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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 Oct 29. 2024

우리, 회사 사람을 귀여워해 봅시다

친구들이랑 만나면 빠지지 않는 게 인간관계 이야기다. 하루 중에 당연히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니 보통은 회사 사람들 이야기인데 듣다 보면 별 꼴이 다 있다.


처음엔 '엥? 어? 대박이네?' 정도로 시작해서 점점 '미쳤다, 사람 맞냐, 폐급이다' 정도로 리액션이 고조되고 마지막엔 경악, 충격, 황당 등등의 감정으로 마무리되는 고자극 스토리텔링은 듣다 보면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그리고 나에게 물어온다. "너네 회사는 어때?"


사실 참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열변을 토할 정도로 회사에서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본 적이 없다. 운이 좋게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돌아봐도 꽤 좋은 기억들이다.


그래도 종종 친구들이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물어보는데, 찬찬히 생각해 보면 몇 가지 포인트가 있긴 하다.


1. 좋은 면을 더 많이 보려고 한다

당연히 사람이라면 100% 완벽할 수 없다. 나를 포함해서 누구나 어떤 면은 좀 괜찮고, 어떤 면은 좀 별로다. 그래도 둘 중에 어떤 점에 집중할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몫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 새로 부임한 상사가 있었는데, 그분을 좋아한 사람은 회사에서 거의 내가 유일했었다. 흔히 말하는 '꼰대' 이미지였던 그는 야근 좋아하고, 까탈스럽고, 목소리가 큰 감자탕에 소주 때리는 아저씨였다. 거의 내 주변 모두가 학을 떼는 그 상사를 그럼에도 난 꽤 좋아하고 잘 따랐는데, 그건 그 상사가 자신의 일에 열정이 있고, 한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어서였다. 그래서 100 중에 좋은 게 60, 싫은 게 40이라고 하면 60에 집중했던 것 같다. 지금은 물론 서로 다른 회사에서 각자의 일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좋은 관계인 그 분과 동료로 일 했던 건 지금 떠올려도 꽤나 괜찮은 기억이다.


2. 애초에 별 기대가 없다

사실 이게 더 본질적인 이유 같긴 한데, 사람에게 애초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디폴트로 기대하는 바가 0에 가깝다 보니, 누군가 보여주는 작은 호의나 따뜻함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좋은 점이 크게 보이는가 싶기도 하고. 물론 그 반대로 무례하거나 별로다 싶으면 그냥 그런 사람인가 보다 하고 선 그으면 그만이니 이만큼 편한 게 어딨나 싶다.


3. 어떨 때는 아주 귀여운 무언가로 본다

이게 글로 쓰니까 좀 이상하긴 한데, 종종 느닷없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거나 짜증을 내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난 그 사람의 나이, 성별에 상관없이 그냥 화가 많이 난 고양이, 앵무새, 어린이 정도로 생각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마인드 컨트롤에 굉장한 효과가 있다. 심지어 실제로 좀 귀여워 보이기도 한다! 회사에서 일하기도 바쁜데 남의 감정쓰레기통이 되어줄 여유는 다들 없을 테니 기분이 널뛰듯 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추천한다.


물론 아직까지 내가 굉장한 빌런을 못 만나봐서 이 정도 쪼렙 수준의 팁으로 회사생활을 했나 싶기도 하지만, 아무렴 큰 스트레스 없이 인간적으로 좋아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도 이 덕이니 앞으로도 쭉 정진해보고자 한다.


근데 주변에 또라이가 없으면 내가 또라이라던데 설마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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