사 선생님이 보였다.

정신이 드는 순간 아기의 안위가 가장 먼저 궁금했다.

임신 기간 동안 늘 평균보다 조금 작은 편에 속했던 아기는 비교적 오랜 기간 뱃 속에 있어서였는지 3.62kg으로 다행이도 건강하게 태어났다. 


남편이 찍은 영상 속 우리 아기의 모습을 본 첫 인상은 ‘낯설다’ 였다.


내 뱃속에서 이런 건장한 아기가 있었다니!

아직 실제로 보지 못 해 그 크기가 가늠되지 않았기 때문에 양수에 퉁퉁 불어버린 아기가 그저 크게만 보였었다.




오전 10시 수술 이후, 자정이 될 때까지 침대에 바로 누워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모래주머니를 들었다 놨다 할 때마다의 고통은 아직도 생생할 정도이다. 진통제를 달고 있음에도 이 정도라니, 새삼 제왕절개 후폭풍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땀이 많이 나기도 해 자정 때쯤에는 남편과 간호사 선생님의 도움으로 옷을 갈아입고 소변줄을 꽂은 채 일회용 팬티도 입었다.


첫날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다시피 했고, 날이 밝아질 때쯤 처음으로 물을 마셨다. 

소변줄을 빼고 화장실도 다녀왔다.


‘수술하고 나서 처음 일어날 때 장기가 쏟아지는 느낌이라던데 큰일이네…’

모션 베드를 끝까지 세워 몸을 일으킨 다음 침대 밑으로 첫 발을 내디딜 때의 공포심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겁을 잔뜩 먹은 덕분인지 다행히 생각했던 것보단 움직일만했고, 조금은 무리해서 오전 첫 타임 신생아실 면회도 부득 부득 다녀왔다. 

첫 면회 소식을 전하니, 친정아버지가 아직 많이 아플 텐데 역시 엄마는 강하다며 나를 격려해 주셨다.


아기의 실물을 직접 보고나서 나는 남편을 타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사진을 그렇게 찍을 수 있어?!”


물론 전 날보다 부기가 많이 빠지기도 했겠지만, 유리창 너머 신생아 침대에 속싸개 돌돌 싸여 누워있는 우리 아기의 모습은 너무나 작고 귀여웠다.


까만 머리카락

발그스름한 얼굴

깊은 잠에 빠져 평화, 그 전부였던 모습


보고 왔는데 금새 또 보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엄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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