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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Nov 08. 2020

봄날은 간다

때론 은수가 되기도, 어쩌면 상우일지도.

상우인 적도, 은수인 적도 있었다.

상대에 따라 모습을 조금씩 바꾸기도 하니까.

상우처럼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따르는 사람.

상황과 조건보다 사랑을 믿는 사람.

성 안에서 안전하게 살겠다는 안도감을 지닌 사람


그런 이를 만나면 이상하게 마음을 사고 싶다.

마음을 얻으면 내 마음도 그렇게 될까 싶어서,

아무래도 걱정 없이 웃을 것 같아서.

성문을 과감히 두드리고 ,

수많은 경험 끝에 얻은 초연함에서 나오는 천진함과 분위기로 상대를 놀라게 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일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조금씩 성은 허물어진다.

상우는 이제 더 이상 안도감을 지니지 못할지도.

사랑은 그렇게 상대의 성을 무너뜨리는 일인지도.


어쩐지 상우는 자꾸만 비틀거리고 기운이 없다.

어떤 사랑은 점점 온전해지지만 그렇지 않은 시랑도 있으니까. 그걸 알게 되면 은수, 모르면 혹은 모르는 것을 선택하면 상우가 된다.

무너진 성 앞에서 은수는 말한다. 더는 못하겠어.

우리 헤어져.

상우는 말한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성도 무너지는데. 사랑이라고 다를까.

우리는 늘 견고한 성을 찾아 헤맨다.

그리고 여느 주말 아침처럼

어떤 이는 다시금 무너진 성을 쌓아 올린다.

수많은 추억을 곱씹으면서.


상우가 될지, 은수가 될지

무너뜨릴지, 무너질지

고민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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