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배울 것 많은 인생 N연차의 깨달음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둘러싸여 보살핌을 받는다. 나를 낳아주신 엄마는 물론이고 같은 핏줄의 가족들에게 환대를 받는다. 자라면서 사회성이라는 것을 배우고 작게는 가정에서 넓게는 사회에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감정과 생각을 공유하며 자란다.
‘독고다이’라는 말이 있지만 누군가와 관계 맺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들이 비대면으로 바뀌고 온라인으로 가능하게 되더라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관계 맺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니까.
어쩌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환경이라 오히려 중요도를 낮게 생각하거나 평가하는 경우도 허다한 것 같다. 100세 시대에 반인 50년도 살아보지 않았지만 해가 거듭할수록 관계에 대한 중요성, 관계가 미치는 영향을 더 무게감 있게 느끼고 있다.
그래서인지 돌이켜보면 다른 건 몰라도 친구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맺고 소통하는 사람들은 늘 큰 어려움 없이 감정 소모 없이 잘 지내는 것처럼 보였다. 누구든 자신의 힘듦이 세상에서 가장 무겁게 느껴지기 마련이지만 관계의 고통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큰 시름을 겪지 않고 살아간다는 말이기도 하니까.
나 또한 관계에 있어서 큰 고민과 어려움 없이 자랐다고 자부했으나, 요즘 들어 내가 관계를 정말 잘 맺어온 게 맞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곤 했다.
‘관계’는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 이상일 때 쓸 수 있는 단어다. 자라온 환경 때문인지 타고난 기질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난 늘 자기중심적이고, 내가 우선되어야 했다. 사회적으로 변화하면서 상대를 불편하게 할 정도로 드러내진 않았으나 늘 마음속엔 내가 중심이었으니 누군가에겐 은연중에 느껴졌을 수도 있다.
워낙 스트레스 없고 큰 고민이나 걱정 없이 살다 보니 주변을 신경을 안 쓰곤 하는데, 임신 후에 호르몬의 변화로 또 나이가 들다 보니 자연스레 내가 맺고 있는 관계를 되돌아보게 됐다.
같은 소속에서도 내가 맺고 있는 관계는 늘 한정적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울타리가 높아 아무나 접근하기가 힘들고 접근을 하더라도 울타리를 넘어오기 힘들 만큼 꽁꽁 나를 숨기고 배척했다. 물론 의도적이진 않았지만 늘 나의 관심은 남이 아닌 나에게 있으니 상대방과 관계를 맺을 여지를 주지 않았던 거다.
반면 내 울타리에 안에 있다고 생각했으나 온전히 나의 중심적으로만 행동하고 생각하다 보니 상대방이 울타리 내에 있는 걸 불편해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는 것, 다른 사람의 재미와 웃음에 관심을 갖고 함께 웃기 위해 노력하는 것, 계산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나눠주고 베푸는 것,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 조금 손해 보더라도 나의 시간을 더 많이 쓰는 것,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함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들이 관계에 있어서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그중에서도 나의 시간을 기꺼이 할애하는 것은 정말 정말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함께 하는 시간들로 서로의 신뢰와 추억이 쌓이고 그런 시간이 많을수록 더 편해지고 가까워지는 거니까.
운동만큼이나 정직한 것이 관계라고도 할 수 있겠다. 시간을 많이 보내는 만큼 가까워지고 깊어질 수 있다.
시간에 예민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싶어 하는 나에게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관계를 위해선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물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변화하면서까지 맺어야 하는 관계인지 아닌지 명확한 구분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맺고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앞으로 내가 소속되거나 맺어야 할 관계를 위해선 고심히 생각하고 또 고민하며 좋은 관계를 맺어나가고 싶다.
30년을 살았지만 여전히 배우고 깨달아야 하는 것들이 많다는 걸 느낀다. 늘 내가 아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고 배우고 또 배우는 자세로 살아가야지.
부족함을 늘 채워가며 뱃속에 있는 뽀랑이에게 자랑스러운 엄마이자 부모가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