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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Nov 24. 2020

멍울

어느 날 문득 만진 목에 멍울이 잡히는 날.

나도 모르게 심각한 병을 떠올린다.

병이나 삶은 그렇게 떠올리는 것처럼 되는 것이

아님을 알지만, 생각이란 우습게도 갈피를 잡지 못한다.


하필 내게 못되게 대하던 이의 작은 친절함에

또 속아 헤헤거리며 돌아오던 날인데,

남은 것은 걱정스러운 멍울뿐이라는 것이 야속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마음보다는 단단하게 살라는 뜻일까?


머리 끝까지 이불을 덮어쓰고 잠에 들었다.

최선을 다하지 않고 흘려버린 날들이 부드럽고 잔인하게 지나갔고, 눈을 떴을 때엔 찬기가 가득했다.

코끝이 너무 시려서 한동안 멍하게 코를 쥐고 있을 정도로.


안다. 별일이 아닐 것을.

그래도 더 단단하게, 마음을 다해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작은 멍울에도 삶의 반대편을 걱정하게 되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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