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휘진 Oct 12. 2022

애교 필살기

카카오톡 이모티콘 색다르게 활용하기


가끔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상대방이 토라질 때가 있다. 연인 관계에서 가벼운 토라짐에 가장 좋은 필살기는 바로 애교가 아닐까. 참고로 애교는 스펙트럼이 참 넓은데,,, 누가 하느냐에 따라 차원이 달라지기도 한다.

내가 기억하는 오빠의 첫인상은 애교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며칠 전 내 앞에 서 있는 오빠를 보는데 과거의 모습이 오버랩되더니 문득 같은 사람을 만나고 있는 건가? 착각이 들 정도로 새삼스러웠다.


분명 첫인상은 딱딱하고 선이 확실히 있는 사람 같았는데 말이지. 나와 함께 하면서 서서히 변해 간 걸까. 아니면 원래 둥글둥글한 사람이긴 했으나 겉으로 드러내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린 걸까. 뭐 어쨌든 처음의 오빠도 좋고 지금의 오빠도 좋으면 됐지 뭐.




언제부터 달라졌다고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오빠에게 애교 필살기가 장착된 날은 생생하게 기억한다. 가벼운 토라짐이나 다툼은 없었고, 자꾸만 쌓여가는 - 연인들 사이에 흔한 소원권을 쓰고 싶었던 날이다.


착하디 착한 오빠는 굳-이 소원권을 쓰지 않더라도 내가 원하는 것, 해달라는 건 뭐든 다 해주는 편이었기 때문에 소원권 쓸 일이 없었다. 그러면 정말 하기 싫지만 해야 하고, 또 막상 하려니 그냥은 해주기 어려운 무언가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테고리는 애교 파트, 어떤 애교를 부탁할까? 고민 중에 이모티콘이 스쳐갔다.


지금만큼 액션 이모티콘이 흔하지 않았던 때, 카카오 프렌즈에서 공통으로 쓸 수 있는 액션 이모티콘을 냈고 가끔 볼 때마다 ‘어쩜 저런 귀엽고 발칙한 상상을 하지?’라고 생각했던 몇 가지 이모티콘을 골라서 오빠에게 따라 해달라고 했다.


그때 내 말을 듣고서 자신의 귀를 의심하던 오빠의 표정이 다시금 떠오른다. (하하) 몇십 번이고 이모티콘을 눌러 액션을 확인하는 오빠의 흔들리는 눈동자와 입가에 옅게 번진 어색한 미소. 할 듯 말 듯 망설이며 몇 번이고 포기 선언을 하던 때가 있었지.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 게 분명하다. 아니 학습하는 동물이라고 해야 하나. 하나의

이모티콘을 따라 하는데 주저하고 망설이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3분이 걸렸다면 요즘은 안무 카피 따듯 한 번에 성공해버리기는 물론 가끔은 더 오버액션으로 배꼽을 잡고 껄껄 넘어가게 만든다.

나의 웃음과 행복을 위해, 가끔은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온갖 애교를 선물해주는 오빠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오늘도 오빠의 이모티콘 애교 필살기 매력에 빠져든다.



P.S. 참고로 패셔니스타 네어 이모티콘에 클럽 조명 아래 머리를 찰랑찰랑하는 이모티콘 따라 하면 진짜 웃겨요. 아니 보기엔 그냥 귀여워 보이는 이모티콘을 사람이 따라 하면 진심 웃기답니다. (애교가 필요한 연인들에게 강추.)

매거진의 이전글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