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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진 Oct 13. 2022

난 어째서 당신을 이토록 사랑하게 되었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짙어지는 마음의 모양



임신 25주 차.

이제는 출장보다 재택근무가 더 익숙하다. 가끔 출장이 있는 날이면 전날부터 어떤 옷을 입을지, 몇 시에 나갈 건지, 몇 시에 잠들지 계획하느라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막상 일어났는데 마음만큼이나 몸이 따라주지 않을까 봐, 예전처럼 늦더라도 앞머리를 휘날리며 뛰어다닐 수 없고, 계단을 두 칸씩 내려가거나 빠르게 오를 수 없기에 이동 시간을 더 넉넉히 잡는 건 물론이고, 마음의 준비를 미리 하게 된다.


다행히 워크숍 장소에 약속보다 5분 일찍 도착했고, 하루 종일 아픈 것 없이, 남에게 피해 주는 것 없이 무사히 하루를 잘 마쳤고 동료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맛있는 저녁도 먹었다.


자, 이제 진짜 집으로 갈 시간

오늘 하루 중에 가장 기다렸던 시간


지하철 한 번이면 집으로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반대편에 있는 오빠 바버샵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동료가 피곤할 텐데 집으로 가지 않고 왜 굳이 반대편으로 가느냐 물었다.


그러게, 온몸이 피곤하지만 나에게 진짜 필요한 건 집에 가서 혼자 얻는 달콤한 휴식이 아니라 나만큼 오늘 고생했을 오빠를 보고 함께 떠들며 웃는 시간이었나 보다. 진정한 휴식은 육체의 휴식이 아니라 정신의 휴식이라는 말처럼.



생각해보면 평소에 오빠를 바라볼  ‘ 사랑스러워구태여 생각하거나 표현하진 않는다. 그냥 보고 싶고 같이 있으면 편하고 웃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


과거의 나에게 사랑이란 ‘확신을 얻어야 하는 것’이나 ‘눈에 보이는 게 거 중요’했다면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의 힘을 믿고 있나 보다. 보이지 않는 사랑의 힘이 더 크다는 걸 매 순간 느끼고 있는 거지.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어쩌다 이토록 사랑하게 되었나 고민을 하며 걷다 보니 금세 당신 앞에 다다랐다. 서프라이즈로 방문한 나를 보며 당신은 환하게 미소를 짓는다. 아무런 표현도 애정행각이 없어도 그 미소 하나로도 충분해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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