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기 위해 욕심부렸지만 그 욕심 때문에 행복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건,
당연히 내 몫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필리핀 마닐라로 출장을 간 적이 있었다. 그때 일정 이후에 딱히 관광을 할 여건이 아니라 근처 유명한 호텔 카지노에 구경을 가게 되었다. 회사 임원 두 명이 게임을 하겠다며, 나에게 10달러 정도를 주고는 시간을 보내라고 했다.
운과 관련된 것에는 절대 돈을 쓰지 않는 나는 그 돈조차 아까웠다. 슬롯머신 앞에 가만히 앉아만 있자니 왠지 눈치가 보였다.
다른 사람이 게임하는 것을 구경하려고 근처에 있던 한 손님에게 다가갔고, 동시에 일행도 함께 따라왔는데, 갑자기 그 기계에서 잭팟이 터졌다. 카지노에서 돈을 따는 경우도 있구나 싶었지만 다시 반복될 일은 없겠다 싶어서 그냥 내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데 문득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내가 영화를 너무 많이 봤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의심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어떻게 우리가 다가가는 그 순간에 딱 맞추어서 터질까 싶었다.
잠시 후, 화장실에 갔던 일행이 돌아왔는데 순간 한번 시험해 보고 싶었다. 그들이 내 부근으로 다가올 때, 딱 맞추어서 코인을 넣고 레버를 당겼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잭팟이 터졌다.
그 순간 예기치 못한 행운이 나에게 찾아왔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다. 그건 속임수라는 것을 확인한 거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슬롯머신마다 다르겠지만 몇천 번 스핀 할 때마다 한 번꼴로 나온다는 잭팟이 어떻게 하루에 두 번씩이나 터질 수가 있을까? 비록 다른 머신이긴 하지만 한 공간에서 연이어 터지는 슬롯머신을 보니 '도박은 역시 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것만 깨닫게 되었다.
난 더 이상 게임을 하지 않았다. 내 앞에 쌓여있는 코인을 모두 돈으로 바꾸었다. 지켜보는 누군가는, 잭팟이 터진 내가 더 큰돈을 쓰기를 바랐겠지만 이미 난 그들의 '수'가 보였다.
하지만 나의 행운을 지켜본 일행이 내가 딴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잃었다. 그것이 카지노가 살아가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우연히라도, 행운 같은 것은 오지 않는다는 걸 이미 너무 잘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