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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ui Jan 26. 2024

세상이 낯선 아기, 나는 아직 서툰 엄마

아기가 집에 왔어요.

첫 모유 수유, 첫 모자 동실, 첫 기저귀 갈이...

한바탕 소동과도 같았던 첫 순간들이 지났다.


코로나 여파로 모든 프로그램이 중단되었던 조리원이라 매일 새로울 게 없었던 생활이 금방 지루해져 마냥 빨리 집에 가고싶었던 나


물론 이 생각은 얼마 가지 않아 신생아는 밤낮이 구별 없다는 걸 깨닫고 금세 후회로 바뀌고 만다.




병원에서 6일, 조리원에서 2주를 보내고 아기가 태어난 지 3주만에 집에 가던 날

날씨가 꽤 포근했던 9월과 달리 제법 쌀쌀해진 바람에 계절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바구니 카시트에 작은 아기를 뉘었다.

혹시라도 아기한테 찬 바람이 들까, 흔들리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집으로 향한 우리 가족


집에 도착한지 얼마되지 않아 조카가 보고싶어 달려온 동생에게

꽃다발과 선물을 받고 마음이 저릿했다가 아기가 울어재끼는 걸 보고

감동은 아주 잠시, 눈 앞에 닥친 현실을 깨달았다.


저녁에는 딸을 몸조리해 주기 위해 일주일 간 휴가를 내신 엄마와

아기가 너무 작아 무섭다며 차마 안지 못하고 지켜만 보시던 아빠가 함께 오셨다.


자식을 낳고 처음으로 부모님을 만나니 기분이 참 묘했는데,

자식이 낳은 자식을 마침내 처음 안아본 부모님은 오죽했을까




새벽 수유부터 시작해 아기 돌보는 일이며 집안일은 엄마와 동생이 도맡아 해 주어 힘든지 몰랐던 한 주였다.


엄마는 신생아인 손녀는 물론 엄마의 딸인 나까지 돌보며

힘든 기색 하나 없이 기꺼이 모든 것을 해 주셨다.


그렇게 꿈만 같았던 일주일이 지나고

본격적인 우리의 육아는 10월 22일 저녁

친정엄마의 휴가가 끝나고 난 그다음부터 시작되었다.




어느 날 새벽, 배고픈 아기가 울자

언제나처럼 새벽 수유를 하기 위해 거실 소파에 앉아 아기를 안고 젖병을 물렸다.


캄캄한 밤 아무도 다니지 않는 창 너머 길에

신호등 불빛이 빨간불이 되었다가 초록불이 되었다가…

헤아릴 수도 없이 반복되던 깜빡임


그 날따라 아기는 아무리 토닥여도 잠들지 않았고,

아기를 붙잡고있던 내 눈에선 눈물이 핑 돌더니 이내 주룩주룩 쏟아지기 시작했다.




산후우울증이 없었냐며 묻는 주변 사람들에게 여러번 말했던 그 날 일이다.

아직도 그 감정이 정확히 이해되지 않지만 느낌만은 생생하다.


돌이켜보면 늘 나를 신경 써주고 챙겨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어

크게 힘든 일도, 우울할 것도 없었던 시기였다.

하지만 당시에는 난생 처음 겪어보는 신생아를 돌보는 일이

버겁고 끝이 없게 느껴져 막막하고, 집에 갇혔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던 것 같다.


그 갑갑함이 터졌던 고요한 밤

아무것도 모르는 너를 붙잡고 울던 밤



새벽 수유를 하는 동안에는 밤 잠을 길게 드는 게 어려웠고

아기가 자는 틈에 혼자 밥이라도 먹을라치면 몇 술 뜨기 전에 보채기 시작했고

목욕을 시킬 땐 서툰 엄마 아빠의 손길에 그만 자지러지게 울기 일쑤였다.


뱃 속에만 있던 아기는 처음 겪는 세상살이에 매 순간 놀람의 연속이었을 것이고

그 표현을 울음으로 밖에 할 수 없는 아기의 모습에

서툰 엄마는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아무 소통이 되지 않던 그 밤, 그 날

그렇게 지나 힘들었던 그 기억들도 모두 지난 일이 되었다.




너를 향한 모든 몸짓과 행동이 조심스러울 정도로 작고 연약했던 우리 아기


이제는 다 사라져버린

너의 귓바퀴에 났던 솜털처럼 찰나같은 순간을 추억해 보니

왜 그 때 엄마가 더 잘하지 못 했을까 후회가 많아


하지만 그 시간을 곱씹고 있는 것조차 사치처럼 느껴질 정도로

우리의 지금 이 순간도 빠르게 지나고있어


그 후회의 크기가 점차 줄어들 수 있도록

더 이상 서툰 엄마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하며 겪은 수 많은 시행착오 끝에

너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평생 네 편이 될게


엄마가 능숙해 지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이 세상에 적응 해 주는 아기가 엄마는 너무나도 기특하단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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