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돌이 Jul 09. 2019

기말고사가 끝나고 학교에서 하는 일

1학기를 마무리하며

중간고사를 준비하던 게 엊그제 같은 데 벌써 기말고사가 끝났다.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이 즈음이면 1학기의 마지막 시험을 치르고 있거나 이미 끝났을 즈음이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방학을 학수고대하게 되는 시기이자 어영부영하다가 허송세월 하기 쉬운 시기이고, 교사들 입장에서는 꽤나 분주해지는 기간이다.


우선, 1학기를 마무리하고 방학을 준비하는 데에 필요한 절차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지난 지필평가와 수행평가의 성적을 최종 확인하고 학기말 성적처리를 한다. 이 작업이 끝나야 비로소 학교생활기록부에 내신 ‘등급’이 기록된다. 입시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학생과 교사 모두 꼼꼼하게 확인하고 혹여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고 수정할 부분은 손보게 된다. 전 학년 전 과목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작업인데 실제 계산과 기록은 NEIS 시스템에서 이루어지지만 그 과정에서 과목별 확인 과정을 문서로 남겨 둔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성적 전표에 학생 확인(싸인)을 받는데 최근에는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자신의 성적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전 고등학교의 소위 ‘꼬리표’가 확대된 것으로 보면 되겠다. 성적처리과정은 담당 교사가 진행을 담당하는 데 전교생과 전교사를 대상으로 정확한 절차와 작업이 필요해서 이래저래 신경이 많이 쓰인다. (올해 내가 맡은... 그래서 시험이 끝났지만 야근을 계속해야 할 것 같은... 슬픈...)


담임 교사와 교과 교사는 학생부 기록을 마무리한다. 1학기 동안의 교수학습과정을 살펴보고 학생부의 교과학습발달상황에 기록하는 데 최근 해당 영역의 명칭은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다. 수업 과정과 평가 등에서 학생의 개별 능력을 구체적인 문장으로 적는 데, 학생부 종합 전형의 핵심 자료가 된다. 당해 연도의 자료는 열람이 불가한 것이 원칙이나 진급 이후에 전년도 자료를 확인할 수는 있다. 학부모 서비스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 제공되고 필요한 경우 담임 교사나 담당 교사를 통해 직접 받아볼 수도 있다. 단, 학생부는 외부 공개 가능한 학생부1과 모든 기록 내용이 담긴 학생부2가 있는데 외부로 제공되는 건 ‘학생부 I’ 자료이고 대입 등에 필요한 경우 ‘학생부II’가 제공된다. 간혹 편법이나 불법으로 제공이 금지된 내용을 열람하고자 하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요청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제공되지 않는 영역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교과 교사는 평소 메모해둔 내용 등을 참고해서 학생 개인의 특성이 잘 드러나도록 입력해야 한다. 중요한 입시 자료가 된 만큼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인다.


담임 교사는 학생부의 거의 모든 항목을 확인하고 입력해야 한다. 올해 고교 1학년부터 학생부 입력 내용의 범위와 양이 줄어들긴 했으나 여전히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학급 학생 전체의 학생부 기록을 확인하고 수정하고 입력하는 과정은 꼼꼼하게 작업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인데, 학기말 수상 내역부터 종합의견까지 방학식 내내, 때로는 다음 학년 진급 전까지 작업하기도 한다. 가끔 일부 몰지각한 학부모가 예년의 입력 내용을 수정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우선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학생부 수정은 금지가 원칙이며 그 작업 내역은 당연히 로그로 남는다. 게다가 학생에 대한 평가는 교사의 재량인데 이 지점에서 많은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모든 교사는 학생들에게 일부러 피해를 주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런 갈등이 불거지는 데에는 입시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지 싶다.


이외에 기말고사 이후 방학식까지 여유가 생겨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활동들을 수업에서 활용하거나 전교생이 참여하는 행사 등을 준비하고 실행하기도 한다. 이때 과거의 학교를 떠올리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시험은 끝났고 방학은 아직 오지 않아서 하릴없이 빈둥거리다가 하교하던 기억 말이다. 최근에는 그런 모습들은 거의 사라졌지만 위에 언급한 그런 작업들을 마무리하느라 종종 자습 시간을 갖는 경우도 있다. 말 그대로 스스로 학습하는 학생은 대개 아무도 없지만. 교과서 진도에 허덕이거나 시험 범위 맞추기도 빠듯했던 교사들은 이런저런 활동 수업을 준비하지만 학생들조차 그저 쉬기를 원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나는 시험이 끝나면 종종 시나 소설을 같이 읽는 활동을 하곤 하는데 말 그대로 아무런 제약도 강제사항도 없다. 하지만 입시가 코앞인 고3 학생들은 시간낭비라고 말하거나, 1, 2학년들 중에서도 가끔 학생부에 써주기는 하는지, 다음 시험 범위인 건지 확인하는 학생들이 꼭 있다. 모둠 활동이 있는 시간이었다면 그나마 매점 간식을 상품으로 걸어보기도 하지만 구체적 보상 없이 학생들을 참여시키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내 모든 수업이 늘 그렇게 진행되어 왔다면 가능했겠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게 그 서글픔의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무더운 여름, 방학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그래도 이 지독한 줄 세우기가 여전한 이 땅의 현실은 조금쯤 달라져도 좋으련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채 눈가리개만 갈아 끼우며 바뀐 척한다. 고교 교육의 문제가 고등학교만의 문제가 아님에도 많은 사람들은 자꾸 고등학교의 제도나 행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자기 전, 그래도 내일 녀석들과 같이 읽을 시 하나 골라놓고 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