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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진 Dec 19. 2022

육아에도 분석 데이터가 있을까?

60일 차 엄마의 기록


11:15 - 11:40


나는 평소에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데이터화하고 분석해 질서나 패턴을 찾으려고 한다. 육아맘이 되었다고 해서 머릿속 알고리즘이 바뀌진 않았다. 아이가 울면 평소처럼 '왜 울까?' 질문을 던지고, 울음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관찰하고 여러 가지 시도와 실험을 한다.


60일 차 아기를 키우며 얻게 된 우는 이유는 딱 3가지다.

배고프거나, 트림을 하고 싶거나, 잠이 올 때.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분유를 계속 먹이면 토하거나 더 불편해하고 길게는 우량아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아이가 우는 이유를 가늠하고 단계별로 달래야 한다.


처음 아기가 울면 먼저 수유 시간을 확인한다. 수유 텀이 거의 다 됐거나 지났다면 배가 고파서 우는 거다. 그럴 땐 빠르게 분유를 태워서 아이에게 먹인다. 식사 후 2-3번 트림을 하면 다시 눕힌다. 트림을 했다고 해서 소화가 다 된 건 아니다.


밥을 먹고 나서도 아이가 운다면 트림을 더 하고 싶다는 표현일 확률이 높다. 대게 역류방지쿠션이라 불리는 역방쿠에 1-2시간 눕혀 놓더라도 다시 안으면 분유를 토해내거나 흘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수유 후 1시간 간격으로 울 때는 트림할 때까지 다시 안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밥도 다 먹었고, 트림도 충분히 했는데 아기가 울면 잠이 와서 칭얼거리는 확률이 높다. 그럴 때는 쪽쪽이로 확인할 수 있다. 잠이 와서 칭얼거리는 아기는 쪽쪽이를 물면 10-20분 안으로 잠이 든다. 그런데 잠이 들지 않고 눈망울이 더 또랑또랑해지면 수유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럴 때는 배만 조금 채울 수 있도록 30-40ml만 추가로 더 수유를 한다.


이 외에 흔히 악마의 울음이라고 불리는 배앓이 울음이 있는데 다행히 우리 아이는 배앓이가 없어서 위 3가지를 제외하고 우는 경우는 지금까지는 없었다.



내가 분석한 육아 데이터는 온전히 내 아이를 관찰하고 실험해 얻은 데이터이기 때문에 아이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엄마가 아이를 유심히 관찰하고 이것저것 시도하고 실험해보며 아이를 달래다 보면 그 아이만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물론 아이들이 로봇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데이터가 정확하진 않지만 적어도 말을 못 하는 신생아, 영유아 아기들이 왜 우는지 가늠을 하면 육아가 덜 힘들 수 있다.


나는 조리원에서 나오자마자 지금까지 퇴근하고 집에 오는 남편 도움 외에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육아 중이다. 아기가 잘 때 2-3시간씩 공부해서 자격증 시험도 쳤고, 육아 관련 도서를 읽으며 책 리뷰를 작성하고, 다양한 클래스를 들으며 배움의 재미도 함께 느끼고 있다. 물론 이 글도 아이가 잠든 후 오늘을 마무리하며 느꼈던 감정, 깨달음을 기록하기 위해 매일 20분을 투자해 쓰고 있다.


앞으로 아이가 더 크고, 같이 보내야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육체적으로 더 힘들겠지만 지금까지는 큰 어려움 없이 아이를 키우고 있다.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모두가 모성애, 부성애가 있어야 한다는 건 폭력적일 수 있다. 다만 누구의 강요도 없이 아이를 더 사랑하고 보살피기 위해서는 부모의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아이를 공감하고 이해하는 노력을 하자. 상황과 이유를 모르면 좌절감이 느껴지고 출구가 없는 터널에 갇힌 것 마냥 힘들지만, 원인과 이유를 알게 되면 해결책을 찾기 되므로 좌절감에 빠지지 않는다.



지금은 말 못 하는 아기지만 엄마가 느끼는 감정, 분위기를 다 느낀다. 더 이해하려 하고 사랑하고 관찰하고 관심을 가지다 보면 아이도 마음을 편하게 먹고 조금 덜 울 수도 있다. 내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다. 절대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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