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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May 01. 2020

영화 <미성년> : 아버지, 어머니, 왜 그러셨어요?





고교생 주리 (김혜준)   &    윤아 (박세진)





와, 진짜 환장할 노릇을 담은 영화가 아닌가?!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주리윤아는 서로 반도 다르고 만날 일이 없었는데, 주리의 아빠와 윤아의 엄마가 불륜을 저지르고 애까지 낳게 되면서 ‘같은 동생을 둔 누나들’이라는 희한한 관계로 엮이게 된다.  부적절하고 부도덕한 관계에서 태어난 미숙아를 부모는 외면하는데, 그들의 과오를 수습하고 책임지려는 고등학생 딸들의 분투가 애틋하고 장하다.






천하의 못난 놈, 대원 (김윤석)






어른이 뭘까? 아내와 딸 주리에게 불륜과 혼외자가 있다는 사실을 들킨 대원은 조산을 하고 병원에 누워있는 내연녀 미희를 찾았다가 딸과 마주치자 줄행랑을 친다. 주리가 "아빠! 아빠!" 애타게 부르며 쫓아가는데 도망치기 바쁘다.  기가 막힌데 동시에  땀을 뻘뻘 흘리며 정신없이 달려가는 그 모습이 또 웃기다.  딸을 쳐다볼 염치도 없고, 인큐베이터에 누워있는 제 자식을 볼 용기도 없으면서 어쩌자고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끌고 왔는지 답답할 뿐이다.  대책 없기는 미희도 마찬가지다.  19살에 윤아를 낳아 지금은 싱글맘으로 살고 있는 그녀는 지난 세월의 신산고초를 통해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는 것일까. 내일은 없는 것처럼, 오늘만 사는 것처럼 그녀는 뒤를 생각하지 않고 감정에 충실해 일을 저지르는 것 같다. 유부남인 거 뻔히 알면서 대원을 사귀고, 키울 방도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대원의 아이를 임신한다.  대원과 미희의 아들은 일찍 태어나 인큐베이터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들은 한 번도 아들을 찾지 않는다. 미안하고 마음이 아파서 마주할 용기가 없다는 게 핑계가 될까?






주리 엄마 영주 (염정아)          &          윤아 엄마, 내연녀 미희 (김소진)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은 아니다.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질줄 알아야지 어른이지. 그럼에도 이 영화는 철들지 않은 이 못난 어른들을 미워하기 어렵게 만드는데, 이유는 그들이 악해서 그런 잘못을 저지른 게 아니라 정말로 어딘가 모자란 인간이라 그런 것 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영화는 불륜을 다룬 드라마 <부부의 세계>처럼  분노를 유발하지 않고, 웃프게 만든다. ‘비극 속에 희극이 있음은 인간이 악하기 보다 못났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남편 대원에게 배신을 당하고도 마음껏 미워하지도 못하게 생긴 영주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속이 터질 거 같았다.  환장할 노릇이라는 건 정말 이런 때 쓰는 말인듯.  영화를 보는 내내 기가 콱 막혀서 '못살아! 못살아!'라는 말을 연신 터트렸다. 유행가의 가사처럼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그런 상황이었달까.




어른들은 제 살길 찾아 바쁜데 주리와 윤아는 태어난 동생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진다.  감성이 풍부한 사춘기 여고생들이기에 가능한 충격적인 엔딩이 신선하면서도 의미 있다.  생명을 대하는 그들의 마음과 태도를 어른들은 배워야 한다.  시나리오 작법적인 면에서나 연출 그리고 연기 모든 면에서 흠잡을 데 없는 수작이다. 무엇보다 눈을 뗄 수 없을만큼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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